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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Jun 25. 2024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 향촌당

의성 향촌당의 로컬 비즈니스

연세대학교 워크스테이션 매거진 팀 '로컬키트(local.kit)' 소속 '로코노미'팀의 기사입니다.

팀명 '로코노미'는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 특색을 활용한 비즈니스 상품 혹은 공간을 가리킵니다. 청년들의 열정과 로컬의 매력이 가득 담긴 경북의 로코노미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의성군 의성읍 전통 시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한 카페에 방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 외관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목조 건물에 예쁜 벽돌을 쌓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을 한 흔적이 남아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공간은 의성시장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의성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주민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곳, 향촌당을 소개한다.

향촌당 건물 외관


안녕하세요 대표님, 향촌당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곳이 원래는 우리 아이들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솜털 공장과 방앗간이었어요. 연세가 있으셔서 운영을 못 하게 되니까 이곳을 처분하려고 하셨는데, 제가 (이어서) 운영해 보겠다고 했어요. 뭘 해볼 지 고민하던 중에 카페를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카페만 운영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카페 운영과 동시에 기존에 있던 방앗간을 그대로 살려서 우리 지역의 곡물을 살린 좋은 참기름, 좋은 들기름, 미숫가루 만들어내는 제조 시설을 같이 운영하게 됐어요.


의성의 곡물을 활용해 만든 제품들


의성 지역에서 나는 곡물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 계기는 단순했어요. 여기가 시장이잖아요. 과거에는 난전이라고 어르신들이 앉아서 좌판을 펴놓고 농작물들을 팔곤 했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땡볕에 앉아서 팔고 하시면 힘드시잖아요. 어르신들의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지금도 시장을 통해 곡물을 매입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귀농하신 분들, 농가 어르신분들, 의성에서 농산물 도소매하시는 분들을 통해서 매입하고 있어요. 아직까진 수량이 많지 않아서 의성 로컬로만 진행하고 있어요.


의성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게 의성 사회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특별한 사례가 있을까요?

명절이 다가왔을 때 제품들을 선물 포장할 일들이 생겨요. 그럴 때 지역 분들과 함께 일을 해요. 또 카페의 경우 혼자 일을 할 수 없다 보니 지역의 젊은 청년 친구들과 함께 일하기도 합니다. 지역 일자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의성은 매력은 무엇인가요?

의성은 지리적으로 대도시로 가기 좋아요. 이런 부분들이 잘 안 알려져 있어서 너무 아쉬워요. 시골인데 너무 시골같지 않고, 생활하기 편리해요. 대표적으로 하고 싶은 취미 활동도 다 할 수 있고요. 대도시에선 줄 서서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하고 싶으면 지원도 해줘요. 또 창업 같은 경우에도 의성 쪽에서 후원을 많이 해줘요. 대도시의 경우 창업을 하고 싶으면 혼자 해결해야 하잖아요. 또,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경쟁도 치열하고요. 내가 사업을 해서 억대 사업가가 될 거야 하시는 분들께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의성에서는 지역에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소소한 행복도 즐기면서 창업하기 좋은 것 같아요.


금전적인 지원 이외에도 다른 차원의 지원이 있을까요?

작년까지는 예비 사회적 기업에서 금전적 지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금전적 지원이 없어졌어요. 다만, 저희가 요즘 관심이 있는 전자상거래(e커머스)에 진입하고 싶어 하면 거기에 관한 교육 지원도 해주세요. 청년들에게는 혜택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의성에선 청년을 45세까지로 보더라고요. 일반적으로는 39세인데. 물론 과마다 다르겠지만, 45세까지 보는 과도 있어서 의성이 창업하기엔 괜찮은 지역인 것 같아요.


반대로 의성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나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요?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어요.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인구 유입이 적은 지역이라 손님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토요일, 일요일 주말엔 서울, 인천, 부산, 울산, 포항, 경북권은 물론이고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부터 오세요. 그런데 평일엔 지역 주민들로 한정이 되다 보니,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런 부분들은 욕심을 내려놔야 하는 것 같아요.


SINCE 1967 향촌당


향촌당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처음과 끝이 같아야겠죠. 처음에 생각한 대로 지역 원물을 이용해서 쭉 이어가되, e커머스 쪽으로 넓히고 싶어요. 최종적으로는 의성 제품들을 수출하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지역의 청년들이랑 같이 잘 융화가 돼야 겠죠. 저는 꾸준히 오래 가고 싶어요. 사실 지역에 청년 창업을 해서 지원 기간이 끝나면 엎고 나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걸 주위에서도 우려하는데, 창업했다가 나가버리면 이 공간이 비어버리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고 싶어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줄을 이었다. 카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솜틀기와 방앗간 기계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과거 기름을 짜던 이곳은 카페와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색다른 공간으로 개조되어 새로운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이 공간을 향한 한결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참기름과 들기름 그리고 미숫가루는 이 카페의 정겨움을 더해준다. 향촌당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카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의 맛과 정서를 담은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향촌당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다.


글·사진: <local.kit in 경북> 로코노미팀 김솔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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