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완주
'한옥마을 말고, 전주'에 이어
전주로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다들 한옥마을을 추천해 줬다.
2박 3일로 간다고 했더니 느긋하게 전주를 돌아볼 계획이냐며 너무 부럽다고 했다.
둘째 날에는 완주를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거기가 어디냐고 했다.
이처럼 전주는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완주는 전주만큼의 인지도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전주를 둘러싸고 있어 전주 여행 시에 함께 가기 너무나도 좋은 곳이지만 아직까지는 전주에 인지도가 밀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미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2019년, 방탄소년단이 이곳에서 뮤직비디오와 화보를 촬영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완주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전주 여행을 계획하다 보니 얼결에 "BTS가 다녀갔다더라"라는 검색결과가 나와 알게 되었다. 마침 전주와 아주 근접해 있어 2박 3일 여행지에 완주를 포함시키게 됐다.
솔직히 그리 큰 기대는 없었다. 전주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했고, 그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다 보니 뭐 볼 거 있겠나, 그저 여느 시골 중 하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BTS가 다녀간 곳에는 이유가 있었다. 힐링의 성지, 완주. 이 매력적인 곳을 조금이나마 소개해 드리려 한다.
완주 여행의 콘셉트는 명확했다. '쉬어가기'
(물론 도심 지역은 그렇지 않겠지만) 눈만 돌리면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울창한 산, 그리고 파아란 하늘까지 바쁜 일상을 잊고 바쁜 마음까지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임에 충분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오성제다. 오성제는 완주시 소양면에 위치한, 그리 크지도 하지만 그리 작지도 않은 저수지다. 저어기, (사진에서는 아마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저수지 건너편에 고즈넉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에서 BTS가 2019 썸머 패키지 촬영을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만큼 그 경치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카페 역시 많이 위치해 있다. 너무 더우니까, 카페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 하나 마셔줘야지.
우리의 선택은 한옥 카페였다. 저수지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통창으로 되어 있어 저수지 뷰를 감상하기 충분한 곳이다. 잠시 그곳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쉬어가기. 혹시라도 잠깐의 쉼표가 필요하다면 이곳에서 그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완주가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쉬어가는 것뿐만이 아닌, 글자 그대로 '쉬어가기' 좋은 환경들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었다. 여행에 지친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들 말이다.
예전 삼례역을 개조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든 '쉬어가삼 례:'라는 곳이다. 이름부터 쉬어가고 싶게 되어 있는 이곳은 완주의 역사를 간략하게 전시해 놓은 공간은 물론, 여행객들이 쉬어갈 수 있게 쉼터 공간 역시 꾸며놓았다. 오래 머물다 가도 된다는 듯 곳곳엔 책으로 빼곡한 책장들이 위치해 있고, 한숨 늘어지게 잠을 자고 싶은 빈백들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쉬어가삼 례:'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걸 추천드린다. 더위를 피하는 건 물론 더불어 완주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이 근처엔 볼거리도 많다. 오래된 서점을 연상케 하는 책 박물관부터 잠시 동심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림책 박물관, 그리고 삼례문화예술촌까지.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 박물관, 예술촌들이 모두 양곡 저장 창고를 이용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이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호남평야에서 거둬들인 양곡을 옛 삼례역과 군산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서 이곳에 곡물 창고를 지었다. 양곡을 쌓아두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단층의 넓은 목구조 건물로 지은 것이 특징이라고. 덕분에 그 원래의 목적은 잃어버렸지만 박물관으로서의 구조로 매우 훌륭하다.
가슴 아픈 역사와 그 과거를 딛고 일어나 새롭게 탈바꿈한 지금의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삼례. 이곳에서 문화도 즐기며 마음의 양식을 채워가시길 바란다. 뜨거운 태양 혹은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건 덤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