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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 Feb 04. 2024

스트레스성 구내염

입밖에 내지 못해 볼에 붙어버린 말주머니



오늘도 입 안이 헐었다. 볼에 느껴지는 자그마한 주머니 같은 것들은 이제는 익숙하리만큼 늘 있는 일이었다.


비단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늘 달고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입 안에 생긴 주머니들은 하지 못한 말들이 굳어 언젠가는 때가 되어 부드러운 입김에 녹아 자연스레 볼에서 떨어져 나갈 준비를 하는 즉 나에게서 거절된 말들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같이 유독 입 안이 너덜거려 신경이 많이 쓰이는 날이면 주로 위아래의 송곳니를 이용하여 조금씩 떼어내 뱉어내고는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말들의 주머니가 떨어져 나갈 때마다 가끔 입 안이 일직선으로 주욱 찢어져 빨간선이라도 그어진 듯 아파왔다.


반드시 해야만 했던 말들이 굳게 자리 잡은 걸 억지로 뜯어낸 것 같아 볼이 시큰거리지만 이미 떠나가 돌아오지 않을 말들과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기다림보단 차라리 볼에 빨간 회초리를 길게 한 줄 놓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입안에서 나뒹구는 피는 나를 비릿하게 비웃으며 다음의 침묵에서 보자는 듯이 빠르고 야속하게 아물곤 했다.


그때의 말들을 전부 할 수 있었다면 내 입은 헐지 않았을까, 그럴 수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언어만 남고 대상이 사라져 의미 없이 입안에 희게 자리하는 요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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