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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줍기

카톡 천국

by 명진 이성숙

대한민국처럼 SNS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나라도 없다. 그 중 카톡의 지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SNS는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고 소통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통신 수단이다. 과거 편지나 엽서를 쓰던 시대에서 전화기 시대로 진화 한 후 지금 우리는 에디슨의 전화 발명 이후 제2의 통신 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휴대전화 보급율이 가장 높다. 가히 1인 1전화라 할만큼 초등학생 조차도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본다. 휴대전화의 발달은 각종 앱 개발에 불을 지펴 그 개발자들의 몸값은 상종가를 치고 있다.


다양한 통신 수단의 발달은 사용자 입장에서도 재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관공서에서 특정 앱을 개인의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개인 개정에 접근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으로 얘기할 필요도 없다. 이미 독자들도 느끼고 있을 터, 카톡의 남용이다. 'JB주식회사 가스안전 캠페인', '한국소방안전원 알림톡'. 그외 구청이나 전화국 등의 세금고지서나 요금 안내, 내가 한 번이라도 이용한 적 있는 각종 항공사나 여행사, 대형 마트 광고 등등 그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런 내용을 왜 카톡으로 고지하는지 나는 참으로 의문이다.


전화번호만 알면 문자 메시지가 가능하다. 일반적이고 공공적인 내용은 문자 보내는 것으로 넘치도록 충분한 일임에도 이들은 굳이 카톡을 찾아 정보를 보낸다. 카톡에는 사적인 정보들이 올라 있다. 개인이나 가족 사진은 물론이고 전화번호나 이메일 등 사소해보이지만 중요한 정보들이 노출되어 있다.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 기막힌 일은 일방통행이라는 것! 그들은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던지긴 하나 카톡으로 나의 말을 경청하지는 않는다.


나는 언젠가 제산세 알림을 보낸 구청에 전화해 항의한 적이 있다. 왜 함부로 내 카톡에 접근하느냐고. 영혼없는 그 공무원은 카톡을 사용하지 않으시면 문자로 보낸다는, '멍청한' 답변을 내놨다. 저런 무자비한 카톡은 차단도 쉽지 않다. 내가 카톡을 이용하는 것이 공무상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인가? 내 카톡 개정이 만인에게 접근 허용된 '신문고'라도 되나?


그리 오래지 않은 때에 다음 서버에 문제가 생겨 카톡이 마비된 적이 있었다. 카톡이 마비되니 사람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혼란에 빠졌다. 카톡에 의존해 있던 많은 연락처들이 '두절'되어 버렸고 그로 인한 피해도 상당했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대형 회사나 정부 기관들은 카톡 만능 세상을 이어가고 있다.


내 항의를 받은 공무원은 질문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이 '1'도 없는 사람이었다. 공지나 안내를 카톡으로 보내기로 한 결정을 말단 공무원이 했을 리 만무하므로 그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부당함에 대한 인식이 없는 개인의 표본을 만난 것 같아, 이 사회에 속해 있는 나로선 무력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미 유리알 세상이긴 하나 정부가 앞장서서 유리알을 확장할 필요까지 있나 묻고 싶다. 개인정보 동의를 우리나라처럼 함부로 곳곳에서 요구하는 나라도 없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쿠팡 사이트에서(쿠팡은 미국회사다.) 결제 계좌 변경 할 일이 있었다. 그들은 내 은행 계좌를 물은 후 내 계좌로 보내는 이 이름을 비밀로 하여 1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사이트에 보낸 이 이름을 입력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보내는 이는 본인확인을 위한 암호인 셈이다. 절차가 매우 간단했다. 한국 쇼핑 사이트로 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개인정보 변경을 위해서 나는 여러 차례 인적 사항을 다시 쓰고, 비밀번호를 다시 써 넣고, 개인정보 동의서에 '모두 동의함'을 해야 하며 본인 인증을 위해서 패스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몇 가지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개인정보 동의를 구하는 절차 또한 무례하다. 인터넷 상에서 뭔가를 하려면 반드시 본인확인을 해야 하고 이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받는 다. 최근에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숨기는 예가 많지만 여전히 개인정보가 남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동의를 거부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안 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하는 수밖에. 미국에서 10년 넘어 사는 동안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소셜 넘버를 요구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연말에 세금보고를 할 때, 통장 개설할 때,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무슨무슨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 소셜 넘버를 사용한 일이 없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크고 작은 기업들, 왜 당신들은 내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와 너무나 사적인 SNS에 내 허락도 없이 접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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