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화예술의 활주로, 신촌문화발전소에서
– 신촌의 미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Place: 서대문구 신촌문화발전소 3층 카페 바람
Interviewee: 신촌문화발전소 김안나, 한보미 매니저
*두 사람은 신촌문화발전소 청년예술창작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 프로그램 중 김안나 매니저는 공연을, 한보미 매니저는 전시를 주관한다.
Q. 안나 님, 보미 님 반갑습니다! ‘신촌문화발전소’라는 이름이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공간인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신촌문화발전소(이하 발전소)는 2018년 6월, 청년 문화예술의 발전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지니고 설립되었습니다. 청년 문화 활성화를 위해 신촌 일대를 재구축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약 50석 규모의 공연장과 전시 공간, 스튜디오 창, 카페 바람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어요.
Q. 이곳 카페 바람으로 올라오면서 1층 공간의 기획 전시를 보고 왔어요. 그런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대개 프로젝트 공모를 받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기획 전시와 같은 경우 전형적인 화이트큐브가 아니다 보니 공간의 방향성 혹은 실험적 연출이 가능한 팀을 섭외하여 진행하기도 해요.
그동안 어떻게 하면 발전소의 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가 적잖이 들어왔습니다. 2024년에 첫 공모 사업을 진행했는데, 5팀을 선정하는데도 200팀이 넘는 청년 예술인들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선정된 팀에게는 프로그램 기간에 공간, 예산, 홍보 등을 지원해 드려요. 좋은 아이디어가 많아도 현실적인 제약 탓에 발전소가 모두 품을 수가 없다는 고민을 늘 하고 있네요.
Q. 정말 많은 청년의 아이디어와 마주하셨겠군요. 설립 취지에 걸맞게, 신촌문화발전소가 청년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거점 공간의 유무는 정말 큰 차이라고 봐요. 지역 차원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의 존재 자체에 큰 힘이 있거든요. 기획 프로그램 또한 신진 예술가들의 도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니, 성장의 기반이 된다는 측면에서 발전소가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모 사업을 했을 때 좋은 기회라 여기고 지원해 주신 분들이 많았던 것처럼요.
Q. 청년 예술인들에게 신촌문화발전소와 같은 기회의 장이 부족하다고 보시나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예산과 투입되는 인원은 늘 한정되어 있으니, 예술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어요. 청년 예술인들은 그런 기회가 더 많기를 바라니 균형이 맞지 않는 셈이죠.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서 창작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신촌이 젊음을 대표하는 문화의 중심지였던 시절에는 청년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도 여럿 있었는데, 이제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죠.
Q. 신촌과 청년, 그리고 문화. 이들은 어떻게 서로 연계되어 있나요?
‘신촌’이라 하면 청년들의 대학가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죠. 또 그 대학생들이 서로 다양한 의견과 담론을 나누며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활동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런 신촌만의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두 분께 과거의 신촌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신문물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었어요. (웃음) 스타벅스나 크리스피 도넛 같은 것들이요. 특히 이대 쪽은 미용실이나 옷가게가 많았고요.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찾아가게 되는 곳들이 꽤 많았어요. 혜화의 대학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젊은 대학가의 이미지였죠.
Q. 당시에는 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정체성도 뚜렷했던 것 같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신촌을 특색 있는 공간이라기엔 예전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끝까지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촌인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신촌극장’*이나 ‘홍익문고’**같은 공간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처럼요.
*신촌극장: 2017년 개관, 대학로가 아닌 신촌에 극장을 열기 위해 의기투합한 인물들 덕택에 ‘신촌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소극장
https://magazine.sfac.or.kr/html/view.asp?PubDate=201711&CateMasterCd=300&CateSubCd=1447
**홍익문고: 1957년 노점에서 시작해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촌역 앞을 지키고 있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https://brunch.co.kr/@cinemom/21
Q. 그런 공간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네요. 신촌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사라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수익성이 낮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봐요. 문화예술 분야는 자생하기가 무척 어려운 편이에요. 순수 예술은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진 예술가들은 생계적인 문제를 겪기도 하고, 자금난을 겪는 문화예술 공간들도 많습니다. 국가에서 많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거의 신촌은 문화예술이 융성했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으니 대중들의 관심도 덜하고요.
Q. 신촌 문화예술이 다시금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문화예술 분야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근본적으로 예술인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원 사업에 의존하는 현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타파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발전소와 같은 문화예술 기관들도 지원 방식이나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 같아요.
지역적인 차원에서는 신촌이 청년과 문화예술의 거점 공간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인디 공연 페스티벌 같은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하면서, 그런 감각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Q. 더욱이 신촌문화발전소라는 문화예술 거점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걸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네요. 앞으로 나아가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신촌은 어떤 장소가 되기를 바라시나요?
대학생들이 많은 신촌이잖아요. 그런 만큼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시도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원하는 누구든지 찾아와 노래할 수 있는 곳, 실험적인 것들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곳이요. 시행착오에 관대한 공간이 된다면 좋겠어요. 여기서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펼쳐도 괜찮다는 그런 느낌 말이죠.
Q. ‘시행착오에 관대하다…’ 그런 이미지가 잘 형성되어 신촌 문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신촌문화발전소와 늘 함께해 주시는 두 분께 앞으로의 포부를 여쭙고 싶어요. 소박한 것이라도 좋아요.
발전소가 지금처럼만 운영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예산을 엄청나게 늘려서 더 많은 예술인을 지원해 드리는 것도 좋겠지만, 저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이곳을 찾아 주시는 모든 분이 무탈하게, 무탈하게 향유하고 가시기를 바라요.
글: <local.kit in 신촌> 김서정 에디터
사진: <local.kit in 신촌> 김서정 에디터, 신촌문화발전소
Connected to…
Prologue. 해가 저문 마을에서
청춘의 본고장, 신촌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엿보다
Ep.1 우리는 잇고 엮는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Place: 서대문 청년창업센터
Interviewee: 서대문구 청년정책과 청년벤처팀 임성열 주임
Ep.2 방랑하는 청춘이여, 이곳에서 도약하라
Place: 서대문구 신촌문화발전소 3층 카페 바람
Interviewee: 신촌문화발전소 김안나, 한보미 매니저
Ep.3 울려퍼져라! 신촌-문화
Place: 신촌 드림합주실 연대점
Interviewee: 드림합주실 우승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