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분 명상은 실패, 심호흡 2분은 성공했다

TickTick과 함께한 30일의 습관 실험기

by 윤세문
버피 10개, 감사 한 줄. 그게 내 하루를 바꿨다.

습관이 몸에 배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흔히 21일이면 습관이 자리 잡는다고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짧을 수도,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나는 지금, 그 66일 중 절반 즈음인 30일 지점에 서 있다. 매번 설정과 실패가 반복되었던 습관 만들기. 이번엔 조금 다르게 접근해봤다.


TickTick이라는 습관 트래킹 앱을 1년 구독하고,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부터 매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0일간 나는 나를 관찰했다. 작은 변화들이 어떻게 하루의 흐름을 바꾸는지.


1. 작고 가볍게, 게임처럼

버피 10개

스쿼트 30개

비타민 챙겨 먹기

아몬드 한 줌 먹기


모두 1~2분이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행동들이다. 그런데 이 행동들이 아침 루틴과 자연스럽게 엮이기 시작하자, 안 하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습관이라기보다 하나의 ‘흐름(flow)’이 된 것이다.

TickTick은 이 과정을 마치 작은 게임처럼 만들어준다.


실천한 항목을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나는 특유의 경쾌한 효과음을 듣게 되는데, 아무것도 아닌 그 소리가 이상하게도 좋다. 하루에 몇 개를 체크했는지, 며칠 연속 유지했는지를 보여주며 성취감을 숫자와 그래프로 시각화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놀랍도록 단순한 원칙 하나.

“하루에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만큼만 설정하자.”


Image (26).jpg 나의 Ticktick 화면


2. 복잡하거나 무거우면, 안 하게 된다


‘10분 명상.’
듣기엔 간단하지만, 나는 최근 거의 하지 못했다. 출장 준비, 중요한 미팅, 아시아 팀과의 이른 아침 콜, 쌓여가는 이메일. 단 10분조차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절충안을 짰다.
10분 명상 대신, 눈을 감고 2분간 심호흡 10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마음챙김’이라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헬스장은 집에서 1분 거리지만, 그 1분과 옷을 갈아입는 그 자체가 귀찮았다.
그래서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버피, 스쿼트 같은 동작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향으로 바꿨다.


레몬물도 매일 아침 레몬을 짜는 게 번거로워서
이번 주부터는 일주일치 레몬을 미리 짜서 얼려두는 방식으로 바꿨다.

핵심은 습관이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삶에 맞게 습관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3. 아주 작지만, 분명한 성취감

지금의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TickTick을 켜는 것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문장 하나가 나를 일으킨다.


“나의 삶에 감사하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라고 늘 생각만 했지, 막상 실천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앱 화면에 이 문장이 글자로 떠 있으니, 정말 1분 정도 조용히 눈을 감고, 감사한 점을 되새기게 된다. 하루의 시작이 달라진다.


그 아래에는 오늘 하루 내가 지향하고 싶은 태도와 행동들을 적어뒀다. 몇개만 추려보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어깨 펴고 걷기

정제 탄수화물 피하기

하루를 시작하며 이 문장들을 다시 떠올리는 그 순간, 이런 말들이 무의식 어딘가에서 나를 이끌 거라고 믿는다.


여전히 어려운 질문

하지만, 여전히 더 고차원적인 습관은 만들기 어렵다. 책을 매일 30분 읽는 것, 10분 명상, 글쓰기 루틴 등…


또 하나의 도전은 여행이나 출장을 갔을 때다. 곧 긴 해외 출장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동안 만들어온 루틴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환경이 달라지면 흐름도 바뀌고, 습관은 금방 흔들린다. 새로운 시간표, 낯선 공간, 일정의 예외들.


그래서 나는 고민 중이다. 나의 다음 단계는 아래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조금 더 복잡한 (어려운) 습관을 어떻게 습관화 할까?
낯선 환경 속에서도 지킬 수 있는 루틴은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TickTick에 등록한 나의 습관 리스트는 어느덧 15개에서 시작해 지금은 27개가 되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체크 하나하나가 작은 전진이자,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을 하루하루 조금씩 지켜가는 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빠른 답의 AI 시대, 느리게 생각하는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