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종합자원봉사센터
연세대학교 워크스테이션 매거진 팀 '로컬키트(local.kit)' 소속 '의성포레스트'팀의 기사입니다.
팀 '의성포레스트'는 의성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숲을 이루는 개개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들이 일구어가는 숲은 어떤 모양새로 우거지고 있을 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경상북도 의성.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노인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기초 지방자치단체로,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마을 풍경 속에서 독특한 지역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의성에서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공동체 의식의 확산을 위해 아낌없이 도움과 사랑을 주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의성군종합자원봉사센터다. 2003년에 설립된 이 센터는 집수리 봉사활동부터 노인 방문목욕 활동, 의성 어린이날 큰 잔치, 청바지 업사이클링 등 다양한 연령층과 분야를 아우르는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팀 ‘의성포레스트’의 첫 번째 답사 글은 의성군종합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전파하는 노력을 조명한다. 정명관 센터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활동과 비전을 생생히 담아내고자 했다.
인터뷰에서 자원봉사센터가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더 나은 의성의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상북도 의성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봉사와 공동체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도 이 작은 도시의 특별한 매력과 그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희망을 느껴보길 바란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함께 의성군종합자원봉사센터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의 이름은 정명관입니다. 의성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여태까지 쭉 이곳 의성에서 살아가고 있는 토박이입니다. 제가 태어나 살았던 그 동네에 아직까지도 살고 있어요. 이곳 의성군 종합자원봉사센터는 우선 행전안전부 관할로 전국에 존재하는 자원봉사센터 중 하나예요. 주로 하는 활동 중에는 지역사회 집수리 활동과 찾아가는 이불 빨래 활동 등이 있어요. 또한 아이스 팩 수거, 폐 현수막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등의 탄소 중립 사업들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인 의료 돌봄 통합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 분들의 낙상 사고 문제를 개선하고자 생활공간을 개선해 주거나, 생활지원사와 공중보건의 및 간호사들을 지역 어르신들과 연계하여 장기적인 돌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럼 주로 센터의 활동들이 노인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의성에 존재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50% 가까이 되다 보니까 어르신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많긴 하죠. 경로당에 찾아가서 싹 청소해 드리기도 하고, 미장원에 직접 다니기 어려운 어르신 분들 염색해 드리기도 하고, 최근에는 직접 농사한 쑥들로 1,200명분의 쑥떡을 만들어서 마을 어르신 분들에게 나눠 드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노인 복지에 외에도 청소년 교육 사업, 읍면 여성 봉사, 재능 나눔 전문 봉사, 가족 봉사단, 탄소 중립 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인원들의 연령대 및 특징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지역 사회 내에 존재하는 가족 봉사단, 재능 나눔 전문 봉사단분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고요. 또 방학 시즌에는 경남대학교나 부산대학교 등에서 농촌 체험 활동한다고 인근 지역의 학생들도 많이 와요.
하지만 그래도 사실 인력은 여전히 많이 부족해요. 농촌에는 인구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까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 분들로 인력을 충당하고 있죠.
센터장님으로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들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기존에 사회복지사로서 복지시설에서 근무를 했거든요. 어르신들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시설에는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제도화가 되어 있어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편이에요. 근데 지역사회에 와보니까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어르신 분들 중에서도 가족이 있는 어르신, 가족이 없는 어르신,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도움이 필요한 여러 사례들이 있단 말이죠.
한 번은 알코올 중독자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딸이 둘이나 있는데도 부부가 둘 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예요. 집 안에는 온통 소주병뿐이고, 화장실도 엉망이고, 그냥 아이들만 불쌍하더라고요. 근데 제도적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없으니까 이제 지역 사회 주민들과 봉사단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가스레인지도 사주고, 온수가 제대로 나오도록 욕실도 개조해주고 했죠. 제도가 감싸지 못하는 지역 사회의 깊숙한 영역을 살피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그게 저희의 역할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럼 반대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앞에서 말했듯이 예산이나, 제도와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로 인해 여러 복지 사업들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부분이 가장 안타깝죠. 사실 지역 사회 주민들의 삶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그들의 생활이 온전히 건강한 삶이 될 때까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혹은 개별적으로만 사안이 다뤄질 때가 많아 아쉬워요.
어렸을 때부터 쭉 의성에서 살아오셨다고 하셨는데 노령 인구가 예전과 달리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을 실감하시는 순간들이 있나요?
