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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열음 May 08. 2024

아끼다 똥 된다?!

기분을 바꾸는 생각에 대하여

퇴근 후 집에서 마시는 맥주를 인생의 가장 큰 낙으로 여기는 직장인 이자와 미유키. 그녀는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행동한다. 짜릿한 그 첫 모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친근해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일본 드라마 '반주의 방식’ 이야기다.    


내게도 그녀만큼  모금이 아주 중요한 음료가 있다.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운동을 끝내고 서둘러   카페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미리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빨대를 빠르게 꽂는다. 그리고 얼음과 샷이 섞일  있도록 한쪽방향으로 재빠르게 돌린다. 지금까지 물을  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손에  커피가 더욱 간절해진다. 하지만 한번  참아야 한다. 이제  부어진 뜨거운 샷은 얼음을 녹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차가운 커피를 들이켰을 때 머리가 쭈뼛해지는 그 띵한 기분이란! 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내게는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게 하는 참 별것인 루틴이다.


며칠 전. 기분 좋게 욕조에 몸을 담갔던 날이었다. 따뜻한 물에 풀어진 몸의 나른함을 느끼며 차가운 커피 한 모금 딱 마시려는 순간. 아뿔싸. 손이 미끄러져 커피를 놓치고 말았다.   

  

“아악! 내 커피!!!”      


 모금도 마시지 못했는데, 그만 모두 욕조 안에 쏟아버렸다.   플라스틱 컵이 욕조 안에서 둥둥 떠다녔다. ‘에씨, 그냥 마실 . 괜히 멍청하게 참아서. 아끼다  됐네.’ 시작도 못 한 하루가 모두 망가진 느낌이었다.


망했네하며  일어서려는데 오래된 동네 목욕탕에 있던 은은한 한약 냄새가 나던 ‘한방탕처럼  머신에서 내린  같은 고소한 커피 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욕실 전체가 커피 향을 뿜어내는 거대한 커피 머신이  것만 같았다. 망했다는 생각이 커피 향의 입욕제로 바뀌망한 하루가 호사로운 하루의 작이 되었다.


만약, 그때 짜증 렸다면   이후나의 하루는 어땠을까?


그날 아끼다   커피가 말했다. 좋은 기분이 좋은 생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린 생각이 좋은 기분을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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