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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Jun 27. 2024

촌집카페 추추, 기적소리 내며 달리는 의성 청년 이야기

연세대학교 워크스테이션 매거진 팀 ‘로컬키트(local.kit)’ 소속 ‘로그인’의 기사입니다.

팀명 ‘로그인’은,  ‘~안에서 자라는’의 뜻을 지닌 영어 표현인 ‘grow in’ 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서 독창적인 삶을 개척해나가며 성장하는 청년들을 향한 응원의 뜻이 담긴 팀명입니다.

지금부터 이들의 삶에 로그인 팀과 함께, 로그인.


들어가며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 이규석, <기차와 소나무> 중 -


 ‘한적한 시골’의 메타포로 여러 작품에서 곧잘 쓰이는 간이역. 의성역에서 대구 방향으로 가는 기찻길을 따라가다 보면 독특한 모습을 한 간이역이 있다. 역 근처에 있는 금성산성을 모티브로 지어진 이 역의 이름은 탑리역이다.


 탑리역을 배경으로 해가 저무는 모습이 제법 아름답다. 시끄러운 소음을 견디며 많은 열차를 보냈을 간이역이지만, 정작 역 앞 마을은 노을 속에서 한적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 한적함 속, 역 앞 첫 골목길에는 한옥 카페가 하나 있다.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한옥 카페이지만, 주변 분위기와는 약간 다른 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가요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카페 안에는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피어난다.


 추추는 간이역인 탑리역 앞에 자리잡은 ‘촌집카페’이다. 간이역 앞에 있어 이름도 ‘추추’가 되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 있는 이 카페의 메뉴판은 의성의 정체성을 담은 디저트들로 채워져 있다.


 조용한 시골 동네에 젊은 감각으로 생동감을 불어넣는 촌집카페 추추. 로컬키트는 추추를 운영하는 청년 사장 이서현 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촌집카페 추추의 입구.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와 가게 로고가 인상적이다.


Topic 1. 촌집카페 추추


‘촌집카페 추추(이하 추추)’는 지난해 6월 오픈한 ‘어린 카페’인데, 카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경상북도의 청년지원사업 중 하나인 ‘시골청춘 뿌리내림 지원사업’에 지원해 합격했어요. 사업을 통해 카페를 구상하고, 지원사업 2년차에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이곳 카페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의성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메뉴가 있는데요. 이 메뉴들에 대해, 그리고 메뉴의 탄생 비화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카페에는 의성 육쪽마늘 추봉이 빵, 추추 마늘카라멜 등 의성의 정체성을 담은 메뉴가 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앞에서 말씀드린 지원사업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의성스러운’ 무언가를 사업에 녹여내는 것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손쉽게 지역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디저트에 그 ‘의성스러움’을 녹여내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의성’ 하면 바로 떠오르는 마늘을 이용해 디저트를 개발했어요.


추추의 마늘카라멜(좌)과 의성 육쪽마늘 추봉이 빵(우).


Topic 2. 탑리마을, 그리고 촌집카페 추추


탑리마을은 작은 간이역인 탑리역을 중심으로 레트로(retro) 감성을 잘 담고 있는데요, 마을과 이 카페가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탑리마을을 추추가 들어설 터로 정하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무겁고 깊게 생각하고 이곳에 자리를 잡은 건 아니에요. 사실 이 공간은 대구에서 귀농을 하신 저희 부모님이 거주하실 목적으로 매입한 곳이었습니다. 이후 지원사업에 합격했는데, 카페를 열 공간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 이 공간을 떠올리게 되었고, 부모님께 임대료를 드리며 추추를 운영하고 있어요.


추추는 새로 건물을 올리지 않고 70년 넘은 기와집을 개축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특별히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 공간의 테마가 궁금합니다.

