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키트 in 신촌 : 현재와 미래
신촌 거리를 걷다 이대 쪽으로 넘어가려 하면 필수적으로 지나게 되는 ‘신촌 명물 거리’, 필자는 이 글을 쓰며 이 곳이 ‘신촌 명물 거리’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신촌’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는 ‘젊음’ 이었다. 그렇다. 신촌은 아주 오래전부터 ‘젊음’하면 떠오르는 그런 장소였다. 지리적으로 주변에 위치한 서강대, 신촌, 이화여대의 가운데에 있어 많은 대학생들의 생활 터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왼쪽으로는 홍대와도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던 게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무엇이 신촌을 젊음의 상징으로 만들었을까’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며 생활 터전처럼 여기는 사람으로서 요즘 신촌을 보며 우리는 과연 젊음을 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곳곳에 보이는 공실,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임대 문구를 보며 마치 몇 십년 동안 신촌을 지키며 머물렀던 사람 마냥 ‘신촌도 예전 같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이러한 풍경은 이대 쪽으로 가는 길목인 신촌 명물 거리에서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뉴스에서도 몇 차례 보도된 적이 있지만, 이대 쪽 상권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신촌 쪽도 상황이 좋지는 못하다. 인상되는 임대료로 인해 원래 신촌을 지키고 있던 가게는 하나 둘씩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그곳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혹은 공실로 남아 계속해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시간이 변함에 따라 장소의 모습은 바뀌기 마련이다. 신촌도 언제까지나 예전의 모습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 신촌의 모습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신촌의 젊음에 열광했던 이들은 변해가는 신촌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연하게도 이대와 신촌을 이어주는 길목에 위치한 명물거리의 상황도 좋을 수만은 없다. 게다가 경의중앙선이 다니는 지상 신촌역은 예전부터 역의 접근성과 활용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 이 글을 통해 신촌 명물 거리 부근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통해 이 공간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지, 이 공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신촌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할까. 신촌은 ‘죽어가는 젊음’ 대신 새로운 키워드를 가질 수 있을까. 만약 그러하다면, 그 키워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어떠한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까.’
듣던 대로 신촌 명물거리는 공실들이 많았고, 방학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많이 붐비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모습만 보이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전 한 회사가 신촌 역사 건물에 입주를 하였고, 신촌 역사 바로 앞에 있는 신촌 청년 푸드 스토어 역시 공실보다는 영업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명물거리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신촌 문화 발전소, 바람산 어린이공원 등 근린 생활환경도 잘 조성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근처에는 ‘신촌 맛집’이라고 꼽힐 만한 식당들, 특색 있는 카페들까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직 신촌이 ‘다 죽어가는 마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증거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접근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골목 특성상 급작스럽게 경사가 가파르거나 한 부분이 있었고, 이에 관해서 어떤 장소에서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등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이 모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인지를 고민해보았을 때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추가적인 경사로 설치 등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 보였다.
신촌의 젊음은 아직 곳곳에 살아있었다. 그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며 예전에 비해 빛나고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더 잘 갈고 닦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 반짝이고 새로운 물건이 생겨나더라도 빈티지의 매력은 달라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이른바 새로운 ‘핫플레이스’들이 생겨나더라도 예전의 젊음을 갈고 닦은 신촌은 ‘철든 신촌’으로써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동네로 남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매력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신촌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새롭게 생겨나길 바란다.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며 ‘젊음’을 느끼고 있는 학생으로서 시간이 지나 다시 신촌을 찾았을 때, 그때 신촌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사진: <local.kit in 신촌> 박시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