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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교향곡

책소개, 정기옥 소설가

by 명진 이성숙

《마음교향곡》

정기옥 소설집《마음교향곡》은 ‘스마트소설’이라는 형식 실험을 통해, 일상과 내면의 균열을 탐구하면서도 새로운 독서 방식을 제안한다. 작품은 짧지만 강렬한 단편들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자가 매일 한 편씩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교차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교향곡적 배열’이 특징이다.


1. 형식의 실험 – ‘스마트소설’

정기옥은 이 책을 “스마트소설”이라 부른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매체와의 호환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짧고 압축된 서사를 통해 감각적으로 읽히는 형식이다. 한 편 한 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마음의 파동’을 오케스트라처럼 구성한다. 즉, 개별 단편이 각각 하나의 악장처럼 기능하며, 모이면 전체가 하나의 교향곡을 이루는 구조다.


2. 주제의 스펙트럼 – 상처, 균열, 회복

표지 이미지에서 보이는 금이 간 푸른 심장은 책 전체를 상징하는 은유다. 균열 속에서 흘러나오는 빛처럼, 이 소설들은 인간 내면의 상처와 불안, 고독을 드러내면서도 그것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회복을 모색한다.

「꽃이 피를 흘린다」라는 문장은 아름다움과 고통이 분리되지 않고 공존한다는 주제를 압축한다.

「유통기한」, 「수챗구멍 속에 빠진 태양」, 「세상을 흡입하는 입」 같은 제목들은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사회적 부조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동시에 「앵무새 탈출기」, 「달콤한 쓴맛」 등은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독자의 숨통을 틔운다.

즉, 작품 전반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응시하면서, 균열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3. 언어의 특징 – 이미지와 상징의 과잉

정기옥의 언어는 설명보다 이미지와 상징에 집중한다. 장미가 피를 흘린다거나, 귀를 씻는 남자, 가면 인형 같은 설정은 초현실적 장치이면서 동시에 독자의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심리적 알레고리’다. 이는 일상적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감각적·은유적 소설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 교향곡적 배열 – 단편의 리듬과 흐름

각 편은 길이가 짧지만, 모이면 감정의 파동이 점층적으로 쌓인다. 「남자의 마음」 같은 내면 심리극과 「공간이동」 같은 상상력이 교차하면서, 독자는 파편적이면서도 다층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이는 전통적인 단편집과 달리, 하루하루의 독서를 통해 음악처럼 감정의 흐름을 이어가는 독법을 제안한다.


5. 문학적 의의

《마음교향곡》은 단순한 이야기 모음이 아니라, 감정의 조각들이 빛을 내는 교향곡이다. 독자는 서사를 따라가면서도 어느 순간, 스스로의 균열과 마주하고, 그 균열 속에서 빛을 발견하게 된다. 발문을 쓴 황충상 소설가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정기옥의 언어가 ‘파편 속에서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추천 말

정기옥의 《마음교향곡》은 상처와 회복, 고통과 아름다움의 공존을 탐구하는 실험적 소설집이다. “스마트소설”이라는 형식 실험을 통해 짧은 단편 하나하나가 교향곡의 악장처럼 배열되며, 독자는 각기 다른 파동을 따라가다 보면 전체적인 울림을 체험하게 된다.
균열 난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빛처럼, 이 작품은 파편적 현실 속에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위로와 희망의 가능성을 그려낸다.

분주한 삶 속에서 잊고 있던 감정의 리듬을 되살려 줄 책, 잠시 멈추어 서서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마음교향곡.jpg 정기옥 스마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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