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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문 마을에서, 푸른 봄을 기다리며

청춘의 본고장, 신촌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엿보다

by 로컬키트 localkit

Prologue. 해가 저문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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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문 마을에서 어슬렁거리는 악취미가 있다. 볼거리가 없기로 정평이 난 곳이지만, 정처 없이 유랑하는 사람 구경하기엔 어지간히 좋은 장소다. 그들은 술에 절어 고성을 지르거나 곧잘 공허한 눈으로 비틀거린다. 어깨라도 부딪힐까 몸을 움츠리는 습관을 들인 지도 오래다. 홍대나 강남 같은 핫플레이스를 닮았느냐 묻는다면 - 글쎄, 양껏 꾸민 사람들로 지하철역 입구가 미어터지는 광경을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잘 나가는 그들이 이런 케케묵은 곳까지 찾아올 리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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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이곳도 시대를 풍미하던 젊음의 거리였다. 대학생, 예술인, 사회운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창조한 마을의 문화는 다분히 실험적이고 저돌적이었다. 삐딱한 객기라는 지탄, 자유를 향한 선망을 양분 삼아 활개 치는 청년들의 발걸음에 대중은 열광했다.


어쩌다 마주친 / 그대 모습에 /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 -


학생 운동부터 소극장 공연, 언더그라운드 음악까지. 뜨거운 청춘의 목소리로 새긴 대학 문화의 거점으로서 찬란히 빛나던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신촌을 대체할 공간들이 무수히 늘어난 것이다. 특색이 사라지니 상권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인파로 붐볐던 골목은 이제 황량하기 그지없다. 텅 빈 거리와 가게들을 마주하면 한탄스러울 지경이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주변에 대학이 많으면 무엇 하나. 이 마을에 애정 어린 시선을 두고 문화의 명맥을 이으려는 움직임은 온데간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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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은 이제 신촌만의 것을 잃었다. 새마을(新村)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구닥다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해가 저문 이 마을에서 맞이하는 겨울은 식어버린 커피처럼 씁쓸하다. 그 쓰라림을 잊으려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버릇을 들였다. 유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그 시절 청춘의 흔적을 찾겠다는 까닭으로.


여전히 스타광장에선 버스킹 공연을 한다. 여전히 홍익문고 앞 피아노에선 길 가던 이들이 멈추어 연주를 한다. 여전히 독수리 다방에선 커피 향이 감돌고 신촌극장에선 공연의 서막이 열린다. 여전히 신촌은 누군가의 아침을 여는 등굣길이자 오후의 산책로이고 한밤의 별무리일 테다. 그렇다, 나는 여전히 작게나마 빛을 내는 것들을 놓칠세라 두려운 게다.


이 땅에 다시금 푸른 봄이 불어오길 바란다. 그리하여 다시금 청춘의 노래가 울려 퍼지길 바란다. 그런 일념을 지니고 걸어가는 이들에게 물었다 – 신촌의 미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글·사진: <local.kit in 신촌> 김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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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우리는 잇고 엮는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Place: 서대문 청년창업센터

Interviewee: 서대문구 청년정책과 청년벤처팀 임성열 주임


Ep.2 방랑하는 청춘이여, 이곳에서 도약하라

Place: 서대문구 신촌문화발전소 3층 카페 바람

Interviewee: 신촌문화발전소 김안나, 한보미 매니저


Ep.3 울려퍼져라! 신촌-문화

Place: 신촌 드림합주실 연대점

Interviewee: 드림합주실 우승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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