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아침
연재 장편에 도전해 봅니다. 그것도 웹소설로? 순문학만 하던 감각으로 웹소설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단편 소설 몇 편 발표한 이력으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공부하면서 해볼 참입니다. 머, 해 보는 거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다하기! 그래서요 ^.~
독자님들 작가님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첫 화를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먼저 공개합니다.
댓글을 주시면 공부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제안하기에 의견을 주셔도 좋겠습니다.
첫째 이 소설이 흥미로운지요?
둘째 주인공들이 어떤 결말에 이르면 좋을까요? 상상되는 결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셋째 이야기가 너무 구린가요? 구리다고 말해주세요;;;
등장인물: 프란츠 카프카, 오띨리에, 카페 여주인 판토바 부인, 프란츠의 친구 막스 브로트. 독일인 한스, 그 외 한두 명.
*1화 로그라인: 나치 점령 하의 프라하, 고독한 작가 프란츠와 신비로운 여인 오띨리에의 만남이 슬픔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예고하는 이야기.*
프라하는 마법에 걸린 도시처럼 여전히 깊은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새벽녘의 청명한 공기가 냉기 머금은 도로 위를 스쳐 지나가며 얇은 안개를 만들어냈다. 붉은 기와지붕이 서로 겹치고 쌓인 구시가지의 골목은 미로처럼 엉켜 있었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새의 지저귐 소리만이 도시의 잠을 깨우려는 듯 희미하게 울렸다. 그 고요함 속에서 프란츠 카프카는 천천히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아직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시간, 프란츠는 카를교로 향하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비델라강 위로 우뚝 솟은 다리의 조각상들이 그의 앞에 실루엣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그의 아침 산책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았다. 고요한 거리에서 프라하의 숨결을 느끼며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1939년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를 강제 병합한 이후, 프라하 거리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나치 군인들의 감시 속에서 서로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그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발소리가 돌바닥 위에서 급하게 반사되곤 했다.
거리 한편, 나치 군인 몇 명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군복은 완벽하게 다려져 있었고, 가슴에는 나치 상징인 독수리 문양과 하켄크로이츠가 선명히 보였다. 철모를 쓴 군인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그들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였다. 군화가 돌바닥 위를 딛는 소리는 거리를 울렸고, 그 규칙적인 굉음은 프란츠의 가슴에 통증을 일으켰다. 음률같이 가지런한 군화의 행진은 프라하의 자유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프란츠는 도시에 드리워진 억압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프라하의 건축물과 풍경은 시대의 비극 속에서도 한결같이 아름다웠다. 도시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는 그 대조적인 모습에서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았다. 그것은 프란츠에게 큰 위안이었다.
카를교를 지날 때면, 그는 항상 같은 자리에 멈춰 섰다. 강 위를 흐르는 물결, 그 물결 위로 비친 옅은 햇빛의 흔적을 바라보며 프란츠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이 도시는 왜 이렇게 아름답고 무거운 것일까? 사랑과 슬픔이 뒤섞여, 도시는 마치 프란츠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것처럼 보였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악취와 우유향이 뒤섞인 공기가 풍기는 프라하는 그에게 있어 하나의 무대였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희곡은 그의 마음속 갈등과 고독을 투영하고 있었다.
아침의 첫 빛이 다리 위에 비칠 때쯤, 그는 카를교를 되돌아와 광장 모퉁이에 있는 카페 슬라비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에는 불에 타고 허물어진 담벼락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나치의 만행으로 얼룩진 그 거리는 검게 그을린 잔해와, 그 속에서도 새어 나오는 생명의 기운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불타버린 건물과 무너진 담벼락들은 전쟁의 잔인함을 증명했지만, 오페라 하우스와 천문 시계탑, 왕궁과 왕궁 뒤로 프란츠가 다녔던 핑크색 담장의 독일어 학교는 여전히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이 도시가 그렇게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만의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는 독일어 학교 앞에 잠시 발길을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카페 슬라비아는 프란츠에게 단순한 카페 이상의 의미였다. 많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이곳에서 그는 익숙한 좌석에 앉아 도시를 바라보며 글을 쓰곤 했다. 그는 그곳에서 막스 브로트, 아인쉬타인 등 당대 문호들과 사귀었다. 높은 천장과 널찍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카페 내부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프란츠가 창가 자리를 찾아 의자를 끌어당기자 판토바 부인이 익숙한 모습인 듯 커피 한 잔을 놓아주었다.
