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계획 없던 회사에 무작정 전화?
마케팅, 광고 회사에 취업하려면 다양한 채용 플랫폼을 찾아본다. 나 역시 대학 졸업 후 2010년 사회로 나와 잡코리아, 사람인을 둘러봤다. 하지만 광고 일은 서울에 많이 몰려 있는지 부산에서 원하는 회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채용 플랫폼은 닫아두고 당시 많이 쓰던 포털인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에 원하는 방향성의 회사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2010년 초에는 페이스북도 대부분 모르던 시기)
2010년, 찾던 3가지
IMC 통합 마케팅을 해볼 수 있을까?
브랜딩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곳인가?
회사가 정해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제안하는 일들이 반영되는 곳인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스스로 뛰어나거나 희소성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신입이기에 나를 불러줄 곳도 없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곳이 병원 컨설팅하는 곳. 병원 브랜드와 기업을 만들고 장기적인 매출까지 만드는 모든 일을 하는 곳이었다.
찾아본 병원 경영 컨설팅 회사(이하 'M사')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마케팅, 브랜딩에 대해 항상 가슴 뛰고 공부해 온 김영광이라고 합니다. M사에 대해서 모두 다 알 수는 없지만 제가 원하는 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도 이러한 저의 생각과 맞아서 서로 시너지가 난다면 좋을 수도 있기에 한번 만나서 대화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다. 회사에서 바로 거절했다. 채용할 일이 없다고 했다. 채용 공고 난 곳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연락했다. 그렇게 이야기 나누다가 결국 회사 한번 오라고 하셨다. 오! 이게 되는구나.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나는 병원을 잘 모르지 않는가? 면접 전 아프지도 않았지만 병원 몇 곳을 가봤다.
온라인 고객(나의) 경험
질환 또는 지역 중심으로 검색했을 때 어떤 곳들이 나오는지, 홈페이지는 어떤가? 광고나 홍보 등을 하고 잘하는지?(물론 광고하지 않는 동네 의원들도 찾아봄) 찾아가는 길은 쉽게 안내되어 있고 전화 문의 했을 때 응대는 어떠한지, 예약 후 문자 등으로 안내가 어떻게 오는지 등을 보게 되었다.
오프라인 고객(나의) 경험
병원 찾는 것이 괜찮았나? 간판과 안내문 등은 어떠한가? 들어가는 입구 첫인상은 어떠한가? 병원 전반적인 인테리어 또는 청결 상태는 어떤가? 접수 안내는 괜찮은가? (물론 큰 병원과 작은 의원은 차이가 있음) 진료, 검사받을 때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눈에 보여 안심이 되는가? 원장님과 상담사의 대화는 어떠한가? 억지로 뭔가를 권하는가? 뭔가 진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안내가 있는가? 진료 후 비용 안내 등은 어떤가? (계속해서 나의 상태 확인을 위해 메시지나 연락이 오는가?)
단 한 번도 누구에게 들어보거나 교육받은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면접 가기 전 이 모든 것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체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애 첫 면접 미팅 때 이 이야기를 대표님께 모두 들려드렸다. 대표님은 다 들으시고 남성적인 저돌성과 여성적인 섬세한 면이 같이 있어서 이 일을 하기에 좋겠다고 하셨다. 일할 자리를 마련할 테니 일주일 뒤에 출근하라고 하면서 현재 클라이언트 리스트를 알려주셨다. (성형외과, 피부과, 한의원, 치과 등)
알려주신 클라이언트 리스트 홈페이지를 하나씩 분석하기 시작했다. 초보자가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하지만 홈페이지는 기획자, 개발자 보라고 만들었나? 고객을 위해 만들었다. 내가 가장 분석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클라이언트 홈페이지를 분석해서 첫 회사 입사 날 대표님 앞에서 발표했다. 이걸 발표하라고 클라이언트 리스트를 알려주신 것은 아니었는데 자료를 만들고 발표해서 놀라셨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도 불러서 함께 나눴다.
그렇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병의원 개원(사실 여기 모든 것이 포함된다), HI 제작 등 브랜드 자산 세팅, 웹페이지 구축, 상권 분석 및 위치 선정, 인테리어, 병원 운영 프로세스 세팅, 채용, 직원 교육, 진료 과목 세팅, 상담 매뉴얼 세팅 및 교육, 리플릿, 브로슈어 등 인쇄물 전반, 정말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과 광고, 홍보, 영상 제작, 커뮤니티 연결, 매출을 높이고 고객 만족을 높이는 전방위적인 분석, 전략과 실행 등. 돌아보면 이렇게 하는 곳이 있었을까 싶다. 아직 다 나열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까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첫 회사 입사 전 'IMC, 브랜딩, 내가 제안하면 반영되는 곳' 이렇게 3가지를 원하고 계획했다. 하지만 병원은 전혀 생각하거나 계획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느끼게 되지만 결국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음을 알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계획대로 했으면 소중한 순간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해야 할 일과 지금 가는 길이 좋거나 힘들어도 사랑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통제할 수 없는 삶이 분명하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인데 괜찮다는 생각이 깊이 뿌리내렸다. 어디로 가게 될까? 고통이 있겠지만 설렘과 기쁨이 항상 따라다닌다.
부산에서는 병원 쪽 경험을 많이 했고 서울에 와서 다양한 직군의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앞으로 하나씩 이야기를 풀고 싶다. 15년 뒤인 현재의 이야기도 나누고 싶지만 오래전 이야기를 다 잊기 전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