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한때 인터넷 세상을 여는 '창'에 불과했던 웹 브라우저가 이제는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개인 비서'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브라우저와 결합하면서 가속화되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일일이 검색하는 시대가 저물고, 의도를 말하면 AI가 알아서 결과물을 가져다주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새로운 AI 브라우저 시장의 패권을 두고, 퍼플렉시티의 '코멧'과 OpenAI의 '아틀라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브라우저는 각기 다른 철학으로 미래의 웹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코멧'은 현재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신속한 정보 정리'에 집중한다. 코멧의 최대 강점은 속도와 안정성이다. 복잡한 기능보다는 사용자가 가장 자주 하는 웹 리서치와 요약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한 역사 동호회 회원이 특정 역사적 전투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을 비교 분석하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관련 기사 5개와 1시간짜리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찾아냈다. 코멧을 활용하면, 각 기사의 핵심 논지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다큐멘터리의 주요 장면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스크립트를 받아볼 수 있다. 모든 정보에는 명확한 출처가 표시되어, 신뢰할 수 있는 자료 수집이 가능하다. 코멧은 마치 유능하고 발 빠른 자료 조사원처럼 작동한다.
이에 맞서는 '아틀라스'는 당장의 속도 경쟁보다는 '고도의 작업 수행'과 '창의적 보조'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린다. 아틀라스는 OpenAI의 강력한 GPT 모델을 기반으로 하여, 단순 정보 요약을 넘어선 자율적인 작업 처리가 가능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코멧보다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웹페이지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한 요리 블로거가 해외 레시피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조리법을 발견했다고 상상해 보자. 재료 목록이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파일로 올라와 있다. 아틀라스는 강력한 멀티모달 기능으로 이미지 속 재료 텍스트를 인식해 추출할 수 있다. 나아가 '커서' 기능을 이용해, 웹페이지의 편집창(예: 네이버 블로그 글쓰기)에서 바로 원본 레시피의 문체를 "친근한 대화체로 바꿔줘"라고 요청하고 즉시 수정된 내용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처럼 두 브라우저는 사용자에게 상반된 가치를 제공한다. '코멧'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 소비자'에게 최고의 도구다. 반면 '아틀라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고 싶은 '창작자'나 '기획자'에게 더 매력적이다. 현재 아틀라스의 핵심 기능이 유료 구독자에게만 열려 있고 macOS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은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반면 코멧은 비교적 접근성이 좋다. 또한 아틀라스의 '브라우저 메모리' 기능은 "지난주에 봤던 파란색 재킷 파는 곳 찾아줘" 같은 모호한 질문에도 답을 주지만, 이는 AI가 나의 모든 활동을 기억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AI 브라우저 시장의 진정한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코멧과 아틀라스의 경쟁은 시장의 절대 강자인 구글 크롬이 '제미나이' AI를 전면 통합하기 전까지 벌어지는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확실한 것은, 이들의 경쟁이 결국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링크를 찾는 서퍼(Surfer)에서, AI에게 임무를 맡기는 관리자(Manager)로 변모하고 있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