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동반자-우울증
본래의 내 모습으로 살고 있는 요즘.
드디어 애증의 회사 여직원과 대면을 했다.
1년 넘게 그 여직원을 가지고 혼자 끙끙 앓았는데, 우연찮게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먼저 이야기를 청했고, 이야기를 끝낸 후에야 내 마음속에서 놓아줄 수 있었다.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보고 왜 그 애가 그렇게 행동하는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진작 이렇게 할 수 있었지만 안 한 이유는 두려워서였던 것 같다.
그 여직원을 최대한 좋게 해석하고 싶은데, 실제로 확인해서 나쁘게 나와버리면 진짜 끝나는 거니까 계속 피한 것 같다.
웃긴 건 이미 서로 대면 대면한 상태라 사이가 더 좋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는데도 그랬다.
어쨌든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데 나는 너무 답답해졌다.
결국 내 언성이 높아졌다.
- 도대체 너는 왜 그러냐!
- 진짜 그렇게 끝까지 남 탓만 하는구나?
- 너는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냐? 진짜 그게 좋다고?
- 내가 너 보고 있으면 너무 답답해서 그런다!
- 그냥 좀 편하게 살아! 편하게!
그 여직원은 나와 상반되게 계속 차분하게 대응했다.
- 저는 주임님 무시한 적 없어요.
- 제가 언제 남 탓을 했다는 거죠?
- 주임님이 항상 반말하시다가 갑자기 존댓말로 인사 받아주시니까 무서워서 그랬어요.
- 네. 저는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합니다.
- 그게 주임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서로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는 하게 됐지만, 여전히 감정의 골은 깊어진 채 대화는 끝났다.
도돌이 표. 서로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하고 끝났다.
나는 그 여직원이 모두를 적으로 돌리면서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진급에 집착하는 게 이해가 안 됐고, 여직원은 자신은 열심히 일하고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데 왜 자신을 적대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서로 간에 쌓인 무수히 많은 오해 속에 감정만 상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일로 오랫동안 앓던 응어리가 풀어졌다.
한 사람을 영원히 잃었지만 원래부터 잃었으니 잃은 건 아니었고.
그냥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남았다.
왜 저렇게 괴롭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그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이라니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직원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의사에게 바로 털어놓았다.
- 먼저 다가가신 거네요?
- 네. 기회가 있어서 얘기 좀 하자고 했죠.
- 혹시 일방적인 분위기였을까요?
- 아무래도 제가 직급이 높으니 그런 느낌이긴 했을 수도 있는데 걔도 할 말은 다 했어요. 그래서 그 애가 이해가 됐어요.
- 전에도 상사한테 서운하다고 직접 토로했다고 했는데, 요즘은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을 다 하시네요.(웃음) 그게 본인 모습일까요? 어떨까요?
- (웃음) 네. 제 모습인 거 같아요.
- 그게 마음에 안 드세요?
- 네. 마음에 안 들어요.
- 왜요?
- 제 감정은 편하지만 상대가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 그러면 이런 일이 있을 때 피드백 해줄 수 있는 동료가 있을까요?
- 어... 네. 있어요. 제 감정에 공감해 줬어요. 그래서 자기도 그 직원이랑 그래서 이야기 안 한다고, 저보고 이야기한다고 고생했다고 해줬어요.
- 그렇다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너무 나쁘게 생각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상대에게 무해하기만 한다면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그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요? 그때 상처가 많이 됐는지, 그랬다면 내가 그래서 미안했다라고요.
- 어... 그러면 더 성숙한 내가 될 거 같긴 하네요. 그렇지만...
- 이걸 한 번 도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네에...
그리고는 딸이 중1 올라가는데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 그러면 다 잘 지내고 안정적이시다고 하면서 웃으며 진료를 마쳤다.
그 여직원에게 그때 상처가 됐냐고 물어보고 미안하다고 물어보기.
너무 어려운 과제를 내주었다.
하면 분명 좋겠지만 너무 하기 싫다.
싸운 아이들에게 서로 사과하라고 시키는 그런 일인가?
하지만 의사의 몇 가지 질문으로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긴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였는지, 다른 직장 동료들은 어떤 반응이었냐는 지.
내가 한 일이 그 여직원에게 너무 공격적인 일이었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꼭 그렇지마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여직원에게 사과하기인데... 내가 사과를 할 수 있을까?
평소에는 잘만 사과하는데... 왜 이렇게 하기가 싫을까?
아직도 성숙한 어른이 되기에는 갈 길이 먼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