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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kit 4호선 프로젝트: 명동(2)

명동의 이야기들

by 로컬키트 localkit

#첫 번째 이야기

움직이는 빛의 거리, 명동


서울특별시 중구의 한 행정동, 과거에 명례방(明禮坊)이었던 이 지역은 현재 명동(明洞)이라 불린다.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밝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말 그대로 '빛의 골'이다.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들과 서민들이 모여 살던 이곳의 풍경은 근대 개항기, 일본공사관이 진고개 일대에 자리하며 급변한다. 일본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백화점과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한 번화가로 변모한 것이다. 이후 명동은 다방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인들의 소통 공간, 청년층의 대중문화 중심지로서의 장소성을 가지다 현재는 외국인 관광객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쇼핑의 중심지로서의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부터 2년 연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뽑은 ‘한국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방문지’에 명동이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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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상권은 펜데믹 이후 줄어든 관광객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며 공실률은 낮아지고, 상권의 매출은 늘었다. 올해 명동의 1분기 카드 매출은 2019년(코로나 이전)의 1.7배로 불어났다.***


또, 명동 1가와 명동 2가 합산 결제액은 2879원에 달하며, 전년 동기(1752억원)대비 64.3% 증가한 수치를 보인다.**** 2025년 외국인의 최다 방문지 또한 ‘명동’이다. 올해 상반기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약 455만명으로, 2위 인천 중구 운서동(약 407만명)에 인천공항이 자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동 방문객 수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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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명동 지역의 용도지역은 주로 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을지로입구역과 명동역 사이 명동중앙거리 일대는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상업활동이 활발한 지역임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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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이용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용도지역 구분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지역이 상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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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구분 및 건축물연령은 다음과 같다. 평균 건축물 연령은 20.3세로, 대부분이 노후불량주택 기준에 해당됨을 알 수 있다. 60대 이상의 오래된 건축물들은 명동중앙거리 일대와 다동무교동 음식문화의거리 일대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현재 명동은 그러한 근현대 문화를 간직한 채로 관광소비특구로서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의 명동은 도시 재생, 가로 경관 개선, 지속가능한 사업수단 확보 등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야마모토, 조호, 김선희, 양인실, 노상호, 이현경, 페스트라이쉬, E., 야마모토, 이야노, & 이매. (2019). 명동 길거리 문화사 [Myeong-dong].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ISBN 9791158664572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4).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 보고서 [PDF]. 관광지식정보시스템. https://know.tour.go.kr

***: 서울경제. (2025년 5월 1일). 올 들어 벌써 550만명 돌파…명동 외국인 카드매출 1.7배 뛰어. 서울경제신문.

https://www.sedaily.com/NewsView/2GSMPBSG7P

****: 매경이코노미. (2025년 7월 30일). 명동 넘어…을·충·당에 반하다 [데이터로 그려본 2025 외국인 상권 지도]. 매경이코노미. https://www.mk.co.kr/news/economy/11377449

*****: 위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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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local.kit> 에디터 이다현


#두 번째 이야기

언제나 소란 속에서


하나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내부가 불안정해져 분열되고 작은 입자들로 쪼개진다. 그 입자들은 또 다른 원자핵을 흔든다. 연쇄적인 상호작용. 서로 부딪히고 반응하는 과정 속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생겨난다. 핵분열의 과정은 우리 세계의 어떤 법칙을 담고 있다. 에너지는 언제나 서로 맞닿고 부딪히는 소란 속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말이다.


소란스럽고 복잡하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에 떠밀린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명동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감각들이다. 끝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서로를 스치며 오가는 발걸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교류와 움직임. 그 속에서 명동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가 생겨난다.


길거리 곳곳에 늘어선 야시장에는 먹거리가 줄지어 있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포장마차 앞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명동의 거리를 찾아온다. 좁은 거리를 매운 인파들 사이, 서로 다른 언어와 표정이 부딪히고 호기심 어린 눈빛이 주고받으며 작은 문화적 충돌이 일어난다. 그 충돌은 불협화음이 아니라 에너지가 된다. 도시를 채우는 생명력이 된다. 서로 다른 삶의 궤도가 스치며 만들어내는 짧지만 강렬한 만남은 이 거리 전체에 독특한 활기를 더해준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간판들과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은 도시의 맥박처럼 명동의 생명력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빛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방향을 잃은 듯 걷다 가도, 또 어느 순간 흘러가는 거대한 사람의 물결에 몸을 맡긴다. 무질서 속에서 생겨나는 질서가 있고, 소란 속에서도 이루어진 조화가 있다. 무질서와 질서, 소란과 조화 속에서, 생명력 넘치는 명동의 거리는 빛을 발한다.


명동은 단순한 상점 거리나 관광의 공간을 넘어선다. 그저 ‘사람이 많은 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충돌하고 반응하는 사람들, 흘러가는 언어와 감정, 부딪히는 시선 속 계속해서 스스로를 갱신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고요하고 정돈된 정적인 공간이 아닌,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교류 속에서 피어나는 도시의 생명력. 마치 핵 속의 입자들처럼, 사람들은 이 거리에서 부딪히고 서로의 틈을 열고 반응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소란 속에서 나는 도시의 에너지를 느꼈다. 명동은 혼란스러울 만큼 활기차고, 정신없을 만큼 생동감 넘치지만, 바로 그 속에서 도시가 가진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핵 속 입자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처럼, 언제나 소란 속에서, 명동은 도시를 채우는 생명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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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local.kit> 에디터 손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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