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Chase Center에서 배운 다섯 가지 인사이트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 오랜만에 기술 파트너사 대표이자 창업자 친구를 만났다. 그가 농구 경기를 보러 간다고 했다. 문득 생각해보니 이곳은 스테픈 커리의 도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이 아닌가. 그날 밤, 나의 공식 일정이 막 끝나는 순간 열리는 홈경기. 모든 것이 운명처럼 맞아떨어졌다.
결국 우리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Chase Center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었다. 하나의 체험형 브랜드이자, 고객 경험(UX)의 정점. 입구부터 좌석, 조명, 이벤트, 음악까지 모든 것이 ‘사용자 여정’을 설계한 듯했다. 이런 몰입형 경험은 오늘날 혁신 기업들이 지향하는 방향과 닮아 있었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
경기는 드라마였다. 커리는 초반 부진했지만, 3, 4쿼터를 지나며 살아났다. 120대 120, 동점. 그리고 연장전 끝 137대 131 승리. 폭발하는 관중 속에서 느꼈다. 이건 단순한 경기 이상이었다. 조직, 전략, 인간의 에너지가 하나로 맞물리는 과정이었다.
워리어스 선수들은 모두 드리블, 수비, 공격, 3점슛까지 자유자재다. 상황에 따라 센터도 3점을 던진다. 즉, “역할에 묶이지 않는 유연한 기본기”가 팀의 안정성을 만든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페셜리스트도 중요하나, ‘문제 해결형 제너럴리스트’가 더 큰 가치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AI, 데이터, 전략, 디자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금 — ‘하나의 역할’보다 ‘다양한 기본기’가 혁신을 가능케 한다.
농구는 생각보다 빠른 실험의 연속이다. 10점 차를 단 몇 분 만에 뒤집는다. 결정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거의 없다.
지금의 비즈니스도 그렇다.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배우는 ‘실험 중심 조직’, 오래전 나온 개념인 '린스타트업'을 통해 기민하게 움직이며 적응하는 조직이 결국 살아남는다. 워리어스의 플레이처럼, 기업도 템포를 통제할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기 중엔 한순간의 선택이 승부를 가른다. 누가 슛을 던질지, 언제 패스할지, 수비 전환은 어떻게 할지. 이건 개인의 천재성보다, 시스템화된 팀워크의 결과다.
요즘 조직이 직면한 문제도 같다. 정보는 넘치지만 판단은 늦다.
결국 신뢰 기반의 협업 시스템이 있어야, “생각하는 조직”이 움직인다.
놓친 슛에 자책하지 않는다. 커리도, 고든도, 웃으며 다음 플레이로 간다. 그들은 결과보다 과정의 리듬을 신뢰한다.
리더십도 같다. 실패를 탓하지 않고, 팀의 에너지를 다시 세우는 힘이 중요하다. 혁신은 언제나 실패의 확률이 높은 실험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격렬한 충돌이 거의 없었다. 대신 서로를 존중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경쟁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우아함.
진짜 강한 조직은 배려 속에서 강하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혁신의 토대로 삼는 이유도 같다. 배려는 약함이 아니라, 집단지성의 촉매제다.
워리어스의 경기장은 화려한 자본의 상징이면서도, 작전타임과 쿼터 중간 중간 행사를 통해 기부와 커뮤니티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졌다. 이익과 선의가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 그건 오늘날의 지속가능한 혁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같다.
새로운 경험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기회비용이 크지 않다면 그냥 하라. 그날 Chase Center에서 느꼈던 리듬, 그게 혁신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이트를 안겨준, 다른 대륙의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