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매력이 많구나?
'전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한옥마을이 아닐까.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고 놀거리도 많고, 심지어 고즈넉한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숙박까지.
전주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이라면 한옥마을은 필수 방문코스일 것이다.
하지만 한옥마을의 명성에 묻혀버린,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행 스팟들이 전주엔 그득하다.
전주와 완주 2박 3일 여행의 시작날, 전주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버린 여행객이 끄적여보는 여행 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을 법한 23년 여름의 폭염은 그 존재감을 꽤나 드러내는 중이다. 시시때때로 건강 챙기라는 재난 문자가 날아오고, 실제로 아주 잠깐 밖에 서 있었을 뿐인데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무시무시한 폭염.
이런 날씨에 바깥 여행은 죽음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실내로 간다.
목적지는 국립전주박물관.
전주뿐만 아니라 전라도 지역의 역사는 물론 선비에 대한 전시, 그리고 2023 세계 잼버리 대회를 기념하여 열린 특별 전시까지 진행 중이다.
여느 박물관처럼 귀중한 물품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으며 박물관답게 보물도 많다. (이런 데 가면 국보, 보물은 꼭 보고 온다. 그야말로 보물이니까...) 그중에 눈길을 사로잡은 이것.
전 낙수정 동종이다.
보물 1325호로 이 종에는 조금은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였던 1926년, 전주 교동에 있던 낙수정이라는 정자를 수리하다가 이 종이 발견됐다고 한다. 당시 이를 일본 총독 사이토오 마코도에게 기증하여 일본으로 반출됐다고. 그러나 이 범종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소장해 오던 다카하라 히미코 씨가 1999년에 기증하며 70여 년 만에 고향 땅을 밟게 됐다.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있는 전 낙수정 동종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아름다운 미디어 아트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그것도 바다를 건너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오게 된 범종의 여정을 의미하듯 파도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미디어 아트월. 이후 범종의 경건한 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는 것처럼 아름다운 나비들이 날아오르는 미디어 아트는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이를 보며 한참을 앉아있었다는 건 안 비밀.
이밖에도 특별전이 진행 중인 <아주 특별한 순간 - 그림으로 남기다>에선 마치 폭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저 더위를 피하는 여행지로만 생각했던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순간이다.
해가 떨어지면 폭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다. 그럴 때를 이용해 찾아간 덕진공원.
연으로 가득한 덕진공원은 여름이 되면 연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연꽃이 피지 않아도 꼭 가볼 만한 매력적인 곳.
특히 전주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결정적 장소가 여기, 덕진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연화정 도서관이다.
한옥으로 된 연화정 도서관은 아름다움 그 자체.
한옥이 주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은 물론, 현대적인 감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내부 인테리어는 여행객을 매료시킨다. 이런 도서관이 집 주변에 있다면 전교 1등은 따놓은 당상이었을 텐데.
연의 향연을 즐긴 뒤 연화정 도서관에서 잠깐의 여유로움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책을 한 권 읽어도 좋고, 그저 멍하니 밖을 바라봐도 좋다. 전주는 당신을 재촉하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