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만추'가 제철
'만추'가 재개봉했습니다.
이미 두 번이나 본 영화지만, 어두운 영화관 의자에 푹 파묻혀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는 가을 ‘만추’라니, 놓칠 수 없었어요.
금요일 밤, 한 주를 지나온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기분으로 다녀왔습니다.
남편을 살인해 복역 중인 애나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3일간의 외출을 허락받습니다.
그리고 시애틀로 가는 버스 위에서 멀끔한 외모를 팔아 돈을 버는 훈을 만나 동행하게 되죠.
그들에게 허락된 단 3일.
각각 한국어와, 중국어가 모국어지만 영어로 대화합니다.
너무도 짧은 시간 동안 말도 완벽히 통하지 않는 서로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영화는 “YES”라고 답합니다.
‘속속들이 알지 않아도 내어 줄 수 있는 사랑의 마음.’
만추는 제게 이 한 줄이에요.
짧은 시간, 두 사람을 서로에게 이끈 건 정열이 아닌 편안함.
훈은 애나에게 어떻게 살인자가 된 건지 묻지 않고, 애나도 웃음을 파는 훈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언어의 장벽도 무력화하고 애나와 훈의 3일을 억겁의 시간으로 만든 마법이었어요.
바닥까지 들추려는 전쟁 같은 관계 속에서 상처 입고 지친 분들이라면, 이 영화 만추를 추천합니다.
당신의 하루에 또 다시 '편함'이 깃들기를.
겨울을 코앞에 두고 지나간 계절의 끝을 붙잡고 싶은 요즘, 좋은 영화 한 편으로 2023년 가을에 작별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