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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elle Jun 09. 2023

다른 사람의 신발에 나를 넣어봤나요?

가족중에 지적장애인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영어속담중에 

"Put yourself in someone else's shoes" 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 사자성어로는 '역지사지' 가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겠다.


상대방 혹은 타인의 신발에 내 발을 넣어보란말은 말그대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을 이해해보란 뜻이다. 데이트 폭력, 보복 살인,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같은 뉴스들이 무슨 매일의 루틴처럼 끊임없이 보도되는 요즘처럼 이 말이 이렇게나 크게 와닿는 때가 있을까.

남의 신발은 커녕 남의 말도 중간에 끊어먹고 들을려고 하지도 않는 마당에.


더 소름끼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태도를 요즘 아이들이 무섭게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자극적인 저질 영상을 만들어놓고 노출수와 조회수만 대박나면 떙이라고 말하는 어른들과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최소한의 개념과 예의를 가르치지 않는 부모의 등을보며 자라난 아이들.


지난달 사이버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중학교1학년 아이의 뉴스가 올라간 영상아래 누군가 달아놓은 댓글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아이들은 점점 악랄해지고 어른들(가해자의 부모를 지칭하는)은 점점 뻔뻔스러워지고 선생들은 점점 무능해져가고있다."


올해 중학교를 막 입학한 어여쁜 딸을 1학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떠나보내야 했던 아빠는 인터뷰 내내 아이의 옷을 만지작 거리면서 운다. 고개를 푹 숙인 아빠의 눈물이 안경으로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

버스안에서 끔찍하고 가슴이 시리는 뉴스를 보다 눈물이 막 차오르는걸 겨우 애써 말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봉사활동 장소에서 내렸다.


주1회 만나는 이 기관의 아이들은 지적장애 혹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 3-7세 아이들이다. 나이별로 한반에 4-5명 정도로 학교 가기 전까지의 교육과정을 배우고 학습하고 있다. 날씨가 따스워지면서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은 꼭 숲에가서 햇빛도 쬐고 자연물 놀이를 할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일정을 짜시는데 아이들과 1:1로 보조가 되어야 원활히 왔다갔다 할 수 있어서 봉사자가 꼭 필요하다. 한 학급에 담임선생님 한분과 보조선생님 한분이 계시지만 말만으로는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들 네다섯명은 선생님 두분이서 케어가 될수 없겠구나- 라는 것을 봉사 첫날 알게됬다.


나는 봉사를 하면서 4개반과 함께 했다. 한반에 붙박이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날 그날 숲에 나가는 반에 배정을 받았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3살 아가랑 모래놀이도 하고 다리가 불편한 6살 친구와도 같이 나무계단을 한참 올랐다. 지적장애로 말은 못하지만 손바닥에 그림을 그려주면 물끄러미 손가락을 바라보던 7살 여자 아이랑 징검다리건너기도 해보았다. 흙바닥에 주저 앉아 떼부리던 5살 친구를 안아 올려서 통나무 건너뛰기도 시켜보고 앞만보고 돌진하는 6살 친구의 손을 꼭잡고 친구들 기다리며 천천히 걷기 연습도 해보았다.


내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 중에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친구는 단 3명이였다. 나머지 아이들은 나와 눈마주침이 잘 되지 않았고 반복행동과 (손가락을 튕긴다는지, 계속 입에 뭔가를 넣는다던지, 왔다갔다 한다던지, 사운드북의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른다던지) 완전히 시선을 집중시켜야 겨우 반응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오랜시간을 함께한 담임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확실한 반응이 나왔고 나랑은 더 어려웠다. 


주1회 3시간.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나. 알 수 있나? 장애관련 전문가가 아니니 모르겠다. 하지만 그 철렁하는 마음은 어렴풋이나마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뱃속에서 열달을 귀하게 보듬었던 아이를 마침내 품에 안았을때 뭔가 다르다는 것을. 놀이터에서 유치원에서 어린이집에서 다쳤다는 소식을 들을때도 마음이 쿵- 하는데. 


7주째 봉사하면서 제법 익숙해졌다고 아이들이랑 요렇게 조렇게 놀아주다가 아이들 머리를 요렇게 쓰다듬어주고 우유마시고 하얀 수염난 입을 휴지로 닦아주고 쪼륵- 나온 콧물을 닦아주다가 문득

분명 이 아이들은 자기를 돌봐줬던 따뜻한 손길들을 기억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이 손길과 눈빛을. 


그리고 갑자기 떠올랐다. 지적장애를 가진 나의 사촌동생. 

사촌동생이 뭔가 이상하다- 라고 느꼈던게 언제지..? 하고 생각해보니 중학생때 였던것 같다. 

내 책상위에 있던 종이에 꽉 채워서 반복적으로 써놓은 서울지하철역명들. 


그걸 보고 아- 이런게 지적장애인가...? 동동이가 이렇게 된건 병인건가...? 왜 그런거지?

외삼촌, 외숙모에게 차마 직접 여쭤보진 못하고 혼자 생각했던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도 직접 여쭤본적은 없다. 엄마를 통해 전해들은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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