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깃거리 많이 만들었으나 불행한 삶(진시황 설화)
평범하고 무탈하게 살아온 삶에서 겪은 경험과 경륜은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 창업주의 언행 보통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어떻때는 무엇인가를 배우려고도 한다.
왕조시대의 경우 창업의 이야기는 나라를 만든 사람에 대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거대한 제국을 설계하고 만들고 경영한 위대한 창업주였다.
그의 업적이 매우 커서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왕조는 수천 년간을 그가 만든 제도와 사상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한 위대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기억은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또 진시황의 개인사를 보면 고달프고 불쌍하였다. 그는 진나라의 적국 조나라에서 인질로 있던 아버지와 여불위와 사적 관계가 있던 여자사이에 태어나 친부가 누구인지 의혹에 시달렸으며 조나라와 진나라의 격렬한 전쟁이 끊이지 않아 어릴 때는 조나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곤 했다.
성장기에 겪은 모친의 풍기문란에 진절머리를 느껴 황제가 되어서도 평생 정식 황후 두지 않았다. 그가 창업한 제국의 안녕을 위해 일중독에 빠져 살았으며 죽음에 이르러서는 측근의 배신으로 바로 땅에 묻히지도 못하였다.
그는 공적으로는 대단한 치적을 쌓았으나 개인의 삶은 불안하고 불행했다. 그래서일까 우리 설화에 여러 이야기를 남겼다.
진시황 설화의 중심어와 분포지역
진시황의 활동이 주요 내용으로 묘사되는 설화는 18개 정도가 있다. 이들 설화의 중심 단어는 불로초, 공자, 만리장성, 산삼 바치기 등이다.
설화에서는 실제 그가 이뤄낸 치적이나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좋은 것을 혼자 차지하기나 영원히 향유하려는 끝없는 욕심 채우기 그리고 그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과 그러한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백성들의 고통 이야기가 주류를 차지한다.
설화는 남한의 여러 지역에 분포하는데 정읍, 군위, 울주, 고흥, 이천, 광양, 월성, 단양, 김해, 정선, 합천 홍천, 하남 등이다.
설화 분포도
설화에 비친 한반도 모습
진시황의 이야기가 있는 지명이 남한에 여러 곳에 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지명을 짓기보다는 진시황을 둘러싼 인물들이 한반도에 직접 와서 진시황의 욕심을 채워주려는 행동에 관련되는 지명들이다.
기원전 2 ~3세기에 중국인의 활동 중심 지역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 중서부에 있는 산시성의 서안 일대이었다. 그들의 시야에 한반도는 신비한 지역으로 중국에서 구하지 못한 귀한 물품이 있으며 이를 구하려 직접 왔다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진시황 설화 한 편 보기 - 하룻밤을 자도 만리성을 쌓는다
남자는 보이기만 하면 성을 쌓는데 잡아가 버리자 이젠 여자애도 갓을 씌우고 남자아이 옷을 입혀 성 쌓는데 데려가는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떤 삼대독자가 신혼살림을 하는데 아직 자식 하나도 없는 데 신랑이 잡혀 성을 쌓는데 끌려갔다. 신부는 이제 생과부 생활을 하는데 해가 지려고 하면 밖을 하릴없이 바라보곤 했다.
어느 날 어떤 늙은 댕기 머리 땋은 총각이 과수댁을 지나면서 하룻밤 자고 가게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방이 하나뿐인 집이라 해준 밥 먹고 과수는 아랫목에 댕기머리 늙은 총각은 윗목에 자리를 잡았다. 그 둘은 등을 벽에 기대고 서로를 보고 비스듬히 앉아 졸음을 참고 있었다.
과수댁이 글을 아냐고 늙은 총각에게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과수댁은 생각하길 ‘아이고, 인자 됐다.’ 하고 바깥에 나와서 물을 따뜻하게 데워 늙은 총각을 목욕시키고 상투를 틀었다. 그리고는 바깥양반이 입던 의복을 한 벌 가지고 와서 입혔다
“그래 아이라 했지, 나는 과분데, 온 저녁 마 내하고 결혼해 가 나캉 살자？”
하룻밤 잔 후 과수댁은 ‘만리성’이라는 편지를 써서 댕기 머리 총각에게 주고서 이 편지를 아무에게 보이지 말고 만리성을 쌓고 있는 진시황에게 주고 빨리 돌아오라 했다.
과수댁이 늙은 총각에게 준 편지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삼대 외동의 혈손이 끊기게 되어 구천에 돌아가도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그리고 친부모 앞에서 무슨 말을 여쭈겠소?. 그러하니 진시황 님 이 편지를 받고 사람을 대신 이렇게 보내니 아무개를 보내 달라. 보내 줘야 삼대 혈손이 안 끊기고 뒤가 있지 않겠나？’
편지를 읽은 진시황은 댕기 머리 총각을 일하라 하고 편지에 적혀있는 신랑을 집에 가라고 했다. 그래서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의미는 그 댁에서 하룻밤 자고 평생을 만리성 쌓다가 죽는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