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과 의성에서의 삶을 말하다
연세대학교 워크스테이션 매거진 팀 ‘로컬키트(local.kit)’ 소속 ‘로그인’의 기사입니다.
팀명 ‘로그인’은, ‘~안에서 자라는’의 뜻을 지닌 영어 표현인 ‘grow in’ 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서 독창적인 삶을 개척해나가며 성장하는 청년들을 향한 응원의 뜻이 담긴 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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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 중 하나의 정답만을 고르는 데에 매진했던 청소년기를 거쳐, 무한한 선택지 속 존재하지 않는 정답을 찾아 헤매는 청춘에 도달한다. 답과 선택지 둘 다 뚜렷했던 과거가 문득 그리워질 때도 있다. 청춘을 가득 메우는 자유는, 우리를 해방하는 동시에 구속한다.
성공한 삶은 무엇일까?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어떤 삶을 살아야 내가 행복할까?
정해진 답이 없음에도 정해진 답이 있을 것만 같아, 사회가 정해준 답을 그저 따르는 데에 목적을 두는 청년들이 있다. 어느새 삶이라는 섬에서 방향도 목적도 잃은 자신을 발견한다. 이 길이 맞는지, 이 선택이 옳은지에 대한 불안감이 끊임없이 괴롭힌다. 어릴 땐 몇 초만에 답을 내놓았던, “언제 가장 행복해요?” 란 질문은 어느덧 난제로 자리잡는다. 도심을 가득 메운 소음 속 나의 목소리는 묻힌 지가 오래다.
그러나 동시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주류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살아가는 청년들도 있다. 이들은 특정 지역, 특정 직업의 삶만이 정답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행복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삶을 건설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도전이 아닐까, 새삼 생각이 든다. 도전이라는 청년에게 부여된 가장 빛나는 혜택을 후회없이 향유하며 성장하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로컬키트는 청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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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성 인턴 ‘장서원’ 님
Topic 1. Internship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멘토리라는 회사에서 경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장서원이라고 합니다.
‘나만의성’ 인턴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그리고 ‘나만의성’ 인턴을 지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작년 10월부터 했으니, 이제 7개월 차네요. 사실 저는 휴학생이거든요. 휴학하고 뭘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저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장 겁이 없는 나이에 가장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편이었어요. 그래서 일단 저질러보자는 생각에 의성으로 향하게 되었어요.
‘나만의성’ 인턴으로서 활동하면서 유독 보람찼던 경험이 있었나요?
의성의 사람들은 정착보다는 타 지역으로의 이동을 택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의성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일단 의성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부터 재밌게 살아야한다는 취지에서 기획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가 있거든요. 프로젝트가 어느덧 3년 차를 맞이해서 제가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주민들에게 연락을 넣으며 끌어모은 결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커뮤니티 인원이 백 명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제는 제가 빠져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것 이라는 확신이 생길 정도로 참여자들이 애착을 가지고 있어요. 취향을 공유하는 지역 주민들이 모이고, 심지어는 이 분들의 활동을 도우려는 분들도 나타난다는 게 참 신기해요.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 꿈을 이루었다는 등의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정말 뿌듯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멘토리에서 활동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시야가 확실히 넓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왔던 저는 다소 우물 안에 갇힌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의성이라는 새로운 우물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제는 다른 도시에 갔을 때도 낯섦을 느끼기보단, ‘여기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참 좋겠다’ 등 조금 다른 시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Topic 2. Local Lifestyle
지금부터는 의성에서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우선 서원님이 생각하시는 ‘로컬’의 정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요새 성수, 망원 등 서울의 핫한 동네마다 ‘로컬’을 갖다붙이잖아요. 막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의성을 보면 ‘로컬’의 모든 게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연령대 분포부터, 이 곳 사람들 특유의 여유로움과 정겨움 등을 통해 특히나 ‘로컬’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계신 이 곳 의성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또, 의성에서 나만 알고 싶은 장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성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에요. 우선 마천루가 아예 없다보니, 시야가 다 뚫려 있어서 도시에 있을 때에 비해 갇혀 있다는 느낌도 안 들고 시간에 쫓긴다는 느낌도 안 들어요. 저희 숙소 뒤에 남대천이 있는데요, 거닐다보면 햇살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져요. 제가 좋아하는 카페나 비건 빵집에서 커피랑 빵 하나 들고 남대천에서 피크닉을 하면 정말 행복해요.
타지인으로서, 의성에 와서 느꼈던 의성만의 문화적 특징이 있나요?
회원이 한 두 명인데 코치가 네 다섯 분이 계시는 클라이밍 센터가 있었어요. 제가 홍보를 도와드리게 되면서 갑자기 회원이 40명으로 늘어났어요. 사실 센터에 계신 분들도, 마음 속으로는 고마움이 컸을 텐데 표현을 잘 못하시더라고요. 제가 ‘칭찬해 주셔야죠,’ ‘제가 이렇게 했는데 안 잘했어요?’ 이렇게 앙탈을 부리니까 그제야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마음은 따뜻하신데 그걸 표현하는 데에는 조금 서투르신 것 같아요.
의성에서의 생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의성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장점은, 내가 하고 싶은 건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취미가 있다면 하면 되고, 같이 할 사람을 내가 찾으면 또 찾게 되어 있어요. 근데 단점이라면,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죠. 퇴근하고 여가 시간을 만들어 가려면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조금은 힘들 때가 있어요.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의성에서의 삶이 기존의 삶과 확실히 달라 좋아요.
저는 수원 사람이거든요. 최근에도 다녀왔는데 도시가 너무 어지럽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행궁동이나 수원역 근처나 이런 데는 항상 차가 막히거든요. 전철이 서자마자 사람 몇 백 명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저는 좀 어지럽다고 생각했는데 의성에 오기만 하면 그런 답답함이 싹 해결이 돼요. 기차든 대중교통이든 내리는 사람도 몇 없고, 인구 자체가 수도권과는 비교가 안되다 보니까요.
Topic 3. Youth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대체로 대도시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미래를 꿈꿉니다. 서원님께서는 반대로, 자발적으로 이렇게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머무르고 있는데요, 혹시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생 때 저는 ‘나는 물 흐르듯 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당시에 생각했던 ‘물 흐르듯 사는 삶’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의지 없이 사는 삶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중고등학교 마치고 대학교로 진학한 후 서울에 취직하는 그 루트대로 사는 게 오히려 생각 없이, 물 흐르듯이 사는 삶인 것 같은 거예요. 이런 사회적인 압박에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생각이 드니까 지방에서 살아가는 것도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가오게 되더라고요.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혹시 공유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비전이라 할 만한 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20대는 젊은 나이니까, 젊을 때 재밌는 것을 많이 하고 세상 보는 눈 넓히면서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의성뿐 아니라 수도권 밖에서의 생활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수도권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말고 일단 내려와보세요! 요즘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진짜 잘 돼 있거든요, 한 번 참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 번 서울 밖 로컬의 매력에 빠지면, 국내 각지에 있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거든요.
글·사진: <local.kit> 박수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