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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Oct 21. 2023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


물 때를 기다렸다가 해질 무렵, 신흥리 해변으로 게 사냥을 나갔다. 유안이는 물이 빠진 바다의 바위 틈새를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다니다가 어른 손바닥만 한 게를 발견했다. 처음으로 게가 헤엄쳐서 도망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꽃게라 함은 마트에서 톱밥 위에 기운 없이 누워서 팔다리만 휘적휘적거리는 모습이 익숙한데, 이렇게 날렵하고 재빠를 줄이야. 개구리가 헤엄치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미역 아래로, 돌 틈으로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유안이도 미역을 걷어내고 돌을 뒤집어가며 현란하게 나무젓가락을 놀렸다. 몇 번이나 잡았다 놓쳤다를 반복하며, 집념의 게 사냥꾼은 결국 의기양양하게 젓가락으로 게를 잡았다. 분명 밥 먹을 때는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데, 게는 크든 작든 덥석 덥석 잘만 잡는 게 용하다. 


게는 헤엄칠 때도 옆으로 헤엄치는구나 생각했는데, 항상 그런 건 아니었다. 얼마 후에 북촌포구에 갔다가 물에 둥둥 떠있는 게를 발견했는데, 다리의 끝부분만 살랑살랑 흔들며 우리에게 인사하듯이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입가에 살짝 미소 지은 채로. 눈 맞춤을 하다 보니 나도 저 게처럼 세상과는 상관없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해서 유유히 헤엄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은 정주항에 밤낚시를 갔는데, 가로등 불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게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휘저으면서 수영 연습을 하듯이 앞으로 쭉쭉 헤엄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게가 헤엄치는 장면을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게는 그저 마트 판매대에 누워있거나 옆으로 기어 다닐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헤엄을 칠 수 있다니. 어쩌면 나는 그동안 게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에 대해 한쪽 방향으로만 바라봐 왔던 건 아닐까. 경험이 쌓일수록 통찰하는 안목과 생각의 갈래가 늘어가는 것 같다. 부디 아이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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