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놀라워하는 만큼 삶은 생동하는 힘으로 가득 차게 된다. 놀라움이 없는 일상, 감탄을 잃은 마음은 점차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 간다. 생물학적인 나이가 많아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경이를 잃으면 노인이 되는 것이다. 일상은 참 놀라운 것이다. 누구나 다 비슷한 모양의 삶을 살아 가지만 어떤 이는 환희 속에 살아가는 반면, 어떤 이는 모든 것이 뻔하게 여겨져 심드렁한 삶을 살아간다. 이 두 부류의 차이는 일상의 모양에 있지 않다. 삶에 감탄하는 사람은 환희 속에 살게 되고, 삶이 반복되는 당연함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흑백 사진 속에 살게 된다.
삶 속에서 ‘당연’이라는 말을 지워버려야 한다. 이 단어는 아주 고약해서, 주변에 닿는 모든 것을 흑백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단어가 함께 몰고 다니는 단어 목록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것이다. ‘당연’, ‘원래’, ‘다 비슷하다’, ‘어쩔 수 없다’ 이 녀석들은 몰려다니며 반짝거리는 삶을 이내 빛바랜 흑백 사진으로 바꿔 놓고 만다.
관성적으로 나 또한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내일도 오늘 같이 이어질 것이며, 이 젊음의 시기 또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좀처럼 놀라지 않는, 감탄을 잃어버린 죽은 영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 저 한 꾸러미의 단어 패거리와 싸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글을 씀으로써 하루라는 새 일상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누구나 으레 겪는 인생의 풍경이지만 나만의 눈으로 삶을 보고 경이 속에 살고자 한다. 삶이 당연한 것이고, 우리의 일상 또한 누구나 겪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 뿐이라면, 당장 이 삶이 끝나 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나탈리 골드버그에 따르면, 원자폭탄에 의해 모두 멸망당해도 할 말이 없다.
내가 내 삶을 더 놀라워 하기 시작하면, 삶은 내게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쳐줄 것이다. 당연한 나날들을 살지 않기 위해, 나의 놀라움을 글로 만들어 내고 있다.
놀라움이란 어쩌면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급히 해치우듯 살지 말고 잠시 멈춰 생각하면, 삶 곳곳에서 놀라움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좋다. 쓰는 것은 내게 멈춤이고, 삶을 생각하며 마음껏 놀랄 수 있는 행복한 장이다.
매일 3천자 가량 글을 쓰고 하루를 시작한다. 쓰지 않고 지낼 때는 비슷비슷해 보여서 구분이 안되던 하루하루도 기록을 열어보면 어찌 그리 다른지. 글을 쓰는 것은 매일의 삶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 아닐까. 쓰지 않고 살아온 날들이 ‘그냥 주어진 대로, 일하고, 먹고살았던.’ 날들이라면, 매일 쓰며 살아온 근 1년 좀 넘는 날들은 저마다 다 고유한 얼굴을 가진 특별한 날들이 되었다.
쓰면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된다. 쓰면 놀라워하게 된다. 매일 같은 모양이어서 구분하기 힘들었던 하루하루는 저마다 빛나는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기’라고 부르든 ‘모닝페이지’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쓰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펜으로 삶을 그려내는 순간순간이 놀라움 가득한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