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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우 Jun 05. 2024

움직이는데서 답이 있다.

내가 유별나고 예민한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부끄러워했다. 마음이 강하지 못하고 약해서 흔히들 다니는 병원이 아닌 곳에 다니는 줄 알았다.  평생토록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약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치료를 해오고 있다. 지금도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거의 하루를 쉬지 않았다. 쉬는 날이면 제주도도 거의 빠지지 않고 갔다. 맡은 학교수업도 충실히 했다. 목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미래의 경주마들도 열심히 보러 다녔다. 그토록 공포스럽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지난 6개월 동안에는 피하지 않았다. 용기 내어 부딪혔다. 물론 여전히 힘들고 불안하고 느닷없이 공황은 찾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 겁내지 않기로 했다.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치러야 할 신체적, 정신적인 대가와 많은 에너지가 소모가 되지만 미리 겁먹는 것이 더 공포감을 키우는 것 같아 '올 테면 와봐라'라는 식으로 맞 부딪히기로 했다.


그리고 움직이는데서 답이 있다는 발견을 하게 되었다. 불안, 우울 같은 감정은 내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고 싶을 때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가만히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멍 때리기를 할 때 먼가 스멀스멀 불안과 우울이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이제는 나도 요령이 생겨서 마구잡이로 글을 써대거나 책을 들고 읽거나 밖으로 나가 조금 걷다 보면 우울과 불안한 감정이 어느새 자취를 감춰 버린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이 방법은 누구에게나 적용가능 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나의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는 작은 발견을 한 것 같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몇 자 적어본다. 움직이는데 답이 있는 것을.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한 가지 작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약이 가득 든 약봉지를 챙겨서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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