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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진 이성숙 Nov 16. 2024

아름다운 날의 일기

24.11.16. 토. 오후에 비

걱정해 줘서 모두 고마워.

기자협회에서 2개월짜리 강의가 있어서 처음으로 가던 중인데, 내일 둘째가 온다 하고, 서울역 자라에 가서 부츠 픽업해 달라하고, 강의장은 강서구 발산역 근처인데 생전 모르는 곳이고: 머리가 그 정도 동선을 정리를 못해서 사고가 났나 봐. 전철 승강장에서 카드 지갑을 흘려버렸어. 한 정거장을 갔다가 되돌아갔더니 이미 없어졌지. 카드가 없으니 전철 개찰구에서 나오지 못해 허둥대고. 내발역으로 가야 해서 동작역에서 밖으로 나왔어. 카카오택시 부르려니까 카드 정지 시켜서 결제 안 된다 하더라.

비는 점점 커지고, 처마 한 자락 없는 공사장 앞에서 대책 없이 비 쫄딱 맞고 서 있는데, 젖은 낙엽에 풍경은 왜 이리 아름다워! 괜히 억울한 생각도 들고 한심한 생각도 들어서 자꾸 눈물이 솟구치려는데, 잘생긴 청년 둘이 지나가다 말고, '왜 비를 맞고 계시냐'며 우산을 씌워줘 이런 고마울 때가. 1시간이나 비를 맞았으니 꼴이 영 안되어 보였겠지? 카카오택시 현금결제하는 것 좀 도와달라 했지. 

청년들이 택시 부르는 걸 도와주고, 택시 올 때까지 옆에 있어 주네. 어찌나 고맙고 이쁘던지... 뭐라도 주고 싶은데 주머니엔 책만 두 권 있어. 책을 꺼내 줬어. 모임 같이 가는 기자한테 전화했어. 힘들어서 집에 가야겠다고. 그랬더니 택시 타고 오래. 택시비는 도착하면 자기가 준다고. 또 감동. 한참 동생인 기자인데 위로가 되더라. 카드 배달 올 때까지 불편하면 안 된다고, 집 올 때 자기 카드를 선뜻 내게 주네? 새 카드 배송받으면 돌려주라고. 전철도 못 타고 다니면 어쩌냐면서. 


나 그래서 집 왔어. 근데 왜 슬픈 건지^^

가끔 다정함이 몹시 그리운가 봐 내가. 비, 낙엽, 사람의 온기로 방황했던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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