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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ggudari Aug 14. 2024

[2024. 8. 13] 함께인 후의 적막과 외로움


2018년 1월, 80일 동안 세계일주를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첫번 째 여행지인 LA에서 10일 정도 머무르면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사막 투어를 갔습니다. 사막에서 별도 보고, 캠프 파이어도 하고, 바베큐 파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를 보면서 친구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저는 그때 이후로 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함께했던 동행들 덕분에 LA는 80일 동안의 여정 중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었죠.



 사막 투어가 끝난 후 저는 친구들과 작별하고 혼자서 남미로 떠났습니다. 아직도 70일이 넘게 남은 다음 여행을 기대하면서 설레하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이륙하고 기내등이 꺼져 어둠이 찾아오자마자 참기 어려운 고독감와 외로움이 몰려왔습니다. 가슴에 적막감이라는 구멍이 뻥 뚫린 느낌.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외롭고 고독하다고 느낀 것은 태어나서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남은 70일 동안의 여행을 다 집어던지고 다시 LA로 돌아가서 동행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옆자리에 앉은, 말도 안 통하는 페루 할머니에게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비행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내 친구들이라고.. 나는 지금 너무 외롭다고 흐느끼면서요. 



 뭐가 그렇게 슬펐을까, 나는 왜 그렇게까지 흐느껴 울었을까... 이번에 동행들과 함께 몽골 여행을 다녀오면서, 6년 전에 비행기에서 흐느껴 울었던 저를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꽤나 본질적인 감정일 겁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중한 물건이나 추억에 애정을 쏟으면서 나 이외의 다른 것들과 연결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외로움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으니까요. 좋은 것들을 먹고, 좋은 것들을 보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더더욱 외롭지 않을 겁니다. 지나칠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 나는 이 상태를 일종의 연결 과잉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이 끝나고, 내가 세상에서 오롯이 홀로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 그 순간, 나는 외롭지 않았던 시간 만큼 한 번에 외롭게 됩니다. 행복했던 시간 만큼 불행하게 됩니다.연결의 상대적 결핍에서 오는 그 간극만큼 아프게 됩니다. 예전에 어떤 아이돌이 콘서트를 하면서 수만 명의 환호를 받다가 불 꺼진 호텔방에 혼자 들어오면 지독한 적막과 외로움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감정이 제가 느낀 감정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외롭다는 것은 현실이지만, 현실을 깨닫는 것은 언제나 새삼스럽게 고통스러운 법입니다. 



 동행들과 함께 8박 9일 동안 몽골 여행을 다녀와서 연결 과잉의 후폭풍을 맞고 있는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이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꽤나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만 이건 뭐랄까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니 논리로는 설명하기 싫은 감정이라고 할까요. 그만큼 저는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세상에 오롯이 홀로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새삼스럽게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끼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소중한 추억과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 행복했던 만큼 내가 외로운 것이라면, 속이 텅 빈듯 외로운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만큼 행복했던 과거의 나 자신과 그 시간들을 함께 보냈던 소중한 인연들이라는 것...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아주 많은 외로움과 아주 많은 행복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나에게 이 감정을 느끼게 해준 모든 것들에, 아주 아주 많이 감사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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