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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Apr 04. 2024

자기만의 속도

작년 여름

아들은 초3이었다.

인라인을 타고 싶다고 해서 연습을 시작했다.

단지 내에 우레탄이 깔린 놀이터에서

균형 잡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인라인을 신고 벗기, 균형 잡고 서기

이런 기본부터 시작했다.

모기가 극성을 부려 연습을 게을리한 탓도 있지만 참 실력이 안 는다 싶었다.

운동신경은 타고나는 거라는데

킥보드, 자전거 배울 때부터 알았다.

우리 아들은 운동신경은 타고나지 않았다는 걸 ;;;


그러다 초4가 되고 따뜻한 봄이 되자

아들은 인라인을 연습하겠다고 했다.

흔쾌히 그러자고는 했지만

균형잡기부터 다시 해야 한다 생각하니

그걸 버티고 도와줘야 하는 시간들에 겁이 났다.

그래도 아들의 의욕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퇴근 후 피곤함을 뒤로하고

단단히 마음먹고 장비를 챙겨 놀이터로 갔다.


"엄마. 내가 신어볼게."


하더니 혼자 인라인을 챙겨 신었다.

그리고는 혼자 균형을 잡고 일어서는 게 아닌가!

팔에 온 힘을 주고 아들의 팔을 붙잡은 내 손이 민망할 정도였다.

민망하면 어떤가! 혼자 균형을 잡다니!


균형뿐만이 아니었다.

우레탄 놀이터로 가더니 혼자 움직였다.

신기함에 호들갑을 떨며 칭찬했다.

그리고는 난이도를 높여서 보도블록이 깔려

형을 더 잘 잡아야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들은 잠시 내 팔을 잡는가 싶더니

이내 혼자 앞으로 나아갔다.


'무슨 일이지? 혼자 나 몰래 연습했나?'


그럴 리가 없다.

아이는 자란 것이다.

자라면서 힘이 생긴 것이다.


사람마다 자라는 속도도

힘이 생기는 속도도 다르다.

그런데 나는 또래 친구들과 우리 아들을 비교하며 잘하고 있는 것은 보지 않고

부족하고 못하는 모습만 봤던 것 같다.


'친구들은 벌써 자전거를 타는데.'

'저 친구는 인라인도 벌써 타네!'

'쟤들은 축구를 잘하는구나. 우리 애는 못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문제였다.

우리 아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잘 자라고 있었다.

12월 말에 태어나 며칠 만에 두 살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들은 초4로서 잘 해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가수이자 배우인 이준호 님이 말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계절은 있고
그 속도가 다를 뿐이라고!



자기만의 계절
자기만의 속도

아들의 속도를 기다리며
아들의 계절을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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