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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Feb 07. 2024

제주의 숨은 맛집

나의 맛집 일지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가장 큰 행복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사실 나는 하루 중 세 끼를 챙겨 먹는 날이 없다. 체중관리에 늘 예민해서, 또한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 오래도록 체중관리를 해오던 습관 때문인지 하루 세 끼를 다 챙겨 먹는 일은 없다(그렇다고 지금 날씬하다는 의미는 아님). 배가 고파서 끼니를 대충 때우기보다는 한 끼를 제대로 먹자는 주의다.


지난 일요일 저녁부터 화요일까지 제주도에 다녀왔다.

십 년이 넘은 기간 동안 한 달에 적어도 세 번은 제주도를 가는 입장에서 현지인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제주도 숨은 맛집은 좀 아는 편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맛집을 방문해도 sns에 사진만 올리고 식당 이름이나 위치는 웬만해서는 공유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주 가던 고사리 해장국집이 '수요미식회'에 소개되면서 그 이후로는 그 해장국집을 갈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 해장국 집은 아침 일찍부터 현지인, 특히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막걸리에 해장국과 빈대떡을 안주 삼아 담소를 나누는 동네 해장국집 같은 분위기였다. 아침 식사를 하러 가도 언제나 대기는커녕 좌석이 여유로웠는데 TV미식 프로그램에 소개가 된 이후로는 대기 시간이 길어서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나의 제주 단골 맛집 리스트에서 하나가 삭제되었다.  식당 입장에서는 식당이 많이 홍보가 되고 장사가 잘 되어서 좋은 일이지만 오롯이 내 입장에서는 속상하기만 했다. 내가 가는 곳이라 맛집으로 알려졌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역시 맛집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고 가만히 두지를 않는구나.' 생각을 했다.


제주도는 육지와는 다르게 독특한 음식이 많다.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겠지만 특히나 제주도는 제주도 만의 요리문화의 특성이 뚜렷한 느낌이다.


이번 제주여행은 지인 두 명과 함께 했다. 무엇을 먹을지는 지인들이 나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그만큼 맛집을 잘 알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사실 자신감도 있었다. 월요일 아침 겸 점심, 그리고 저녁, 화요일 점심을 제대로 된 식사를 했는데 이번 글은 월요일 저녁에 먹은 음식에 대해 간단히 써보고자 한다.


사실 좀처럼 맛집 대한 글을 쓰지는 않는데 함께 식사를 했던 지인 두 분이 너무 맛있게 먹고 감동까지 받아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여행기간이 길었다면 더 많은 맛집을 소개했겠지만 여행 기간이 짧아서 평소 접하기 힘든 재료의 요리를 맛 보여 주고 싶었다.


그 식당에는 여러 요리 메뉴가 다양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요리마다 다 특색과 개성이 있고 어디서 맛보기 쉽지 않은 요리들이다. 요리의 기본 재료는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도 한 재료지만 완성된 음식은 좀처럼 보기 드문 요리이다.

우리가 주문한 요리는 꼼장어 수육과 성게알이었다. 흔히들 꼼장어 구이와 꼼장어 볶음은 많이들 먹어봤을 거라 생각하는데 꼼장어 수육은 나 역시 제주 그 식당에서 처음 먹어 봤다. 육고기 수육은 흔하게 먹었지만 꼼장어 수육이라.. 사실 비주얼도 그렇고 약간은 비릴. 것 같은 거부감과 걱정이 살짝 있긴 했지만 한 입 먹었을 때 그 맛이란 걱정은커녕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론사람마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말이다. 수육이 식지 않게 찜기에서 계속 약불로 데우면서 먹을 수 있는데 꼼장어 수육 밑에 부추가 가득 깔려있고 수육 사이사이 생강채와 마늘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 향이 꼼장어 수육과 잘 어우러져 더욱 고급진 맛을 내는 듯했다. 꼼장어 수육과 부추와 생강채와 마늘을 함께 싸서 특제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란 주변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함께 간 지인들의 감탄사 연발이 내 어깨를 더욱 으쓱하게 만들었다.

또 한 가지 요리는 성게알을 김과 미역에 싸서 마늘과 청양고추를 얹고 기호에 따라 초고추장을 살짝 찍어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성게알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 식당의 성게 알은 굳이 자랑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성게는 비싼 요리 재료이기 때문에 배부르게 성게알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 식당은 조금 다르다. 성게알이 아까워서 아껴 먹었다가는 나중에 배가 불러서 혹시 성게 알이 남을 수 있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다고 성게알이 맛이 없거나 냉동된 것을 해동시켜 나온. 것도 아니고 그날 그날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바다향 가득 담은 신선한 성게 알이다. 지인들은 두 번, 세 번 감탄했다. 이런 곳이 있었냐며.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말자는 재밌는 말을 속삭였다. 여기도 유명해져서 나중에 오고 싶어도 못 오면 어떡하냐고. 어쨌든 이번 제주 여행은 친한 지인들과 함께 내가 자신 있게 소개 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또한 제주도를 자주 다니면서 알게 된 정보를 지인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서 그동안 제주 출장이 '힘든 일만은 아니구나'라고 잠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다음 제주 출장도 새로운 곳, 좋은 곳을 발견했다가 언젠가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왔을 때 기지를 발휘할 수 있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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