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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2시간전

예술과 도시재생의 만남, 전주 팔복예술공장

우리는 공간 속에 살아가는 개인이다. 공간에는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이 곳곳에 연결되어 스며들어 있다. 시간이 지나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공간은 일부가 그대로 남기도 하고 보수되기도 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한다.


언제까지 기존의 것을 다 부수고 새롭게 지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도시재생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여기, 전북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팔복예술공장이 서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건물을 부수거나 새롭게 짓기보다는 위험한 구조물만 철거하거나 보강해 지어졌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이란 무엇인지, 그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팔복예술공장을 방문했다.



팔복예술공장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다


팔복예술공장에 도착하자마자 공장들 틈 사이로 강렬한 색채의 건물이 보였다. A동으로 진입해 전시장 공간으로 이동하자 ‘예술로GREEN전주 아카이빙 전시’라는 이름으로 열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 '완벽한 순환'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작품은 신재은 작가의 ‘GAIA <비빔>’. 이 작품은 참여자들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벌레가 섭취하고, 벌레는 새우에게 먹이로 주어지며, 다시 새우가 참가자들에게 식용으로 제공되는 순환형 전시였다. 제목 그대로 ‘완벽한 순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 관람 후, A동에서 B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에 한가득 붙어 있는 어린아이들의 그림들을 보며, 팔복예술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예술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서 팔복기획운영팀의 이은애 주임과 입주 작가인 장우석 작가를 통해 팔복예술공장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각을 만나봤다.

 


지역과 상생하는 팔복예술공장


"팔복예술공장은 전북 지역, 특히 팔복동의 산업단지 속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팔복동은 원래 공장이 많은 지역이라 문화예술 공간을 찾기 힘든 곳이었지만, 이곳에 팔복예술공장이 생기면서 주민들에게 큰 의미를 주는 공간이 됐어요. 지역 주민들은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생긴 것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팔복예술공장이 개관할 때도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듣고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상생해 왔습니다.


지금은 국내의 방문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도 찾는 관광 명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팔복예술공장은 전북의 문화예술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공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은애 주임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팔복예술공장에 관해 설명해 나갔다.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예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제공함과 더불어, 가족 단위로 방문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 하나 생긴 것이다.


“방문객의 구성을 보면, 가족 단위 방문이 많아요. 주로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하고, 주말에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방문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전체적으로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이 외에도 지역 주민들이 해설사 및 카페에서 근무하며 팔복예술공장의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과 함께하는’ 예술 공간으로 발돋움한 이곳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술하는 곳, 팔복예술공장


팔복예술공장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입주 작가 프로그램이다. 정기입주 프로그램은 1년간 팔복예술공장에서 머무는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며 예술적 교류의 장이 된다.


“팔복예술공장은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공간입니다. 저 또한 이곳에 입주하고 싶어 여러 번 도전했는데, 경쟁률이 치열해서 세 번 만에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명 작가들이 팔복예술공장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과 함께 작업하며 자극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이곳은 서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작가들이 스스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어요. 팔복예술공장에서 활동하면서 전북에서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긴 것 같아 기쁩니다. 다른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큰 힘이 되고, 이러한 교류가 예술적 성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방문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늘었을 뿐 아니라, 예술을 창작하는 이들에게도 창작 세계를 펼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공간이 생긴 셈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모범사례?


이러한 팔복예술공장에 대한 수식어 중 하나는 도시재생 사업의 모범 사례, 혹은 성공 사례라는 수식어이다. 이곳이 도시재생 사업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 이은애 주임에게 물었다.


“팔복예술공장은 기존 산업 공간이었던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의미를 담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팔복'이라는 지역명과 공장이라는 명칭을 유지하면서, 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큰 노력이 들어갔어요. 이러한 배경이 성공적인 재생 사례로 인정받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장우석 작가는 예술 문화적 공간으로써 팔복예술공장의 의의를 조명했다.


“팔복예술공장은 지역민들에게 특별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주에는 한옥마을 등 관광지가 있지만, 문화 시설이 다소 부족해 지역민들이 가까이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팔복예술공장은 옛 공장을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특히 젊은 층 사람들에게 고유한 장소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예술을 접하며 경험을 쌓는 젊은 방문자들이 나중에 예술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을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팔복예술공장은 지역민들이 예술을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또, 이런 공간이 지역의 문화 인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팔복예술공장이 나아갈 미래


“팔복예술공장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주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도 많아지면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중요해졌어요. 예를 들어, 관광 약자를 위한 물리적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배리어프리 시설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안전 보행로 및 손잡이 설치 등의 편의시설을 확대하고, 전시 공간에도 필요한 시스템을 보강할 계획입니다.”


방문객을 위한 서비스 측면에서 팔복예술공장은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해설과 함께여야만 팔복예술공장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공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완벽한 순환’ 전시를 통해 접했듯, 팔복예술공장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는 환경이 함께한다.


“환경을 고려한 접근도 중요합니다. 종이 리플렛 대신 QR 코드를 활용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인 방문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다국어 서비스나 안내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또한 이 건물들은 원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낙후된 외관이 남아 있는데, 의도적으로 보존한 거예요.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내·외부의 조명이나 시설 개선을 통해 변화가 있을 겁니다. 프로그램과 전시, 다양한 행사는 지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친환경적인 접근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현수막이나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시도를 해나가고 있어 이은애 주임의 말처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팔복예술공장이다. 



도시재생을 바라보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이란 무엇일까?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도시와 잘 어우러지는 공간의 재탄생, 그리고 지역과의 상생이다. 팔복예술공장을 둘러보며, 성공적인 도시재생에는 환경을 고려한 발전이 필수적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기존의 것을 보존하고 때로는 허물기도 하겠지만, 이 모든 과정은 반드시 환경을 고려한 접근을 통해 진행돼야 할 것이다.


팔복예술공장에는 팔복 지역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이 남아있다. 그리고 단순한 예술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예술가들의 삶에 깊이 스며든 의미 있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공간이 많은 산업의 유산들이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팔복예술공장은 기존 팔복 지역의 역사를 존중하며 주민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더해 발전해 가는 방법을 찾는다. 앞으로도 팔복예술공장은 지역과의 소통과 상생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공간으로 거듭나며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곳에서 피어날 다양한 시도들이 전주뿐 아니라 더 넓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한다.



·사진: <local.kit in 전북> 공간팀 이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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