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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Jun 26. 2024

봉숭아 물들이기

외동아들을 키우는 엄마인 나는

딸과 함께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를 한 모녀가 예뻐 보였다.


아들과는 함께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학원까지 마친 아들과 통화를 했다.


"엄마, 오늘 선물이 있어. 먹는 건 아니야!"


종종 문구사에서 선물을 사주는

스윗한 아들이기도 하고

월요일에 용돈으로 만 원을 받아간 터라

(천 원, 오백 원 이런 잔돈이 없었다ㅠ)

통 크게 쏘나 보다 했다.


퇴근길에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들은 놀이터에 있었다.

아들 방을 정리하다

다소곳이 올려져 있는

봉숭아 물들이기를 발견했다.


이게 선물이었구나!


대프리카라는 명성답게

일찍부터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시작되어

맨발로 샌들을 신고 싶었다.

그래서 몇 주 전.

매니큐어를 주문해서

밍숭밍숭한 발톱에 색칠을 좀 했었다.


흰색으로 바뀐 내 발톱을 보더니

남편과 아들은

물감을 바른 거냐는 

몸에 좋을 것 같지 않다는 둥

라리 봉숭아 물을 들이라는 둥

한참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오늘

아들이 용돈으로 봉숭아 물들이기를 사 온 것이다.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놀이터에서 놀다 온 아들을 꼭 안고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는 함께 물들였다.

아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아들은 발톱만

나는 손톱, 발톱 모두!

 


물로 개고 손발톱에 예쁘게 얹어

10분을 기다렸다.

처음이라 조금 삐죽하긴 했지만,

그 어떤 네일숍보다도 멋진 작품이었다.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받은 무한한 사랑을

오랫동안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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