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편하게 울고 싶어"
나는 사람들 앞에서 울지 못한다. 울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슬픈 일이 생기면 노래를 부르거나 나무를 보며 위로를 얻었다. 가끔 일기를 쓰기도 했지만 혹시 누가 볼까 봐 없애버리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주위 사람을 챙기고 돌보는 역할을 하게 되고, 그렇게 괜찮은 사람으로 내 자리를 찾아갔다.
어릴 적 K-장녀 콤플렉스가 싫어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부모님께 걱정 안 끼치는 착한 아이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고민이 생기면 부모님께는 물론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믿음직한 맏이로서 동생도 잘 챙기고, 의젓하고 든든하다고 칭찬받고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은 속내를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친구들조차도 내가 힘을 줘야 할 대상이지 도움 받을 생각을 못했다. 내 마음을 터놓지 못하니 답답하고 외롭기까지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믿을만한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내 이야기를 했을 때 "넌 잘하잖아~", "넌 잘할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나는 '고민을 얘기하면 안 되나?', '그래! 씩씩하게 살아야지!' 하며 더 밝은 나로 만들어 갔다. 이때 '캔디'는 본받을 만한 모델링이 되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
나 혼자 있을 땐 어쩐지 쓸쓸해지지만
그럴 땐 이야기를 나누자
거울 속의 나하고
웃어라 캔디야 웃어라 캔디야~
울면 바보다 캔디 캔디야~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거울 속의 나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 혼자 우두커니 방에 앉아 고민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산책하며 나무와 대화하고 힘을 얻는 것이 유니크하다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내 뒤를 따라 관찰한다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할 거 같다.
사람과 대화하고, 사람 앞에서 울고,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다.
이제는 그러고 싶다.
#캔디 #K장녀 #장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