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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세스 Jun 04. 2023

경쟁력있는 개발자

석세스의 개발론

앞서 작성한 글들에서 ”뭐라고 말하는 거야?“라고 느낀 분들에게 핵심 요약을 드리자면


개발자도 시장을 알아야 한다

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을 안다는 것은 유저들이 어떤 게임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이고 어떤 게임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우리가 만들 게임의 성공률을 높여줄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위 이미지는 내가 스타팅멤버들에게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약식으로 준비한 레퍼런스 게임의 지표들이다. 나는 우리 개발자들에게 각 지표가 의미한 것들 그리고 이게 왜 대단한 것인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RPD가 무엇인지, 매출 그래프의 곡선이 저렇게 올라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현재 순위권이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는지 리텐션은 어떤지 말이다.


멋있게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미사여구를 써가며 개발자들을 현혹시킬 필요도 없었으며, 그저 개발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면 됐기 때문이다. 바로 이 게임이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줄 게임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사실 똑같은 내용을 사전에 대표님께도 똑같이 보여드렸다. 하나의 꾸밈없이 정말 필요한 내용만 말씀드렸고, 이 내용들을 기반으로 대표님을 설득해서 이 게임을 만들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무언가 일을 진행하고 싶을 땐 위와 같은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해야 한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이런 방식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팀에, 크게는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거없이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그에 따른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소모된다는 것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지 않는다면 그런 일들이 누적되어 주저앉게되고 말 것이다.




나는 이번에 고양이스낵바 개발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타팅 멤버들에게 우리가 레퍼런스로 삼으려는 게임들을 미친듯이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러한 요구를 한 이유는 명확했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파악하고 진행해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10월 18일 Git에 첫 프로젝트 개설 했고, 정확히 한 달 뒤인 11월 18일에 캐나다에 소프트런칭을 했다. 프로토타입이 아니었다. 몇 가지 컨텐츠가 제외된 런칭에 가까운 빌드였다


나는 기획을 시작하기에 앞서 각 작업자들에게 “어디부터 개발할 거예요?”라고 먼저 물어봤다.


내 질문에 맞추어 각 작업자들은 어떤 것부터 작업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것부터 하면 될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하면 나는 그에 맞추어 기획서로 해당 부분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했다.


이렇게 할 수 있던 이유는 우리가 벤치마킹한 게임이 있었고, 우선 그 게임을 그대로 만들자고 첫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시에 개발하며 기획하고 아트 리소스를 만들어나갔다.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존에 회사에서 다듬어왔던 트리플라 패키지의 기반공사가 잘되어있던 것도 큰 역할을 했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각 작업자들이 해당 파트의 결정자로써 일을 했기 때문이다


원화가들은 자신이 그리는 배경과 캐릭터에 대한 컨셉에 대한 설계를 온전히 맡아서 진행하고 나는 중간 중간에 어떠한 요소들로 컨셉적인 요소를 강조했으면 좋겠는지 정도의 의견만 내며 빠르게 완성해나갔다.


프로그래머는 우리가 이미 회사에 보유하고 있는 배경, 캐릭터리소스를 짜집기해서 당장에 없는 아트 리소스를 대체하여 적용하고 자신의 코드가 동작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여 빠르게 움직였다.


기획자였던 나는 이들이 이렇게 각자 일들을 만들어서 진행해주는 동안 레퍼런스로 삼은 게임에서 더욱 개선하여 우리 게임에 적용할 내용들을 기획서로 정리했다.



우리는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필요한 것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다 파트에 서로 요청하기 시작했다.

원화 → 프로그래머 : 컨셉 완성하고 이제 프리팹 구성하려고 하는데 어떤식으로 하면 돼요? 프로그래머 → 기획 : 기본적으로 주문 받고 주문 처리하고 골드 획득하는 것까지 했는데 손님 로직 어떻게 짜면 돼요?


이런 것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각자의 작업물을 서로 검증해주고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우리 모두 프로의 자세로 일했다. “누가 뭘 안줘서 못해요” 같은 말을 하기 전에 “이거 개발해야 하는데 만들어주세요”라고 서로 요청하며, 기다림이 아닌 요청으로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게임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주인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서 잘된다고 해봤자 나한테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내가 왜 그렇게 해야돼?”

이런 말 심심치 않게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열심히만 했지 잘하려고 노력했어? 시키는 대로 하면 잘한거야?”


시키는 대로 해서 잘된다고 한다면 당연히 그 공은 나에게 일을 준 사람에게 간다.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일을 했을 때 잘될 거라 예상하고 나에게 준 일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 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고, 방향을 잡고 어떻게 하면 잘될 것인지 까지 고민하고 나에게 그 일을 줬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렇다고 하면 애초에 내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일이 아닌데 어떻게 공이 돌아온다는 것인가?



일로써 제대로 인정 받기 위해선 나로부터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일을 줬다면 그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때부터는 그 일의 주인이 나에게 일을 준 사람이 아닌, 내가 된다.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도 아직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봤지 당연히, 그런데도 나한테 아무 것도 안돌아왔어”


그렇다면 나는 또 다시 그 사람에게 왜 아직까지 그곳에 머무는 것인지 묻고싶다.


결국 그 판단 또한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나한테 돌아오는 것도 없다”라는 핑계는 누워서 침을 뱉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사의 사장, 본부의 실장, 어느 팀의 팀장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내가 만드는 게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만드는 게임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하다는 말을 먼저 꺼내야 하고, 게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단, 그러한 내용들은 내 감에 의지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이미 많이 나와있는 순위로 검증된 게임들로 근거를 제시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른 대상이 아닌 내가 잘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개발자로써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앞에서 조금 생략한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매일 입버릇처럼 “아 이 게임(레퍼런스) 될 것 같은데? 좀 해보세요”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동료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줬고, “이게 뭐가 재밌어요? 난 지루하고 할게 너무 없는 것 같은데”라고 할 때마다 명확한 근거인 지표로 백신을 놓으며 진정시켰다.


지표를 믿고 꾸준히 같이 플레이 하다보니 서서히 그 게임들이 어떤 감성을 가지고 있고, 미국 유저들이 왜 이게임을 하고 매출이 어떻게 이만큼이나 나는지 그 감성을 이해하고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우리는 계속해서 한 방향을 함께 보고 서로 보지 못한 부분들까지 커버 해줄 수 있는 팀웍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이번 글은 상냥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저의 개발론이다 보니 참고만 해주시고, 혹시 기분이 상하신 분이 계셨다면 사과의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제가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준비한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을지 고민이됩니다. 고민해보면서 최대한 좋은 내용들을 공유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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