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하늘 Sep 26. 2023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사랑해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   

   

음악을 들으면 어깨를 들썩이며 흥얼거리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넌 어릴 때부터 장구소리, 북소리에 덩실덩실 춤을 추었지. 흥이 많은 아이야. 처음 선물 받은 ‘프란다스의 개’ 레코드판을 틀어놓고 하루 종일 목청껏 따라 부르던 너. 추운 겨울에 죽어가는 프란다스의 개와 소년의 이야기를 아파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구나! 저녁을 먹고 나서 온 가족이 이불을 덮고 둘러앉아 노래를 배웠어.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한 소절 한 소절 엄마 아빠를 따라 노래 부르며 환하게 웃었어. 즐겁고 따뜻한 시간이 아름답구나!

    

삶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어. 너의 청소년기는 외롭고 어두웠지. 출구가 없어 보이는 깜깜하고 긴 터널, 누군가 옆에 있어주길 바랐지만, 수줍고 겁이 많은 너는 홀로 그 길을 걸어가더구나. 축 처진 어깨로 고개를 숙이고 걷는 네 모습이 쓸쓸하고 애처로웠어. 친구들도 멀리하며 혼자 있으려 했었지? 철봉 밑에 우두커니 앉아서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너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너는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뎌왔구나. 고맙고, 사랑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네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워하던 것을 기억한다. 네 딴엔 열심히 했는데 상사들에게 혼날 때 너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알지 못했지. 그저 하라는 것 열심히 하고, 서로 사이좋게 진솔하게 지내면 될 줄 알았는데, 네 맘 같지 않았지? 엄마는 늘 잔소리했어. “직장은 가족과 달라.” 참 어려운 말이야. 넌 아직도 그것을 어려워하고 있지.

     

너는 늘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하지. 그런 마음을 지키고 있는 네가 대견스러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려 했던 모습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다른 이는 부족하다 탓할 수 있지만, 나는 너를 응원하고 싶구나! 나는 너의 진심을 믿어주고 싶어!     

몇 번의 유산 후 늦은 나이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너의 귀염둥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사랑스러운 아들! 너는 어디를 가든 아이를 업고, 메고 다니더구나! 결혼 전에는 방청소도 하지 않던 네가 아이를 위해 매일 걸레질을 하고 몸에 좋은 이유식을 만드느라 고심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러웠어. 너의 아들은 어느새 훌쩍 커서 중학생이 되었구나! 맞벌이 직장맘 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토닥토닥. 애썼다! 잘했어! 칭찬한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너는 무척 열심히 살았더구나.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되는데 무엇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니? 조금 못해도, 조금 부족해도 너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귀하고 아름답단다. 네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있는 모습 그대로, 너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단다.     

무엇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