항상 그렇죠. 일단 제 고향 친구들만 해도 이곳 의성에 남아있는 사람이 저뿐이에요. 당구장, 술집 이런 데 가면 그냥 흔히 보이던 소위 말하는 ‘놈팽이’들 조차도 이제는 아예 안 보여요. 주변에 큰 공장도 없고, 다들 전공 살려서 다른 대도시로 가버리니까 당연한 결과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귀농, 귀촌 인구가 있어서 전국에서 3년 동안 귀농 인구 전국 1등에다가, 이주 여성들이 많아 출생 인구도 한 달에 2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달에 사망하는 노령 인구의 수가 1,000명이 넘어요. 의성읍만 해도 장례식장이 5군데가 넘어요. 10, 11월 환절기만 되면 주변에서 돌아가시는 어르신분들이 곳곳에서 계시니까 전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지역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외부 인구를 유입해 오기 위한 제도적 노력, 또는 기존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복지 사업 등 여러 가지 노력들 중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젊은 친구들이 지방대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편의시설이 없어서’라고 하더라고요. 지방대학에 오면 장학금도 받고 좋은데, 서브웨이나 스타벅스처럼 대도시에는 몇십 개씩 있는 편의시설들이 많이 없어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집을 잘 지어놔도 궁극적으론 지역이 불편한 게 문제예요. 특히 의료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도 소아과가 없어요. 산부인과만 있어선 안 되거든요. 요즘은 산부인과와 소아과, 그리고 산후조리원까지 꼭 함께 있어야 해요.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도시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을 위한 각종 시스템 구축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촌일수록 여성과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많이 없으니까 아무리 인구를 잘 지키려고 해도 잘 안 되죠.
앞으로 새롭게 추진해보고 싶으신 활동이 있나요?
네, 지금 추진 중에 있는 활동이 있는데요. 의성은 현재 지역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의성에 자주 방문하거나 정착하게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 활력 스케일 업’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충북 제천과 전북 고창, 경북 의성 등 총 5군데가 해당 프로그램의 사업지로 선정되었습니다. 충북 제천은 고려인 정착을 위한 사업을, 전북 고창은 빈집을 수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성은 유동인구를 관계인구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인 ‘의성 어때?’를 진행 중이에요.
올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여러 대학생 단체를 초청해 의성의 매력을 널리 알릴 예정입니다. 7월에는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 50명이 방문하여 농촌 활동과 지역 탐방을 할 거예요. 의성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지요. 9월에는 대구한의대학교 침구의학과 학생들이 의료 봉사활동을 하러 이곳에 방문할 계획이에요. 특히 의성에는 전국 유일의 청년 지원센터가 있어, 학생들에게 의성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청년 정책과 지원사업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자 합니다.
추가로, 다가오는 6월에는 호산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이 의성에 방문하여 벽화 그리기 활동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활동은 곧 타 지역 청년들이 의성 주민들과 진심으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의성에서 별다른 걱정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의성군은 위와 같은 사업을 일회성 봉사활동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여러 봉사활동 및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의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나아가 이곳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죠.
센터장님께서 바라시는 미래의 ‘의성’은 어떤 모습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의성이라는 곳이 대표 관광지도 없고, 특별히 보여줄 것도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혹시 경상북도 청송을 아시나요? 청송군은 주왕산 하나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요. 문경은 문경새재 하나만으로 사과축제나 차사발축제 등 거의 모든 축제를 열고 있죠. 안타깝게도 의성은 옛날부터 마늘, 최근에는 영미 컬링, 기껏해야 지역 특색이 드러나는 콘텐츠를 딱 두 개 가지고 있어요. 즉, 먼 곳에서 의성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즐길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의 의성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의성의 무언가를 즐기러, 체험하러, 경험하러, 탐색하러 직접 찾아오게끔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성은 늘 친근하고 푸근하며, 인심 좋은 사람들이 따스히 맞이해 주는 곳이라는 인상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게 중요하죠.
그럼 마지막으로, 센터장님께 ‘의성’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예전에는 의성이 희망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희망을 만들어가는 고장이 된 것 같아요. 의성에 오면 누구라도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죠. 물론 로컬키트 여러분이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의성 곳곳을 둘러보시면,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도 보이실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성군은 부족한 점이나 나쁜 점을 개선하고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의성과 관련하여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하루빨리 변화가 필요한 것들, 혹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문제점들이 꽤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의성을 찾아 잠시 놀다 가셔도 좋고, 슬쩍 한 번 둘러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의성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시각이 저희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되거든요.
지방 인구 감소 문제의 최전방에 있는 의성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는 종합자원봉사센터 센터장님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인구 감소의 문제를 지역 사회 내에서부터 차근차근 해결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기록할 만한 선례를 남기고 있었다. 결국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정주환경을 갖추는 것, 제도가 감싸지 못하는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깊숙한 곳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지방 도시가 나아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지향점이라는 센터장님의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굳은 믿음은 ‘의성군'에게 분명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지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가능성을 찾는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이 만나 분명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역 소멸 문제에 대응하며 의성군에서 피어난 실낱같은 희망의 물결이 전국의 지방 소도시에도 퍼져나가길 바란다.
친구들이 오랜만에 고향에 오면 그래도 반겨줄 친구 한 명쯤은 있으면 좋잖아요. 제가 쭉 살아온 이곳, 의성을 지키며 내 고향을 위해, 친구들의 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애쓰며 살 거예요.
그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자
숙명이 아닐까 싶어요
글·사진: <local.kit in 경북> 의성포레스트팀 김상겸 에디터, 유혜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