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부터 알고리즘까지, 그리고 우리가 고민해야 할 다음
①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기반 vs 센서 퓨전', 'End-to-End (E2E) vs Modular'라는 두 축의 기술 전략으로 나뉜다.
② Tesla는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E2E 학습 기반의 대표 주자이며, 많은 선 기업은 안정성을 중시한 센서 퓨전과 모듈형 접근을 선택한다.
③ 한국은 자동차 산업의 ‘다음’을 위해, 규제 완화와 기술 투자뿐 아니라 자율주행의 철학과 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3년 후반,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 자율주행차인 Waymo에 처음 탑승했다. 당시에는 Waymo가 등록된 로컬 사용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시기였는데, 샌프란에 사는 동료의 도움 덕분에 운 좋게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샌프란을 방문할 때마다 Waymo를 자주 이용하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율주행차를 타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 베이징에서도 WeRide의 초대를 받아 자율주행 버스를 탑승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차량이 신호를 읽고, 회전하고, 멈추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며 “정말 기술이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시되는 자율주행 기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기 다른 기술적 접근과 수많은 전략들이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자율주행의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자동차 산업의 다음 챕터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준다.
자율주행 기술은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의 기준에 따라 L0~L5 단계로 구분된다.
요즘 등장하는 “L2+”, “L3-ready” 같은 표현은 이 과도기적 상태를 나타낸다. 실제로는 L4 기술이 가장 활발히 상용화 테스트 중이며, 기술보다도 법과 인프라, 사회적 수용성이 더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간이 운전하는 과정을 기술적으로 모방한다.
인지 (Perception): 카메라, 라이다, 레이다 등을 통해 차량 주변의 사물·보행자·신호 등을 인식
판단 (Planning / Decision-making): 어디로 갈지,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
제어 (Control): 브레이크, 가속, 조향 등 실제 차량을 움직이는 동작 수행
이 세 단계의 구현 방식과 설계 철학이 바로 기업별 전략의 핵심이다.
Tesla는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라이다나 레이다 없이 카메라만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성, 그리고 대규모 주행 데이터 수집의 일관성을 이유로 들며, 인간처럼 ‘눈’으로만 운전할 수 있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Waymo, Cruise, Deeproute, WeRide 등 대부분의 자율주행 기업들은 카메라 + 라이다 + 레이다를 조합해 다양한 정보를 통합 처리한다. 각 센서의 특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카메라: 색상·텍스처 등 시각 정보에 강하지만 거리 인식에는 취약
라이다: 정밀한 3D 거리 측정에 탁월하지만 고가
레이다: 속도 측정과 악천후 상황에 강하지만 해상도는 낮음
센서 퓨전은 다양한 센서의 단점을 서로 보완하며, 보다 안정적이고 정밀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센서로 받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차량을 움직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접근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End-to-End(E2E) 방식은 센서 데이터를 AI가 받아 바로 차량 제어 명령까지 내리는 구조다. 카메라, 라이다 같은 센서 데이터를 AI가 받아서 곧바로 ‘조향/가속/브레이크 명령’까지 내리는 구조다.
즉, 중간에 “이건 차선이고, 저건 신호등이야” 같은 해석 없이, "AI야, 이 영상을 보고 어떻게 움직일지 스스로 학습해줘"라는 접근이다. 대표 사례는 Tesla다. 테슬라는 실시간 도로 영상을 보고 딥러닝 모델이 직접 차량을 제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구조가 단순해 전체 시스템이 간결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면 놀라운 적응력 발휘
실시간 반응 속도가 빠름
마치 AI시스템이 블랙박스와 같아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움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 취약할 수 있음
안전성 검증과 규제 대응이 어려움
Modular 방식은 자율주행을 인지 → 판단 → 제어로 나누어 각 단계를 따로 설계하고 개발하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해서,
인지 단계에서는 “저건 보행자, 이건 자전거”와 같은 객체를 식별
판단 단계에서는 “그러면 여기서 멈춰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제어 단계에서 실제로 차량을 멈추거나 방향을 조절
이 구조는 사람의 사고 방식과 유사하며, Waymo, Cruise 같은 많은 자율주행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각 모듈을 독립적으로 개발·테스트 할 수 있어 오류 추적이 용이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에 유리
“왜 그렇게 주행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 규제 대응에도 적합
전체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통합에 시간이 많이 듦
실시간 반응 속도에서 E2E보다 느릴 수 있음
모듈 간 연결 지점에서 오류 발생 가능
한 줄 요약
Tesla는 "사람도 감각적으로 운전한다"는 철학 아래 E2E를 밀고 있으며, Waymo 등은 "안전성과 설명 가능성이 먼저"라는 입장으로 Modular 방식을 채택한다.
미국과 중국, 두 기술 대국의 거리에서 자율주행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비롯 여러 도시에서는 Waymo의 자율주행 택시가 실제로 도심을 누비고 있었고 (심지어 뉴욕에서도 데이터 collection을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직접 탑승해본 경험은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이제는 진짜로 사람이 없어도 운행되는 차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Deeproute, Momenta, WeRide 등 다양한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유연한 규제 속에서 빠르게 테스트와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었다. 특히 대기업(바이두, 화웨이 등)과의 협업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이 뛰어난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놀라웠던 건, 두 나라 모두 자율주행을 단순히 '미래 기술'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운영과 확산을 염두에 두고 인프라, 정책, 산업 생태계까지 함께 설계하고 있었다.
한국은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 역량을 가진 나라이고, 자동차 산업은 한국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전기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기술을 생각할 때, 우리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와 테스트베드 확보
자율주행 핵심 알고리즘 내재화
글로벌 표준에 발맞춘 법·제도 설계
소프트웨어 중심 인재 육성과 투자 확대
자율주행은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이자, 제조업 전반의 다음 생태계 전략과 연결된다.
자율주행차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각 기업의 철학적 선택, 기술 구조, 정책적 대응이 맞물리는 복잡한 퍼즐이 존재한다.
내가 탔던 Waymo나 WeRide의 차는 단순히 ‘스스로 가는 차’가 아니라, 수많은 기술자들과 정책 설계자, 창업가들의 전략과 결정이 응축된 결과물이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Next 자동차의 핵심인 자율주행의 큰 퍼즐 속에서 우리만의 niche와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