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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늘 Sep 26. 2023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사랑하는 내 딸, 소중한 우리 딸!

어느 날 딸아이가 엄마, “내 손은 왜 이렇게 못생겼어?” 물어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밝게 지내는 줄 알았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자기 얼굴이 못생겼다고 하고, 오늘은 손이 안 예쁘다고 투덜거린다. 손이 다른 사람보다 크긴 하지만, 손가락도 길쭉길쭉하고 통통하니 내가 보기엔 괜찮다. 내 손은 짧고 통통한데 아빠 손을 닮아서 손가락이 길고 보기 좋다.

    

뽀얀 얼굴에 큰 키, 귀여운 미소가 예쁜 딸애는 어느새 사춘기 소녀가 되어 있었다. 여자애, 남자애 할 거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놀던 아이가 요즘엔 부쩍 외모 얘기도 많이 하고, 관심 있어하는 남자친구 얘기도 슬그머니 내놓는다. 내가 보기엔 지적이고 한국적인 미인인데 딸애는 자기 외모에 대해 불만이 많은가 보다. ‘내가 키우면서 뭔가 잘못했나?’ 돌이켜보게 된다.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 실은 너무 못생겨서 침대 옆으로 밀어두었다. 얼굴이 쭈글쭈글하고 눈, 코, 입도 또렷하지 않았다. 원숭이 같다고 해야 하나? TV에서 보던 아기들과는 달랐다. ‘아기가 이렇게 생길 수 있다니!’ 처음엔 충격이었다. 몇 달이 지나도 눈은 작고 위로 쭉 찢어지고, 코는 납작하니 들렸고, 입은 조그맣다. 몽골리안 얼굴이다! 얼굴이 두부처럼 뽀얀 거 빼면 여자애인데 이렇게 못생겨서 어쩌나 걱정이었다. 다행히 자라면서 오동통하니 귀여웠고 점차 이목구비도 또렷해졌다.

      

아이는 오물오물 뭐든지 잘 먹어서인지 또래보다 힘도 세고, 아구똥했다. 한 번은 남동생이 동네 형한테 맞고 울면서 온 적이 있었다. 딸애가 혼내주겠다고 나갔는데 자기보다 큰 키를 보고 이길 자신 없었나 보다. 몰래 뒤로 가서 뒤통수를 때리고 냅다 도망 오는 것이 아닌가! 큰 애의 행동이 어이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그때는 애들 몰래 뒤따라가 어떻게 하고 오나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맏이로서 동생도 잘 돌보고, 자기 할 일도 똑 부러지게 하는 든든한 딸이었다.

     

옛날에는 고물장수를 엿장수라고 불렀는데, 엿장수 아저씨가 흥겹게 장구를 치며 가위를 철커덕거리면서 마을을 돌아다녔다. 집에서 안 쓰는 주전자나 가전제품, 신발 등을 가져가면 커다란 가위로 ‘챙챙챙’ 소리를 내며 엿가락을 떼어줬다. 동네 아이들은 엿 한가락 얻어먹으려고 동화책 속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르는 쥐들처럼 장구 소리를 따라다녔다. 딸 애가 서너 살 때였던 거 같다. 집에서 밥을 먹다가도 엿장수의 ‘덩기덕! 덩기덕!’ 장구 소리가 들리면 신발도 신지 않고 달려 나가 어깨춤을 추며 따라다녔다. 어린것이 어떻게 그 소리를 듣고, 강아지가 주인을 반기러 나가듯 뛰쳐나갈 수 있을까! 기가 막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금지옥엽 키운 큰 애는 친구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 동네를 돌아다녔다. ‘나중에 사업가가 되려나?’ 생각이 들었다가도 하루 종일 언니, 동생,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만나러 다니는 모습이 못마땅할 때도 있었다. 친구들 고민이나 들어주고 착하게만 살다가 이 험한 세상에서 상처를 입고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너보다 못한 애들 그만 만나고, 너보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애들이랑 놀아~” 답답한 마음에 한소리 하면 딸애는 “엄마, 얘네들이 더 착해!” 오히려 역정을 냈다. 나쁜 길로 안 빠져서 다행이긴 하지만, 야무지지 않은 모습에 속상했다.

     

돌이켜보니 딸애를 키우면서 눈, 코, 입이 몽골사람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던 거 같다. ‘별 뜻 없이 한 말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었나? 외모 콤플렉스가 생겼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늘아, 내가 한 말이 신경 쓰였다면 미안해. 귀엽다고 한 말이었는데, 너한테 상처가 되었니? 엄마한테는 우리 딸이 제일 예쁘고 좋단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내 딸! 친구처럼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의지가 되는 듬직한 우리 딸! 남 주기 아까운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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