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17
워킹홀리데이는 들어본 적만 있지 해보려는 생각조차도 안했다!
내가 갈거라고는 과거완료형으로도 생각해본 적 없다! I had never thought of even thinking about going abroad! 과거의 나도 대과거의 나도, 전혀 미래에 외국에서 살아볼 거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어쩌다 다녀온 유럽여행에서 영국은 여러모로 좋은 느낌을 주는 나라였다.
이탈리아, 프랑스 다 좋았지만 영국은 영어를 쓸 수 있는 나라라 더 심리적으로 접근하기도 쉬웠는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워킹 홀리데이를 찾아봤다. 영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져서.
근데 이것도 나는 나름 영국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게 일단 첫번째로
그때 워킹홀리데이 신청을 위해 필요했던 영어 성적이 마침 있었고 자기 소개서도 엄청 공들여서 쓴 것이 아니라 제출 전 날 새벽에 휘갈겨 썼더랬다.
두번째로는 제출 날이 그냥 모집도 아니고 추가모집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때는 제출을 직접 해야 했어서 우체국까지 가야했다. 그게 너~~~~무 귀찮아서 에이 그냥 안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 내 가장 친한 친구가
'야 그래도 그냥 해봐 혹시 아냐?' 라고 말했고 무더위와 귀찮음을 뚫고 제출을 했다.
내 친구 아니었으면 아마 내 인생이 아예 지금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정말 사람의 촉이란게 희한하면서도 묘한게, 나는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을 정말 단 1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발표 날도 신경을 안썼었는데 제출 하는 순간에 마음 한 구석에 정말 조그맣게 '뭔가 될 것 같다' 라는 느낌이 닿았다. 일단 이때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면 뺑뺑이로 뽑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운도 어느 정도 받쳐줘야 했고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은 1도 없었는데 '뭔가 될 것 같다' 라는 무의식적인 느낌이 있었다. 나조차도 의식적으로는 느끼지 않을만큼의 묘한 예감이었기 때문에 설마 설마 하고 기대 하지 않았다. 정말 뭐 되면 가고 안되면 안 가는건데 될 리가 없지- 정도 였다. 딱 그때가.
발표 날에 발표를 볼 필요가 있나 했다가도 그 묘한 예감이 계속 맘 안에서 몽글 몽글 돌아다니길래 발표를 봤더니 웬걸.
내 핸드폰 번호 뒷자리가 떡하니 있는 걸 보고 마음속으로 '역시-' 했다.
일단 급하게 부모님과 제일 친한 친구에게 추가 합격(?) 소식을 들려주고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느지막이 시작했다. 그때가 내 기억으로는 2016년 8월즈음 인데 나는 영국으로 2017년 3월 11일에 떠났으니까.
그렇게 급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였다.
일단 결심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비장하게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 가볍게 갔다오자 라는
마음이어서 홀로 외국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뒷전이었다. 거기다가 당연히 엄마 아빠가 허락해줄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예상외로 처음 딸을 외국으로 혼자 보내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앞서셨던 건지 처음엔 완강하게
내 워킹홀리데이행을 말리셨다. 그러나 그때 나는 '이건 하늘의 계시야, 어떻게 이렇게 뽑힐 수가 있어'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나는 영국과 나의 운명론(?)을 기반으로 무조건 가야 한다고 우겼고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지 않은가. 결국엔 허락해주셨다.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좀 찾아보니까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들이 많았고 학원을 미리 다녀놓으면 좋다 라는 말들이 워낙 많았지만 영어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던 나는 굳이 영어를 빡세게 공부했다기 보다는
모던패밀리 같은 영어 시트콤을 자막 없이 보면서 영어에 내 귀가 익숙해지려는 정도의 노력은 들였다.
2017년이 되고 서서히 런던으로 출국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조금씩 내 영국행이 실감나기 시작했고
두렵고 무서웠다. 그래서 우습게도 런던 가기 두달 전부터 뭔가 내가 어떤 회사에 취직이 되서 타의적으로 못가는 상황이 왔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기도 했다. 무서워서 가기는 싫다고 하기는 자존심이 너무 상하니.
그래서 엄마가 '힘들면 그냥 바로 오고 1년만 하고 와 굳이 2년 꽉꽉 채워 오지 말고' 라는 말에 신경 안쓰는 척 했지만 내심 안심되고 엄마가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마웠다.
설령 내가 힘들어서 1년후에 돌아오더라도 엄마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나 왔다고 변명거리라도 할수 있을 것 같아서.
게이트에서 헤어지면서 나를 보내는 부모님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찬것을 애써 외면해야 했는데, 나도 두려움에 져서 펑펑 울어버릴 것 같아서 얼른 게이트 안으로 들어와 안보시는 곳에서 엉엉 하고 울었더랬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삐직 하고 나올 것만 같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몰라서 굉장히 무모하게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 같다. 처음 가보는 곳, 그리고 외국에 나간다는 사실에 당연히 따라 붙는 두려움은 그 누구에게도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영국 땅에 랜딩했다!
이렇게 내 워홀 생활의 1막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