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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과장 Sep 06. 2023

그래도 축하한다고 해 줘요

회사 동료들과 생일 보내기

  이번주 일요일은 내 생일이다. 부서에서 선물로 와인을 주는데, 명단을 보니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 둘이나 더 있었다. 학창 시절엔 한 명도 못 만났는데, 유명인 중에 한 명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출전 선수 명단에서 혹시 나와 같은 생일인 선수가 있나? 해서 찾은 게 독수리 최용수 선수였다(요즘 20대 친구들은 누군지 알까?). 회사에 와선 입사 동기오빠와 입사 때 부서의 선배 한 명이 나와 생일이 같길래 신기해했는데 지금의 부서에서 무려 두 명이나 있다니?

  그중에 한 명은 마주치기도 싫은 분이라는 게 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데, 매 년 내 생일 때마다 그분이 생각날 것 같은 게 가장 싫고 내가 그분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걸 아는 친한 동료들이 운명이네 뭐네 하는 frame을 씌우는게 그 다음으로 싫다. 아무도 얘길 하지 않으면 누가 생일인지도 모를 회사생활에서 꼭 이맘때쯤이면 생일인 사람들 모아서 축하를 해 주며 분위기가 좋은 부서인척 하는 시즌인지라 공용 테이블에 케이크 두고 동그랗게 서서 축하하는 그 장면이 너무 싫다. 게다가 가사는 또 왜 이런지. 사랑하는 뿅뿅뿅? 으으으으. 게다가 다음날까지 종이판 위에 케이크가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치우는 사람 한 놈도 없는 꼴을 볼 때면 엄마가 내 방 정리할 때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소소한 기념일을 챙기려 하는 기념인간이다. 거창한 파티를 하는 건 아니고 새 차 산 날, 처음 만난 날, 라거/에일이가 우리 집에 온 날 등에 와인 한 잔을 먹거나 항정살에 소맥을 먹거나 하는데 하물며 내 생일은 어떨까. 작년 내 생일은 추석과 겹쳤는데 남편이 먼저 내려가있느라 생일을 그냥 넘어가버릴 뻔 한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 조각케이크이라도 하나 사서 초 안 불어주냐고 울고불고 서운해했었는데, 30대 이상은 생일축하하는 것도 민망하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건네주는 생일축하 인사는 정말 기분이 좋단 말이지??​


  어제는 앞 셀 사람들이랑 어쩌다가 저녁을 같이 먹다, 그중에 한 분이 이런 얘길 했다. ‘제 생일 누가 챙겨주는 거 진짜 싫어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부서에서 막상 챙겨주니 너무 좋았다’고. 마침 함께했던 멤버들 중에 8일에 생일인 분도 있었는데 본인이 꼭 생일축하해 주겠다고 했다. 앞 셀이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던 건가? 아니면 그냥 축하하는 게 좋았던 건가? 나도 막상 부서에서 케이크불어 주면 기분 좋을까? 금요일에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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