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만드는 글로벌 유저 타겟 게임
위 기사들은 출시 후 6주 경과 후 발행된 기사로, 이때 당시 저 정도 규모의 성과를 거두었다.
1월 9일 글로벌 런칭을 기준으로 약 5개월의 시간이 지났고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합쳐 총 1500만 이상의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물론 소프트 런칭 시기의 다운로드 수까지 포함된 것이지만, 실제로 큰 수치의 다운로드는 글로벌 런칭 이후 발생하기 시작했다. 단순 계산으로 1개월에 약 300만 다운로드 정도의 유저가 유입된 것이다. 현재도 이런 유저 유입은 하루하루 오르내리며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한국 다운로드 비중은 얼마나 될까?
두 마켓을 합산하면 70만 다운로드, 전체 다운로드 수의 5% 정도 수준이다. 5%라고 말하면 작아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게임을 런칭해본 사람이라면 70만이라는 숫자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한국에서도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70만 다운로드가 전체 다운로드 수의 5% 밖에 차지 하지 않는 다는 것은 글로벌 유저 모객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기존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게임들을 해보면 생각보다 게임이 매우 단순하고,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반면 우리 나라에서 흥행하는 대부분의 게임은 처음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실행 하자마자 지금 이 게임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위해 스토리를 시작한다. 글자가 있는 게임도 있고 없는 게임도 있다. 만약 이런 것들 까지는 생략이 된 게임이라도, 첫 진입부터 튜토리얼을 시작하고 여러 버튼에 포커싱되며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몇 가지 튜토리얼을 하고 나면 잠시 후 모든 컨텐츠가 개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자물쇠로 잠겨있거나 비활성된 버튼)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글로벌 흥행게임들은 첫 시작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다. 유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둔다. 또한, 어떤 컨텐츠가 언제 해금되는지, 그 컨텐츠가 있는지 없는지 유저가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보통 RPG게임들은 몇 레벨에 길드 시스템이 해금되고, 몇 레벨에 입장할 수 있는 던전들이 생기는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딘가에 그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버튼들이 이미 보여지고 그 버튼을 눌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바로 우리의 감성이 드러난다. 한국 개발자의 시선에서 우리는 유저들이 앞으로 해야할 것들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보여주어야 유저들이 이 게임을 해야 할 목적이 생기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게임을 열심히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들이 가진 "한국감성"이다.
단호하게 말하자면, 이런 한국 감성은 대부분의 글로벌 유저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감성이다. 글로벌로 갈 것도 없이 우리가 신경써야 할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유저들은 나중이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미국의 플레이어들은 목표를 제시한다고 해서 그 게임을 목표에 맞추어 해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에 하고 있는 플레이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 피드백을 기반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말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자동화된 게임플레이가 아닌 수동플레이, 예를 들어 퍼즐 같은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RPG를 예로 들자면, 사냥을 하고 골드를 얻으면 그 즉시 내 능력치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상황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RPG 장르는 우리나라에서만 잘된다고 말했지만 예외적으로 위와 같은 것들을 잘 이해하고 만들어 낸 방치형 RPG게임들은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매출을 내고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게임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지금 당장 해야할 것들을 아니면 컨텐츠가 있더라도 미리 보여주지 않고 해당 시점에 도달하면 그때 해금되어 그 당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게임의 이름은 Eatventure이다. 이전 포스팅에서 엄청난 지표를 보여줬다는 게임이 바로 이 게임이다.
우리는 이 게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가장 빠르게 시작할 수 방법은 레퍼런스로 삼은 게임의 코어 플레이를 그대로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이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인 손님이 찾아 오는 과정,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을 그대로 개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리의 가장 첫 번째 목표는 1스테이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1스테이지는 해당 스크린샷처럼 최대 3명의 손님이 찾아오고 1개의 메뉴를 2개의 기계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방식의 플레이였다.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으나, 1주일 정도의 기간 만에 1스테이지 플레이를 거의 비슷한 정도로 구현할 수 있었다. 손님이 등장해서 주문을 하러오는 이동속도와 제작하는 음식의 제작시간, 음식의 판매가격까지 완전히 똑같이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우리의 리소스를 사용하면서도 레퍼런스로 삼은 게임과 동일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우리의 그래픽 풍을 충분히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코어적인 요소의 감성은 다르지 않았고, 이제는 출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개발 완성도를 올리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다다랐다.
증명이 된 이후로는 우리 게임만의 차별화된 요소들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레퍼런스로 삼은 Eatventure는 3D로 제작된 게임이었고, 이미 완전 동일한 수준에서 소재만 약간 바꾼 게임들이 몇 개 있었기에 그대로 복사하듯 게임을 만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 게임들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심플한 게임 방식을 더욱 심플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간단한 예로 벤치마킹한 게임의 HUD에 있던 5버튼 구조를 3버튼으로 줄였다. 그 이외에도 각 컨텐츠의 내부 구성, 밸런스 변경 등 기본 플레이 감성을 유지한 대부분의 컨텐츠 구성을 재배치하거나 삭제하거나 더욱 개선된 형태로 개발을 진행했다.
