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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Oct 22. 2023

오늘의 별과 내일의 별은 그 자리가 다르므로


봄 메밀꽃이 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 메밀꽃이 졌다. 지난주에 만개한 메밀꽃을 보러 갔었는데, 조금 놀다가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워서 내일 다시 오자고 달래서 돌아왔다. 가까워서 언제든지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열흘이 지나서야 다시 방문했다. 그런데 주차장에 ‘메밀 수확 중 출입 자제’ 안내문이 있었다. 결국 올해 메밀꽃은 그렇게 안녕했다.

제주에 살다 보니, 자연의 변화가 빠르다는 걸 체감한다. 지금 이 순간 너무 멋진 구름도 금방 움직여 모습을 바꾼다. 영원할 것 같은 무지개도 금방 사라져 버리고, 화창하다가도 갑자기 비가 내린다. 똑같은 순간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가다가 하늘이 예쁘면 차도 잘 세우고, 비가 오다가 날이 화창해지면 뛰쳐나간다. 꽃이 필 때마다 보러 간다. 환상적인 노을이 지면, 바다에 가서 밤이 서서히 노을을 숨겨버리는 광경을 지켜본다. 별이 선명한 날에는 마당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의 별과 내일의 별은 그 자리가 다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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