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스타그램을 잘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삼십 분은 기본이요,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일도 많다. 어디 시간뿐이랴. 남의 삶은 어찌 그리 완벽하게만 보이는지 어느새 비루한(?) 내 삶과 비교하게 되고 때로는 조금 비참한 기분이 들고야 마는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인스타를 다시 야금야금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인스타에 짧은 글쓰기와 매력적인 사진, 위트 있는 댓글을 올려보는 나름의 연습을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SNS에도 일정의 주기와 유행이 있는 건지, 지금은 아무래도 인스타가 대세니까 말이다.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의 인스타 피드에 아들의 얼굴 잘린 사진이 올라왔다. 역시중딩은 블랙이지. 블랙 반바지에 블랙 상의를 입은 모습이었다. 아무리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은경 샘 아들이라지만, 일면식이 없는 ‘남의 엄마’ 눈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틴에이저의 데일리한 차림새였다. 그런데 오늘같이 겨울날씨에 반바지만 입고 나가는 아들한테 불은 나지만 어떻게 좋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지 좋은 의견을 댓글로 바란다는 선생님의 피드였다.
순간 이효리의 노래가 떠올랐다.
‘후디에 반바지 오늘같은 날씨엔~
후디에 반바지~~‘
40대 중반이라고 하기엔 혼자만 박제해 버린 것 같은 이효리의 오랜만의 신곡이다. 댓글에 이효리의 가사를 올리며, 노래를 흥얼거리다 아이가 빵 터지면 그 때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올렸다.
그렇다. 남의 집 아이에게는 사춘기 엄마도 이렇게 쿨해질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라면은 문제는 달라진다. 나도 며칠 전 일요일에 교회 갔다가 바로 시험 공부를 하러 스터디 카페를 갈 거라는 딸이 스타킹도 신지 않고 맨살 그대로 치마만 입고 차에 올라타는 걸 보고 경악을 했더랬다. 그날 아침의 기온은 1도였다. 딸은 자기는 하나도 춥지 않으며 스타킹이나 레깅스는 너무 갑갑하다고 했다.
“너는 그러면 날씨가 계속 추워질 건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딸이
“그건 뭐...” 하며 말끝을 흐린다.
며칠 후 아침에 딸아이 독감 접종을 하러 가며 친하게 지내는 언니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언니, 태인이 독감 맞았어요?”
“아니~ 아직”
“지금 소희 독감 맞히러 가는데 같이 데려갈까 해서요”
“걔 내 말을 안 들어~ 나 지금 서울에 와 있으니까 잘 꼬드겨서 좀 같이 맞고 와~”
전화를 끊자마자 태인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목소리였다.
“태인아~소희 지금 독감 맞으러 간다. 같이 가자”
“아~자매님~ 저 이따 10시 반에 친구들이랑 축구하러 가기로 해서 안돼요.”
“그래? 지금 아직 한 시간 남았으니까 맞고 가는 거 어때? 11월 한 달 동안만 청소년 독감 접종 무료야. 알지?”
“ 아~ 네. 그러면 제가 다음 주에 학교 하루 빼고 가서 맞을게요.”
“아니 고등학생이 학교는 왜 빼~~정 안되면 축구하고 끝나고 맞을래? 요즘 00병원에 사람 많지 않아서 바로 바로 접종되더라.”
옆에서 남편과 소희가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이제 그만하라고 얼굴의 온갖 근육과 손짓이 난리다. 그러더니 결국 전화기 사이로 태인이가 듣든 말든 큰소리로 팩폭을 날린다.
“아주 그냥 답정너구만~~. 애가 안 가겠다잖아. 그냥 놔둬~~~”
남편이랑 딸아이가 합심하여 한심하다는 듯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혼자 쭈글이가 된 복잡미묘한 기분이다.
그날 오후 서울에서 돌아온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태인이 제 말도 안 들어서 주사 못 맞췄어요. 청소년 애들한테는 이제 좀 쿨해지자고 오늘 아침에 다짐했는데, 아무래도 저는 안 되겠나봐요. 엄마 마음은 참 그게 안 되네요.“
이미 4명의 아들을 키워낸 언니는 이미 초월한 듯한 무심한 말투로 그랬냐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기만 한다. 틴에이저를 쿨하게 대하는 방법. 누가 책이나 한 권 내줬으면 좋겠다. 내가 그 책 최고의 독자가 되어줄 테다. 물론 그렇게 해서 내가 쿨하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서도 말이다.
*팩폭: '팩트폭력'의 줄임말로 다른 사람에게 팩트로 반박하는 행위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