이러한 요소들을 한 달 만에 구현한 후 7개의 스테이지만 제작하여 캐나다에 소프트런칭을 진행했고 첫 D+1은 60% 정도의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초기 소프트런칭 빌드에서 확인하려고 했던 것은 D+1의 리텐션 수치였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준비한 컨텐츠는 많지 않았고, 하루에 3시간 4시간씩 플레이를 했다고 가정할 시 이틀 정도면 우리가 준비한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D+1 이상의 리텐션은 우리의 안중에 있지도 않았고 실제로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D+7까지 유의미한 잔존이 이루어지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위에 말했듯이 우리는 하루에서 길면 이틀 정도 분량의 진행 스테이지를 제공했으며, 그 이외의 컨텐츠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었다.
정말 기본적인 플레이만 가능한 수준의 코어 플레이만 제공했고 상점이나 다른 컨텐츠들도 전혀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상식 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수치를 보여준 것이다. 이 결과를 보고 우리는 게임의 다양한 컨텐츠가 유저 잔존을 유지하는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UI적인 요소에서 더욱 덜어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코스튬 컨텐츠의 RPG스러운 강화방식을 좀 더 캐주얼하게 변형하면서 평소에 게임을 하지 않는 유저들도 이 게임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벤치마킹한 게임에서 새로운 요소를 더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편의성을 찾고, 더욱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게임의 전반적인 부분을 수정하고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렇게 소프트런칭 빌드에서 퍼널 로그들을 확인하며 약 2개월간 게임 내 컨텐츠의 전반적인 모든 것에 변화를 주었고 BM요소 구성, 다양한 스테이지와 차별화된 이벤트 진행방식등을 추가로 개발했고 글로벌 런칭 후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유저 유입과 매출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런칭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유저와 글로벌 유저간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느꼈다. 컨텐츠가 부족해서 리텐션이 부족하다라는 것은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글로벌 게임에서는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글로벌 유저들을 통해 증명받을 수 있었다.
런칭 이후 계속해서 컨텐츠를 조금씩 추가해보며 유저들에게 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러한 할 거리들이 적어도 내가 만드는 방치형 타이쿤류 게임에서는 리텐션에 좋은 영향을 전혀 못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지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오히려 할 거리를 제공하는 업데이트 이후 후반부 리텐션이 떨어지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말그대로 “방치형”게임에 맞지 않는 컨텐츠를 제공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론적으로 이미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 해왔던 한국감성이 버릇처럼 툭툭 튀어나오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발생한 것 같다.
사실 나는 이 게임을 만들기 전 여러 번의 실패를 맛보았다.
아주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이제는 꽤 오래 전에 제작한 Train Town이라는 3매치 머지게임이 있는데 이 당시 나는 정말 내 생각대로 게임을 만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이때 가장 많이 참고한 게임은 Merge Dragon 이라는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의 글로벌 성적이 꽤 괜찮았다. 동일한 오브젝트 3개를 합치면 다음 단계의 오브젝트로 바뀌고 그 것을 반복해서 한 필드에서 계속 머지를 해나가는 방식의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에서 3매치 머지를 스테이지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었다.
나는 이 게임의 스테이지 방식이 이 게임의 핵심 재미요소라고 생각하고 그 요소로 스테이지를 만들고, 스테이지에서 얻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마을 컨텐츠는 Township이라는 Playrix의 타운 타이쿤 방식을 가져와서 접목시켰다.
그리고 아트적인 감성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그 이전과 이후 개발해서 출시한 그 어떤 게임보다도 훌륭한 그래픽과 연출, 모션들을 적용했었다.
물론 이 게임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이러한 결과들이 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나는 정확히 무엇 때문에 이 게임이 실패한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었고, 그 이후에도 아주 많은 실패 또는 애매한 흥행을 경험하게되었다. 가끔은 운이 좋아 좋은 결과를 낸 적도 있지만, 결국 운은 운으로 끝났고 그 이후에 개발한 게임들은 또다시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많은 유저 유입을 원한다면 우리의 개발 관성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강조한 것처럼 미국에서 잘되는 게임을 해보아야 하고 그 게임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뚫고 나갈 방법은 결국 이것 뿐이다. 미친듯이 플레이 해보고, 미친듯이 깨달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해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제작하는 장르가 다르거나 장르가 같더라도 만드는 게임의 플레이요소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개념적인 부분으로 접근해보려 했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더욱 정진해서 보기도 좋고 유익하기도 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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