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시작
하아~ 이제 세 걸음 왔습니다. 토요일 밤을 새웠습니다.
3화 로그라인: 프란츠와 오띨리에는 더욱 가까워지며, 프라하의 고통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오띨리에와의 만남 이후, 프란츠의 일상은 변해버렸다. 매일 아침 카페 슬라비아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이제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간절함으로 변했다. 창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프란츠는 오띨리에가 앉았던 자리를 자꾸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 고요하면서도 슬픈 눈빛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오띨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카페 슬라비아는 평소처럼 붐볐지만, 그녀가 없는 풍경은 마치 색이 빠진 그림 같았다. 프란츠는 식은 커피를 앞에 두고 노트를 펼쳐 그녀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그의 펜 끝에서는 그녀와의 대화, 그녀의 표정, 그녀의 말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삶, 그녀가 지닌 슬픔,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 그는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며칠이 더 지나고,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카페의 문이 열리고, 낯익은 청록색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오띨리에였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프란츠의 가슴은 한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를 보자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프란츠, 다시 만나게 되었군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프란츠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오띨리에... 당신을 다시 보게 되어 정말 기뻐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래요. 요즘 같은 시기에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알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슬픔이 깃들어 있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프란츠는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이런 질문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지내셨나요?"
오띨리에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그냥... 그럭저럭요. 프라하는 저를 계속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버티고 있어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그녀의 말속에는 의지와 피로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 프란츠는 그녀의 힘겨움을 느꼈고, 그 순간 그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오띨리에, 당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저는 알고 있어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정말 대단해요." 프란츠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그의 말을 들었다.
"고마워요, 프란츠. 하지만 가끔은 정말 힘들 때도 있어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 도시가 저를 놓아주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비텔라강 너머로 이어져 있었다. 강물은 여전히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지만, 느린 물살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했다.
프란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지만, 그의 진심이었다. "제가 당신 곁에 있을게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오띨리에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이전보다 한결 부드럽고 따뜻했다. "고마워요. 정말로...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맺혔지만, 그것은 안도와 희망의 표시였다.
그날 아침, 그들은 카페 슬라비아에서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프라하의 억압과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작은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깊어졌고, 프란츠는 그녀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싶었다. 그녀의 고통, 그녀의 희망, 그녀가 지닌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고 싶었다.
오띨리에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외로움과 나치 점령 이후 어떻게 삶이 변화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한때 프라하에서 음악을 공부했지만, 전쟁의 그림자가 그 꿈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꿈을 잃고도 매일 자신을 위해 작게나마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프란츠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건 이 아름답고 슬픈 도시 프라하의 고통이기도 했다. 그녀의 고통은 그의 가슴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프란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족 이야기, 특히 엄격한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아버지의 높은 기대와 잔소리로 인해 항상 자신을 억눌렀던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기 위함이라고 했다. 오띨리에는 프란츠의 이야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어느새 같은 고통과 희망 속에서 연결된 듯한 기분이 되었다.
전쟁이 프라하를 뒤덮기 전까지 프란츠는 독일어 학교에 다녔다. 잘 생기고 성실한 프란츠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정말이지 어느 날 갑자기, 그는 더 이상 그들의 친구가 아닌 자가 되어 있었다. 유대인이라는 낙인이 그에게 찍혔고, 유대 사회에서는 그의 독일어 학교 전력이 문제가 되었다. 그날 이후 프란츠는 원고 뭉치 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사실은 내팽개쳐진 것이었지만.
그들이 카페를 나설 때, 프라하의 거리는 여전히 고요하고 무거웠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프란츠는 오띨리에와 함께 걷는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녀와의 인연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는 그 인연을 끝까지 이어가고 싶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프라하의 거리를 걷는 동안, 그는 강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필요했고, 이 도시의 어둠 속에서 서로를 밝혀줄 수 있는 존재임을.
