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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과장 Sep 02. 2023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거울이 없어도 재밌는 공간

  

  아무리 수평을 외치지만 어떻게든 수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 사회에서 가장 평등한 곳은 어딜까. 감히 엘리베이터라고 단정 지어 본다면 어떨까.

(나에게 글쓰기 영감을 주는) 화장실을 떠올리긴 했지만 화장실이 집무실에 딸려있는 분들을 보아서 탈락, 적어도 내가 근무했던 공간엔 높으신 분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는게 확실한게 공영방송 TV에서 봤던 분을 마주친 적도 있고, 사내 방송에 가끔 나오시는 분들도 마주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혹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흥미로운 장면들을 몇 가지 목격하게 되는데, 제아무리 우리 층 대장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다 하더라도 다른 층 사람들은 우리 대장님이 대장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인사는 물론이거니와 새치기를 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어떤 대장의 하수인 무리들은 과도한 제스처를 하며 행여나 그가 다칠 까 이미 열리고 있는 엘리베이터문을 손으로 막는 시늉을 하질 않나 아주 보기 좋더라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 들이나 예전 부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 몇 마디 나누다 내 엘리베이터를 올려 보낸 적이 많은 나는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아는 사람이 있어도 대화중인 무리들이 있다면 가끔 가만히 듣기도 하는데 그 무리 중 재밌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푸풉 한 적이 있는 데다 우리 팀 사람의 체지방율을 알게 되기도 하고. 사내 커플이 뒤로 손을 쓰윽 잡는 걸 목격하고선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는 그들만의 연애를 보는 장면도 매우 짜릿한걸!


  어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우리 팀 일본인 여성 임원 분과 같이 타게 되었다. 팀 staff분 들도 같이 계셨는데 오늘 고객이 와서 그런가 평소보다 좀 다른 옷을 입으셨길래 ’어머 ㅇㅇ임원님 오늘 치마 되게 예뻐요!‘라고 칭찬을 했는데, 그 임원분 께서 나에게 ‘치마만?’이라고 하시는데 어버버 하는 나, 그걸 바라보는 staff무리들, 농담 던져두시고 행복해 보이시는 임원 분의 컬래버레이션이라니. 다행히 우리 층에 빨리 도착한 엘리베이터 덕분에 내리면서 다 같이 깔깔 껄껄 웃을 수 있었다. 치마가 제일 별로고 나머진 더 멋지다는 뜻 이랍니다 라는 류의 대답을 하기 위한 사회생활 하려면 한참 남았다.


  그런데, 수평적인 공간이 엘리베이터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보면 수직을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엘리베이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 윗 분들은 높은 층에 계신 걸까. 6학년이 고층을 쓰는 초등학교 생활이 시작일까. 엘리베이터 회사들은 어떤 생각으로 엘리베이터를 만드는지 궁금해져서 유명한 회사들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더 빨리 높은 곳에 올려드리겠습니다 는 아니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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