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로 무장한 집단돼지들이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며 쏘고 있다.
“탕탕탕탕” 어디선가 들려오는 “두두두두” “두두두두” 기관총 소리까지 들린다. 사람들이 돼지들에게 무슨 잘못을 그리 많이 했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총알을 피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총에 맞은 사람들이 죽지 않고 함성만 지르며 도주한다. 이렇게 동물한테 공격받는 데 무장경찰이나 군인들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나는 두려움에 벽 뒤로 숨어 무장한 돼지들의 정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돼지 한마리가 나를 발견한 듯 총으로 겨냥하자 총알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는 학창시절에 달리기라면 누구보다 빠르다고 자부했다. 물론 달리기가 아무리 빨라도 총알보다 빠르지 않겠지만, 왠지 자신감은 존재했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총알은 점점 시야에서 확대되어 다가오고 ‘이제는 총에 맞는 구나’ 인지하며 큰소리로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
밖에는 리듬타고 지저귀는 새들 노랫소리가 귀에 아른거렸다.
오전 9시가 넘은 시간, 아침 기상이면 습관처럼 제일먼저 화장실부터 찾는다. 시원하게 배설물을 빼고 세면을 시작했다. 오늘 메뉴는 어제와 동일하게 라면으로 아침을 즐겁게 먹었다. 아침을 즐겁게 먹는 이유는 복권방에 가기 위해서다. 자주 꾸지 않는 귀한 돼지꿈은 나에게 희망을 선사한 메시지다. 설거지를 마치고 외출 전, 친구 동철이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야! 상혁아, 내일 나랑 건설현장 일당 뛰러 가자”라며 전화한 것이다. “야! 인마, 내일 일요일인데 무슨 일하냐? 난 싫어” 단번에 거절했다. 그러자 동철이는 “노는 놈이 일요일 따지냐?”라고 덧붙인다. “그래도 싫어, 이번 주는 그냥 노를 거야”라며 동철이 제안을 거절했다. ‘로또에 당첨되면 건설현장일도 끝인데, 몸 좀 아껴야겠다.‘라는 생각에 복권방으로 발길을 향했다.
주머니에서 쌈짓돈 5천 원을 투자해 로또복권을 한 장 구매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시골에 계시는 엄마 집도 수리해 주고, 자동차도 구입해야하는데 외제차를 사야하나, 최고급 국산차를 사야하나…….이렇게 많은 걱정이 밀려왔다.
추가로 건물도 몇 층으로 지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일단 인근 공원에서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 상혁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저녁 8시면 로또 당첨 발표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위해서는 계획성 있게 설계를 구상해야 했다.
집 근방 공원 미끄럼틀은 어린 아이들이 장악하고 공원의자는 직업 없이 보이는 백수들이 차지했다. 그와 중에 다행히 빈자리가 생겨 나의 머릿속 계획을 구상할 수 있었다. 그중 제일 큰 과제는 3층 건물을 지어야 할지, 4층 건물을 지어야 할지가 큰 고민이었다. 4층 건물을 건축하면 승강기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에이, 모르겠다. 일단 중국집 가서 점심이나 때우자”라며 혼자 중얼거리고 공원 앞 중국집에 들어갔다. 아침에 면을 먹었으니, 점심은 볶음밥을 먹어야겠다고 선택하며 주문했다.
옆 테이블에서 “엄마, 나 짜장면”이라고 말하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전에 공원 미끄럼틀을 장악했던 아이 중 한 명이었다. 그 아이는 엄마랑 짜장면을 먹기 위해 함께 놀던 친구들을 저버리고 중국집에 온 것으로 판단했다. 주문한 볶음밥이 나와 맛있게 먹고 집으로 향했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 마냥 마무리 못한 계획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집에 도착한 나는 대낮에 이불 속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유럽여행을 다녀올까, 하와이여행을 다녀올까…….
깜박! 잠이 들고 일어나니, 로또 당첨 발표시간이 지나갔다. 부랴부랴 로또를 꺼내고 핸드폰으로 당첨을 확인했지만, 1등은커녕 5천 원짜리로 최종 당첨됐다. “에이, 돼지꿈도 재수 없어”라며 실망한 목소리로 언급했지만, 아쉬움과 여운 속에 당첨된 5천 원이 꿈과 계획을 다시 이어가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