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과 의성에서의 삶을 말하다
연세대학교 워크스테이션 매거진 팀 ‘로컬키트(local.kit)’ 소속 ‘로그인’의 기사입니다.
팀명 ‘로그인’은, ‘~안에서 자라는’의 뜻을 지닌 영어 표현인 ‘grow in’ 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서 독창적인 삶을 개척해나가며 성장하는 청년들을 향한 응원의 뜻이 담긴 팀명입니다.
지금부터 이들의 삶에 로그인 팀과 함께, 로그인.
나만의성 디렉터 ‘권예원’ 님
Topic 1. 나만의성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의성 청년마을 ‘나만의성’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권예원이라고 하고요. 의성에 오게 된 21년도 7월부터 여기에서 프로그램 기획 운영을 하기 시작해 올해 4년 차가 됐네요.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저는 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행복은 자아 실현을 통해서 가장 크게 이룰 수 있어요. 이러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컸어요.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 또래 청년들한테 없다보니, 조금이라도 한국 청년들의 진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만의성’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싶은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만의성은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가 운영하는 의성 청년마을입니다. 로컬에 관심 있는 20대 청년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지역에서의 일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컬 실험실이에요.
나만의성이 의성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희 대표님께서 프로그램을 정착시킬 곳을 모색할 때, 당시 지역 소멸 위험 최상위권에 있었던 의성, 고흥, 군위 등 9군데에 문의를 넣으셨어요. 긍정적으로 답변이 온 몇 개 지역이 있었고, 그중에서 의성이 가장 여러모로 적합했어요. 공무원들의 실행력, 지역 주민들의 개방성 등도 가장 훌륭했고요, 소멸 위험 1위 지역이라 지원금도 가장 넉넉했어요. 여기서는 우리가 원하는 활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하리라는 생각에 의성에 오게 되었어요.
나만의성의 메인 프로그램인 ‘로컬러닝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의 취지는 ‘로컬프러너(localpreneur)’를 양성하는 거예요. 로컬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데요, 로컬프러너의 역량으로 네 가지를 꼽아봤어요. 기업가 정신, 지역에 대한 이해, 자신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동체성, 이렇게 네 가지를 로컬프러너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배양하는 교육을 제공을 하고자 합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역에서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긴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청년들이 자신만의 일을 그 지역에서 창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해요. 각 청년이 지니고 있는 역량과, 지역에서 필요한 유형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교집합이 있습니다. 이 교집합 내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하고자 했는데요. 프로젝트를 직접 운영하게 해봄으로써 그걸 체득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청년과의 협업을 통해 함께 해결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등의 프로젝트를 두 세 달 간 진행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이걸 로컬 배움 실험실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로컬러닝랩을 운영하시면서, 유독 인상 깊은 참가자 또는 프로젝트가 있었을까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의성 로컬푸드직매장의 상품이 더 잘 팔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의성의 콩, 마늘, 버섯 등을 활용한 K-후무스를 만든 참가자가 있었어요. 부산의 플리마켓에서 판매를 했고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걸 계기로 이걸 본격적으로 판매하게 되었어요. 또 하나가 더 있는데요, 2기때 어르신들의 보청기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이 있어요. 어르신들이 끼는 보청기는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이걸 하려면 대구, 서울 등 도시로 나가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이렇게 주기적으로 장거리 이동을 하시기엔 어렵다보니 보청기에 문제가 생겨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예요. 작동을 제대로 안 하는 보청기가 왠지 가속화된 노화의 징표로 다가왔나봐요. 그러다보니 굳이 수리를 하러 가질 않으셨던 거죠. 그래서 팀원들이 의성에 있는 보청기 가게와 의기투합해서 하루동안 보청기 수리소를 열어드렸고 보청기 관리법 등 교육을 해드렸어요. 이런 식으로 지역 사회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만의성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청년 마을이 3년간 지원되는 사업이거든요. 그래서 올해가 청년 마을 3년을 마무리하는 해예요. 그래서 올해는 지난 3년의 결실을 보여주는 결과물들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참가자들이 정말 실질적인 창업을 해낸다든지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공이 있었으면 합니다.