"이 도시의 통증을 써내야만 한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카페에서의 시간은 그가 자신의 내면과 깊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 카페는 베이글로 아침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조금 붐볐다. 판토바 부인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베이글 접시를 나르고 있었다. 프란츠는 식어 가는 커피 잔을 앞에 두고 카페의 풍경으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고독 속에 있었다. 그의 눈에 사람들 얼굴이 스쳐갔다. 제각각의 얼굴들 위로 사연이 얽혀 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이야기의 조각들이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가 식은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을 때,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아름다운 청록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새벽의 청량한 하늘빛을 연상케 하는 색이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카페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창백하리만치 고요한 흰 얼굴은 밤하늘에 흐르는 별빛처럼 광채를 냈다. 그녀의 얼굴은 고요했지만 거기엔 깊은 생각과 복잡한 감정이 들어있었다. 그녀의 눈은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듯한 깊이를 지녔고, 그 눈빛 속에는 잊힌 슬픔과 쉬이 해소되지 않을 고통이 깃들어 있었다.
판토바 부인이 그녀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띨리에! 오랜만이에요. 여기 앉으세요." 오띨리에는 여전히 마음속에 남은 한스의 말로 인해 어딘가 어두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지만, 판토바 부인의 환대에 공들여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프란츠는 판토바 부인이 부르는 이름에 귀를 기울였다. '오띨리에...' 낯설지만 익숙한 멜로디처럼 오띨리에라는 이름이 그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판토바 부인의 호의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에 앉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띨리에는 최근 독일인 이웃 한스에게 들은 소름 끼치는 소식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하기 위해 가스실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였다. 그의 낮은 목소리와 무거운 눈빛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오띨리에는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음속 깊이 공포가 자리 잡았다. 그 기억이 떠오르며 그녀의 손끝은 약간 떨렸다. 그녀가 창가 자리에 앉으면서 테이블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리자, 그 동작은 마치 모든 것을 잃고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무언가를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프란츠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동요가 일었다. 오랫동안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벽을 쌓아왔다. 그가 쌓은 벽은 그를 보호해 주었지만, 동시에 그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여인의 눈빛은 벽 너머에서 그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섬세함과 아름다움, 그 속에 담긴 슬픔은 프란츠의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프란츠는 펜을 들어 노트를 펼쳤다. 그는 그녀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 그녀의 눈빛, 그녀의 고요함 속에 담긴 슬픔까지. 그가 글을 쓰는 동안, 그녀는 마치 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인물처럼 생생하게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프란츠는 속으로 '오띨리에'라는 이름을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마음에 새겼다. 그녀의 이야기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 프란츠는 그녀와 연결된 것만 같았다.
그날 아침, 카페 슬라비아에서의 짧은 만남은 프란츠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그의 글에 영감을 불어넣었고, 그는 그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떠나는 순간까지, 프란츠는 그녀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그녀의 발걸음이 멀어질수록 그의 가슴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프라하의 거리는 여전히 고요했고, 그 고요함 속에서 프란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프라하의 풍경은 그에게 있어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풍경 속에는 한 여인의 모습이 더해졌다. 그녀의 존재는 프란츠에게 있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이유가 되었다.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길 바랐다. 오띨리에… 프란츠는 그 이름이 자신의 운명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펜을 다시 들어 글을 이어 나갔다. 프라하의 이 고요한 아침,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고독과 그녀의 슬픔이 만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사랑의 이야기였다.
"오띨리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프란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카페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손님들이 들어왔고, 프란츠는 시선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중 한 남자가 테이블에 앉아있던 오띨리에 앞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반가워요 오띨리에"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오띨리에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한스였다. 그가 독일인이라는 사실은, 이곳 나치 점령 하의 프라하에서 오띨리에에게 불안한 요소였지만, 한스는 그녀에게 종종 친절을 베풀곤 했었다. 한스는 오띨리에의 이웃이었으며, 나치의 만행에 대해 조심스럽게 정보를 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한스,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오띨리에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한스는 그런 그녀의 손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
"괜찮아요, 오띨리에? 저번에 말했던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한스는 낮게 속삭였다.
오띨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소식을 듣고 나서 마음이 불안해요. 가스실과 인체 실험... 그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려요. 한스, 그 가스실에 대한 묘사는 너무 소름 끼쳤어요. 그들은 사람들을 수송 열차에 가둬, 아무도 갈 수 없는 어딘가로 보내고 있어요. 그곳은 담이 높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철조망 너머에는 언제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대요.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좁은 방으로 몰아넣고, 그곳에서 죽음의 가스를 뿌리는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도저히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가 없어요.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그 방,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무표정한 군인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저를 미치게 해요."
한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오띨리에, 이곳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항상 조심해야 해요. 당신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에요. 나치의 계획에 대해 더 이상 알려주기 어렵겠지만, 그저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해요."
그의 머릿속에는 오띨리에가 묘사한 가스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는 끔찍한 장면들을 상상하며 그녀의 두려움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어딘가 먼 곳에, 이름 모를 사람들의 비명과 절망, 그리고 그들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명령을 내리는 나치 군인들의 차가운 눈빛. 그 공간은 인간성의 종말을 목격하는 듯한 곳이었다. 프란츠는 그 참혹함을 글로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써내려 가야만 했다.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도록, 그 절망과 두려움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는 이미 오띨리에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강렬한 예감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