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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다보스에서 배운 리더십

세션의 숨은 리더, 모더레이터 – 하계 다보스에서 다시 본 리더십

by 윤세문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 톈진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하는 ‘하계 다보스’(공식 명칭: Annual Meeting of the New Champions)가 열렸다.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례총회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이 행사는, 특히 혁신과 기술, 스타트업, 미래 담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리 팀에게 매우 중요한 자리다.


1751330909819.jpg 총 1700명이 넘는 정재계 및 학계 인사들이 참석한 중국 천진의 하계 다보스 행사

올해는 우리 팀을 통해 세계경제포럼과 협력 중인 100개 이상의 글로벌 스타트업 CEO 및 임원이 직접 참석했고, 중국의 주요 유니콘 스타트업들도 다수 자리를 함께했다. 우리는 총 13개의 세션을 기획하고 운영했으며, 나는 그중에서도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망하는 대형 세션 (Foresight on China Startups) 을 리딩하며 3일 내내 숨 가쁘게 현장을 누볐다. 3일간 수많은 스타트업 CEO들을 만나며 느낀 점들이 많지만, 오늘은 특별히 이 세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모더레이터가 세션의 리더다 – 셰리 안과의 협업

이 세션은 중국의 유니콘 및 스케일업 3곳, 그리고 USC의 교수와 함께한 패널 토크였다. 150명 이상이 입장할 수 있는 큰 룸에서 열렸고, 이 중요한 자리를 이끌 모더레이터로는 Bloomberg의 한국계 앵커 셰리 안(Shery Ahn)을 섭외했다. 연사들 캐스팅 과정에 우여곡절도 많았고, 규모가 큰 세션인 만큼 부담도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선택들이었다.


1751330907265.jpg 6월 24일 진행된 'Foresight on China Start-ups' 세션. 맨 좌측이 Shery Ahn.

셰리 안은 이미 여러 인터뷰로 실력을 입증한 진행자이지만, 이번 세션을 통해 그녀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세 가지를 정리해본다.


1. 철저한 준비

우리가 제공한 연사 정보 외에도, 셰리는 각 연사의 최신 비즈니스 전략, 최근 뉴스, 심지어 우리측에서 전달하지 않았던 세부 정보까지도 파악해왔다. 그저 우리가 준 자료를 읽고 외운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질문과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연사와의 신뢰를 빠르게 구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 좋은 질문, 더 좋은 후속 질문

세션의 성공은 단지 훌륭한 연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그들의 생각을 최대한 끌어내는 건 모더레이터의 역량이다. 셰리는 날카롭지만 따뜻한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었고, 각 연사의 발언에 날카로운 follow-up을 더해 깊이를 더했다. 연사들 사이를 오가며 리듬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마치 경험 많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았다.


3. ‘즐김’의 분위기 조성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세션 직전 셰리가 했던 말이다.
“이건 시험이 아니다. 우리가 즐기면, 그 즐거움은 자연스럽게 청중에게 전달된다. Let's have fun”
이 한마디에 연사들의 긴장이 풀렸고, 대화는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게 흘러갔다. 청중 역시 그 에너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세션이었다.


세션을 곱씹으며 든 생각 – 모더레이터와 리더는 닮아 있다

세션을 마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모더레이터는 결국 좋은 리더와도 같다.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연사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끌고, 그 안에서 각자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며, 심지어 그 과정마저도 즐겁게 만드는 사람. 조직의 리더 역시 구성원들의 가능성을 읽고, 흐름을 조율하며, 억지스러운 몰입이 아니라 자발적인 에너지를 끌어내는 사람이 아닐까.


이번 하계 다보스에서는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지만, 특히 이 세션을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며 눈앞에서 느낀 경험은 단순한 행사 운영을 넘어, 리더십에 대한 깊은 통찰의 시간이기도 했다. 셰리 안이라는 훌륭한 모더레이터와 함께한 이 시간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혹시 궁금한 분들은 위의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떠올리며 이 세션을 꼭 한 번 보시길. 중국의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인사이트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weforum.org/meetings/annual-meeting-of-the-new-champions-2025/sessions/foresight-on-chinas-start-ups/


기타 사진들

1751330905659.jpg 6월 26일 마지막 세션이 끝나고 남은 Innovator들과 한 컷.


1750842836532.jpg Zoom으로 통화만 하고 처음 직접 만난 싱가폴 기반의 Youtrip의 CEO Caecilia 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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