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다림 Jun 18. 2024

사랑하면 보이는 것

6월의 첫 주말

다행히 아이와 할 일이 생겼다!
내가 소속된 학교에서 교직원 자녀를 위해

<디지털 새싹> 교육을 진행해 주었다.
음...

코딩 교육인 것 같은데

내가 한 번도 배워보지 않은 영역이라

'코딩'이라는 단어 외에 프로그램 일정을 봐도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또래 남자아이를 키우는 교수님 두 분과 함께 신청하고 이번 주말을 기다렸다.

수업은 9시 30분부터 세 시간 진행됐다.


수업만 듣고 헤어지기 아쉬워 아이들을 놀게 해 주었다. 대단한 곳에 간 것도 아니고 학교 주차장에서! 근데 여기서 무려 세 시간을 놀았다.


아들들이 한 마음이 되어 다툼 한번 없이 놀 수 있었던 건 개미 덕분이었다.

'곤충'이라는 공통된 관심이 있는 아이들은 개미, 달팽이, 지렁이, 무당벌레 애벌레, 풍뎅이, 딱정벌레 등등...

학교에 있는 모든 곤충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셋이 모이니 경쟁이 됐는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채집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대방출했다.


엄마인 우리는 학교에서는 교수님이지만

지금 꼴은 전혀 교수님스럽지 못했다.

우아하게 커피 한잔 따위는 사치였다.

대단한 생태학습장도 아니고

평소 주차하던 곳에서 앉지도 못한 채

아이들 채집통을 구해주고

아이들이 파헤쳐놓은 땅을 다시 다졌다.


그러다 문득 그늘 아래 방치되어 있는 의자를 발견! 신기하게도 딱 세 개가 있었다.

밖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색은 바랬고

봄철 꽃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의자였지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하나씩 가져와서

물티슈로 쓱쓱 닦고 앉았다.


앉고 보니 이곳은

화창하고 평화로운 공원이 되었다.

치열한 일터가

아이와 함께하는 소풍 장소가 된 순간이었다.


우리도 분명

곤충인지 벌레인지 보기만 하면

소리 지르고 피하고 무서워하는

어여쁜 소녀였는데.
이제는 지나가다 신기한 곤충을 보면

사진 찍어서 아들 보여주고,

제 몸보다 큰 먹이를 이고 가는 개미를 바라보며 응원하게 되는 아들 엄마가 되었다.


벌레를 안 무서워하면 어떠리!
그만큼 우리가 너희를 사랑한다는 거겠지
사랑의 힘은 그런가 보다

싫던 것도 사랑스러워지는!



그나저나 이 예쁜이는 이름이 무엇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만의 속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