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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kit 4호선 프로젝트: 노원

노원의 이야기들

by 로컬키트 localkit

#첫 번째 글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 일대
수도권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의 환승역
서울 동북부 최대 주거 밀집지
외곽 주거지로서의 서울


월평균 승하차 인원: 약 121만 명
역 유동인구: 하루 약 88,000명
주거 비중: 아파트 약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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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북쪽 끝에 위치한 노원은 정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 중 하나다. 1980년대 대단위 아파트 단지 개발로 형성된 노원은 현재까지도 전체 주택의 약 80%가 아파트로 구성된 전형적인 주거지이다.


노원역 월평균 승하차 인원은 약 121만 명으로 4호선 전체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이며, 역 인근의 유동 인구는 하루 평균 약 8만 명이 넘는다. 노원의 주거 인구 대비 직장 인구 비율은 약 7.1:1로 서울 평균인 2.4:1과 비교했을 때 주거 인구 비율이 3배가량 높은 편이며,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평균 55분동안 서울의 도심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는 서울이 ‘일하는 공간’과 ‘사는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노원은 명백하게 서울의 ‘사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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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도시들이 존재한다. 명동이 관광객의 도시라면 여의도와 강남은 직장인의 도시다. 그리고 노원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다. 조금 더 정확히는 서울 중심의 이촌, 마포와 같은 주거지와 달리 노원은 서울의 외곽에서 밀도 높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다. 그렇다면 서울 중심과 외곽의 거주지는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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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과 외곽의 주거지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노원엔 화려한 관광지나 상징적인 랜드마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학원가, 서점 그리고 공원과 같은 거주민 중심 생활 인프라는 잘 구성되어 있다. 역 주변에 밀집된 쇼핑몰과 문화시설은 지역 거주민들의 생활과 여가를 책임지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 사이에 놓인 하천과 공원 같은 녹지는 지역 주민의 일상 속 휴식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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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엔 아파트가 매우 많다. 16개 단지 규모의 상계 주공 아파트는 물론, 인근의 중계·하계동 역시 아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아파트 덕분에 노원은 서울에서 면적당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인구 밀도가 높기에 의식주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공급이 일어나고 결국 지역 주민들은 더욱 다양한 경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노원, 이 도시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노원역은 단순한 이동 지점이 아니다. 서울 외곽 주거 도시의 시작점이자, 반복되는 일상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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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local.kit> 김현승 에디터


#두 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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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안산, 군포, 안양, 과천 등 경기남부 주요 도시를 지나 사당을 만난다. 서초·강남으로 향하는 시민을 떠나보내고 마주하는 용산과 서울역, 그리고 명동. 동대문을 지나 대학로에서 젊음을 만끽한 뒤 미아리 고개를 건넌다. 수십 킬로미터를 달려온 하늘색 열차를 맞이하는 이곳, 노원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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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을 찾았던 날이었다. 날짜로는 봄이 한창이지만 비가 내려 유난히 쌀쌀했던 5월. 공원에 하나 둘 피어나는 꽃들이 금세 떨어질세라 괜스레 더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날씨였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추위를 버티며 당당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늘 나다울 수 있음을 꿈꾼다. 스스로의 내면을 가꾸는 것은 물론이요, 외부에서는 나와 맞닿는 어딘가를 찾아 수없이 헤맨다. 그렇게 만난 사람, 일터, 음식, 공간은 이내 친구가, 직장이, 단골이 되어 스스로와 연결짓는다. 그래서일까, 핫플들을 보면 특유의 분위기를 고집하는 공간들이 유독 승승장구하는 듯하다. 누군가에 의해 잘 정돈된 나의 취향을 마주하는 것은 제법 흥미로운 일이기에.


반면 노원은 이와는 대척점에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개성이 풍기는 공간이 적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다. 하지만 외려 누구를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역설적이게도 노원은 모두를 위한 곳이 된다. 누군가의 취향으로 덧칠되지 않은 곳, 힘들여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나여도 괜찮은 곳. 노원은 그런 곳이다.

노원에는 솔직한 공간들이 많다. 과하게 꾸미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한 공간들. 카페에서는 커피를 내리고, 밥집에서는 따뜻한 한 끼를 준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그런 단순함은 명쾌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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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의 여백은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허락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을 선물받는다. 멈춤이 허락된 공간에서 비로소 우리는 존재와 삶의 감각을 되찾는다.


여백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채워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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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local.kit> 오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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