Topic 2. Local Lifestyle
이제 의성에서의 삶을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우선 ‘로컬’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것도 저희끼리 고민을 참 많이 하는 주제거든요. 저는 ‘서울 밖 지역’을 로컬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서울 밖 지역의 문화를 단순히 지방 문화라고 하기보다, 로컬 그 자체라고 명명하고 바라보는 것이 지역의 색채를 존중해주는 긍정적인 브랜딩으로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성에 있는 예원님만이 알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저는 바로 앞에 있는 남대천을 좋아하는데요. 한강의 경우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나만 있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남대천은 가끔 진짜 저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이 드넓은 남대천이 내 것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또, ‘오밀조밀’이라는 비건 베이커리가 있는데요, 저는 비건 빵을 서울에서도 많이 먹어봤었거든요. 그런데도 여기가 제 기준 전국 원탑 비건 베이커리입니다. 또 ‘용주밥상’이라는 식당의 메뉴 중 마늘 똥집 튀김이 있는데요, 정말 맛있어요. 추천드립니다.
의성에서 유독 즐거웠던 추억이 있을까요?
22년도에서 23년으로 넘어가는 1월 1일에 ‘나만의성’ 1, 2기 참가자들 중에 프로그램 끝나고도 계속 남아 있었던 친구들이 이제 한 10명 정도 있었어요. 다 같이 일출 보러 이 앞에 있는 구봉산에 올랐는데요, 1월 1일 구봉산에 올라가면 의성 사람 다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정말 북적북적 하더라구요. 현지 단체들이 나눠주는 오뎅과 떡국을 먹으며, 주민들과 다 같이 카운트 다운을 하던 그 순간이 참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의성에서 살기에 유독 적합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일까요?
유행을 따라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면 여기서 살기 힘들어요. 대신, 마음 편히 살고 싶은 사람들 또는 주도성이 높은 사람들, 그러니까 남들을 보고 유행을 따라가며 사는 것보다 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좋은 사람들은 의성이 유독 잘 맞는 것 같아요.
Topic 3. Youth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대체로 대도시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미래를 꿈꿉니다. 예원님께서는 반대로, 자발적으로 이렇게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머무르고 있는데요, 혹시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4학년 때부터 진로고민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직장에서 일하는 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나답게 살고 싶은데, 나답게 사는 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배워본 적이 없었어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는데요, 청년마을 1세대인 목포 ‘괜찮아 마을’의 홍동우 대표님의 인터뷰를 봤어요. 이런 삶도 있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걸 계기로 목포도 가보고 전남 도시들에 가 현지에서 활동을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이곳저곳을 방문하면서 결론을 내렸던 게, 로컬에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여기에 감명받아 이 길을 걷게 됐어요.
앞으로의 청춘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혹시 공유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지역의 번영보다도, 개인의 행복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방식이 될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때그때 가장 제가 관심이 가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면 이것들의 집합이 결국에는 제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낼 거라 생각해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도시를 벗어나 ‘로컬’에서의 경험을 하는 것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주체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여기 ‘로컬러닝랩’에서의 프로젝트들이 그렇죠. 서울에서는 아무래도 자연스레 주어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보니까 다양하게 경험을 해보기는 좋지만 수동적인 경험, 내지는 소비적인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개선점이 많은 로컬 지역에서는 내 손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여지가 넘치니까요.
마지막으로, 의성뿐 아니라 수도권 밖에서의 생활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수도권 밖에서의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막연한 두려움에 실천을 망설이고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들에게, 일단은 한번 도전해보라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서울 벗어난다고 그렇게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 젊은 시절 주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개인의 삶에서 정말 지대한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서워하지 말고 일단은 도전을 해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네요.
글·사진: <local.kit> 박수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