 집이 지어진 날짜가 한자로 적혀 있는 서까래, 파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오래된 우물가, 흙으로 만든 기와, 짚과 흙으로 엮은 황토벽… 다시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한 소중한 공간을 지켜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손님들이 추추에 오셨을 때 더 ‘촌집’같고 할머니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한옥을 테마로 한 카페가 서울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이들 카페와는 다른 추추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추추라는 브랜드의 앞머리에 항상 따라오는 말은 ‘촌집카페’입니다. 추추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댁에서 느꼈던 푸근함, 정겨운 할머니 냄새, 그 시절 따뜻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다른 한옥카페와는 다른 추추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추가 자리한 한옥의 처마 그늘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Topic 3. 의성과 촌집카페 추추


추추가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TBC 방송에 소개될 만큼 의성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추추의 어떤 점이 손님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까요?

 사실 의성이라는 곳이 경북의 다른 지역인 경주처럼 뛰어난 관광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눈에 띌 만한 핫플레이스나 관광지, 맛집도 많지 않지요. 그래서 의성에 이런 촌집카페가 생긴 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기존에 의성에 없던 생소한 소재의 카페가 생긴 것, 그게 손님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합니다.


의성의 고령화율은 전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 의성에 정착해 ‘젊은 장소’인 ‘카페’ 운영을 시작하신 배경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30년이면 대구·경북 신공항이 의성 지역에 문을 열어요. 작은 지역공항이 아니라, 꽤나 큰 공항이더군요. 그래서 의성·군위 지역에 새로운 공간과 사업들이 많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아주 큰 관광단지도 생긴다고 해요. 그런 배경이 있어서 지금보다 더 잘 될 수 있겠다 싶어 카페 운영을 시작했어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의성 지역 내 손님들과 외지 출신 손님들 중 어떤 손님이 더 많은지도 궁금합니다. 추추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지역 분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현수막 광고 등은 하지 않고 오직 SNS로만 알리고 있다 보니, 다른 지역의 젊은 손님들이 많이 오세요. 최근에는 의성 지역 분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탑리역 앞 골목에 있다 보니 지역 분들께 알려지는 속도가 느려서, 지금도 여기에 이런 곳이 있냐며 놀라시는 분들이 많아요.



Topic 4. 청년과 의성


청년으로서 이곳 의성에서 카페를 운영할 때 느끼신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함께 일하실 분들을 구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특히 주말에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데, 인력을 구하지 못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일하다 보면 주말엔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아요.


반대로 이곳을 운영하면서 보람찼거나 기뻤던 순간도 있으셨을 텐데요,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 전공이 간호학이에요. 디자인 감각과는 아주 동떨어진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 공간을 구성할 때 한정된 자금으로 구성해야 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제가 했어요. 거의 마무리 단계에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이었지요. 그런데 오시는 분들마다 ‘공간 구성이 정말 좋다’, ‘어느 업체에 맡겼냐’라고 물으시고는 해요. 전부 제가 혼자 했다고 하면 디자인 전공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추추는 의성에도 청년들이 정착해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신구(新舊)의 조화가 이뤄진 공간처럼 보입니다. 특별히 이를 위해 공간 안에서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뼈대는 과거의 모습을 지키지만, 공간구성은 MZ 세대의 감성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조명이나 소품 등을 이태원까지 가서 고르는 등 꽤 신경을 썼는데, 저만의 MZ 감성을 알아채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의성에 거주하시는 청년이시기도 합니다, 청년이 즐기는 의성의 문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골에 왔으니 ‘촌캉스’ 한번 제대로 즐기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추추에서 조금만 가면 조문국사적지가 있는데, 노을이 질 때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찍을 수 있어요. 레트로 감성이 제대로 묻어있는 탑리마을까지 둘러보신다면 완벽한 촌캉스가 될 것 같아요. 


결국 지역은 청년이 자리를 잡고 살아갈 만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할 텐데요. 이곳 ‘의성’이 청년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이 정착하려면 제일 먼저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단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회성 청년지원사업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계속 돈을 벌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청년지원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으로 지역에 창업한 청년들 중 2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요. 그 말은 지역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살아가기 힘들다는 뜻이겠지요. 계속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게, 지역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게, 정부가 주도해서 지원해줘야 할 것 같아요. 또한 창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local.kit> 정회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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