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자유를 갈망하면서 나만의 앗아갈 수 없는 소박한 꿈
찌개를 끓일 때, 맛을 내기 위해 간을 맛보듯이 요리 경험이 전혀 없이는 간을 맛보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은 음식을 조리하면서 맛을 내기 위해 주머니 속에서 라면수프(조미료)를 몰래 꺼내 찌개에 가미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처럼 음식에 정성 없는 편법을 이용한 맛의 식감은 아마도 공통적인 수프 맛의 비결일 것으로 짐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수프의 맛을 모르고 시식하는 연예인과 단번에 수프 맛을 알아차리는 미각이 뛰어난 연예인도 있다.
몇 년 전, 언론사를 운영하면서 글쓰기를 접하게 되었지만, 전문으로 배운 경험이 없어 부족함이 많았다. 전국 지자체에서 전달되는 전자 우편 서비스(메일링 서비스)를 통한 보도 자료는 약간의 라면수프를 가미하듯 살짝 편집만 해주고 유포한다. 사실, 독자들은 사회적 쟁점 사건의 전개와 결말에 시선이 집중되지만, 이 같은 편집에는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뉴스 기사를 구독할 때, 각 신문사의 보도 내용이 같으면서 약간씩 다른 경우가 이처럼 전달되는 보도 자료에 조미료를 살짝 첨가하듯, 편집에 따른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글쓰기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보도 자료를 편집하면서 한 번씩은 기사 내용을 읽어봐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레 선물 세트가 돼가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학의 국문학과나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욕심까지 생겨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을 진학하고 문학을 전공하면서 여러 가지 걱정이 뒤따랐다. ‘만학도’로서 젊은 학생들의 기본 수준에 미달하여 뒤처지는 열등감에 사로잡힌다면, 교수님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강박 관념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수님들은 강의 도중에 한결같이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셨다. 그렇지만 공부는 학창 시절의 때를 놓쳐 늦은 나이에 공부한다는 그 자체는 왠지, 부끄러운 마음을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나의 소중한 밑거름인 동시에 놓칠 수 없는 ‘학업’일 수밖에 없다. 그 한마디는 의미를 부여하는 글의 표현이 될 수 있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과거에는 쳐다보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이 관심의 대상으로 탈바꿈되어 찾아왔다. 그런 사소한 대상이 나에게는 문학작품의 소재로 연출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감성적으로도 변하고 있는 알림의 메시지였다. 다시 말해 문학의 예술적 가치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자신이 새로이 거듭나게 되었다. 이처럼 나에게는 정서적으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주변의 지인들은 “요즘 들어 글솜씨가 예전 같지 않고 좋아졌다.”라며 은근슬쩍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도 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직 부족하다며 겸손을 앞세우지만, 성심성의껏 지도(指導)해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머리는 점점 녹슬어 가는 데, 가야 할 길은 험난하고 멀게만 느껴지며, 진도(進度)를 잘 따라갈지에 대한 자괴감도 떨칠 수가 없다. 이것이 ‘만학도’의 고민 중의 고민이 아닌가, 사료된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목표의 꿈을 꾸며 계획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일 수 있으나, 소박함을 핑계로 작은 꿈을 내세우게 된다.
어려서는 ‘꿈을 크게 갖고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고견(高見)이 지금 자신의 현실에 꿈을 가졌는가를 향해 질문한다면 “그렇지 못했다.”라고 넌지시 대답할 것 같다. 지나온 시대의 현실은 냉정했고, 꿈은 꿈에 불과했다는 말로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을 위안 삼으며, 때로는 자책하고 회피했던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나에게도 꿈은 존재했기 때문에 일방적인 방어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뒤늦은 나의 꿈은 무엇일까…….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이에 대해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늦게나마 추구한다면, 한 편의 글을 남기고 싶어, 이렇게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를 나름대로 설계한다. 이처럼 만학도의 꿈은 젊은 학생들의 큰 꿈에 버금갈 수 없겠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의 자유를 갈망하면서 나만의 앗아갈 수 없는 소박한 꿈을 꾸며 전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