그날 저녁, 프란츠는 집으로 돌아와 펜을 들었다. 오띨리에와의 대화, 자신을 바라보며 섬세하게 떨리던 눈빛, 도시의 어둠에 짓눌린 고귀한 미소. 그 모든 것이 그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녀와의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프라하의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두 사람의 운명을 담아내기 위해. 그리고 그는 다짐했다. 오띨리에와 함께하는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프라하의 그늘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낼 순간들에 대해 프란츠의 기대가 커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프란츠는 다시 카페 슬라비아로 향했다. 이번에는 오띨리에가 먼저 와서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띨리에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그를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프란츠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 기쁨이 넘쳤다. 그들은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조금 사소한 것들, 프라하에서의 작은 즐거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쟁 중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기쁨들, 파티셰에서 발견한 신선한 빵 한 조각이나 시장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 아코디언 연주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느 연인들처럼 함께 웃기도 했다. 그 순간, 그들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오띨리에는 프란츠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이해해주며 자신의 고통과 프라하의 운명을 글로 풀어내려 한다는 사실에 깊은 위안을 느꼈다. 그녀는 그가 자신과 함께 그 어둠을 헤쳐 나가 주리라는 것을 믿기 시작했다.
프란츠는 오띨리에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지닌 고요한 슬픔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강인함이 그의 마음을 더욱 깊이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이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들이 카페에서 나와 함께 걷던 그 날 이후, 프란츠는 그녀와 더 자주 만나고 싶어졌다. 그들의 만남은 이제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한 약속이었다.
그날, 프란츠는 오띨리에에게 제안했다. "다음에 시간 괜찮으시면, 프라하 성 근처에 있는 작은 정원으로 가볼까요? 그곳은 정말 평화로워요. 전쟁의 흔적도 멀리 느껴지고요." 오띨리에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프란츠.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요." 그녀의 대답에 프란츠는 마음속 깊이 기쁨을 느꼈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갈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며칠 후, 프란츠와 오띨리에는 프라하 성 근처의 작은 정원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햇살이 부드럽게 비추는 정원을 거닐며 천년에 한 번 만난 듯한 평화를 느꼈다. 오띨리에는 그곳에서 프란츠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들려주었다. 그녀가 처음 피아노를 배웠을 때의 설렘, 가족과 함께 웃으며 보냈던 시간들. 프란츠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녀의 흰 얼굴에 행복했던 순간이 복원되고 있었다.
프란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오띨리에, 당신의 이야기는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제가 그것을 글로 남기겠습니다. 우리가 겪는 모든 순간들이, 희망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였다. "고마워요, 프란츠. 당신 덕분에 잊고 있던 희망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은 더 이상 슬픔만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감정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프라하의 어둠 속에서도 밝은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나갈 희망은 얼마든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프라하의 거리와 정원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그날의 햇살은, 그들의 앞날을 비추는 빛처럼 부드럽고 따스하게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프라하의 하늘이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 때쯤, 두 사람은 정원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잠시 침묵을 즐겼다. 오띨리에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은 정말 아름다워요. 전쟁의 흔적이 없는 곳에서 이렇게 앉아 있으면 마치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프란츠는 그녀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요.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고,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우리로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에 오띨리에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감사와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프란츠, 당신 덕분에 정말 많은 위로를 받고 있어요. 혼자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간들도 이제는 조금씩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프란츠는 그녀의 손을 한 번 더 꽉 잡았다. "우리는 함께할 거예요, 오띨리에. 그리고 어떤 어둠도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요."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서로의 온기만으로도 충분했다. 프라하의 거리가 여전히 무겁고 차가워도, 정원 속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정원에서 그들은, 잠시나마, 전쟁과 억압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와, 오직 그들 둘만의 세계를 누렸다. 프라하의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이렇게 작은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프란츠는 다짐했다. 그녀와 함께하는 이 모든 순간을 지키고, 기록하며, 세상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이고 사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